
몸은 '비교적' 정직하다. 달리면, 꾸준히 오래 달리면 허파와 폐가 강해진다. 그 발전상이 즐겁다.
올림픽공원은 조깅하기에 좋다. 그곳엔 많은 웰빙족과 한강변보단 적은 수의 양아치 미소녀들과 푹신한 조깅전용코스와 많은 나무들이 있다. 밤이 되면 시원한 공기가 몸전체를 물들여준다.
오늘은 GMF의 첫날이었다. 내가 달려서 울림의 주변부에 도착했을 때, 멀찍이 보호선 너머 공연장에선 델리스파이스가 마지막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차우차우"였다.
기이한 드라마. 의미의 우연이 만들어낸 현장. 일렉기타의 소리가 울려퍼지는 동안, 난 핸드폰을 꺼내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핸드폰 안에선 제한시간 1분 5초가 끝날 때까지 신호음만 갈 뿐이었다.
이윽고 환청에 대한 강박적인 매혹을 감상적으로 표현한 델리스파이스의 저 유명한 곡이 끝나고, 관객들의 박수소리가 쏟아지고 있었다. 앵콜은 이미 치러진 것이었던가? 조명이 거둬지는 무대 위의 나른함, 몰려서 움직이는 군중의 여운. 공연의 끝.
나는 다시 길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현실은 좀체로 드라마처럼 굴러가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