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암귀에 사로잡혀 있기엔 주어진 시간이 너무도 촉박함이 안타깝더라. 고통마저 뜻대로 선택하지 못함이니, 사로잡혀 있음이 즐거움만으로 치환되지 못하매 그 거친 흔적 마모될 틈 없이 살을 깎아내리던 기쁨 또한 마음대로 부리지 못함이라. 가까운 날에 애써 놓쳐버린 자괴와 질시의 힘을 빌어 지리한 안달과 정당한 불안을 안은 익숙한 통증을 되불려 올리니 바라던 잠은 도착하지 않고 악몽이 얇게 저며져 뜬 눈가 위에서 어른거리는 것은 감추고자 하는 내 죄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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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그렇지 않았는데, 나이가 드니 여유가 없어져선지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가 무척이나 버겁게 느껴진다. 본격적인 글쓰기, 소설을 만들어낸다는 영역으로 가면 더 그렇다.

장난 삼아서라도, 혹은 수많은 위대한 투잡 작가들의 전례를 비춰봐서라도 글을 쓴다는 행위의 여유로움을 증명해보여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내 버릇이었지만, 이제는 나 자신이 읽거나 느낀 걸 옮기는 행위부터가 어렵다, 혹은 그것에만 온전히 올인해야 한다는 강박이 들고 있으니, 이거 남의 말에 태클 걸며 충고할 계제가 아니게 되어버렸다. 전업작가라는 직책은 단순히 폼새나 가오라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전념해야 마땅한 것으로 되어가고 있다. 정신 팔기엔 여력이 안된다. 투잡하면서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로 내가 위대하지도 않을테고 말이지.

한마디로 삶에 절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관계 유지 하느라 낭비되는 신경세포 하며 별 되도 않는 오해 풀어준답시고 스스로를 깊숙하게 수그려야 하는 것. 직장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 다 그런 것이니 이미 오래 전에 자잘한 잡일들을 통해서 겪을 대로 겪어서 익숙해졌다고 생각했건만 어째 나이가 드니 그 익숙함을 감당하기가 싫어지는 마음은 어떤 연유로 작동되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싶었는데.... 문득 떠오른 결론이.

예전엔 그런 인간상들을 보면 꽤 흥미롭게도 여겼고 재밌게 관찰하는 기분으로 대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썩 그런 여유가 없다. 이젠 그 패턴들이 지겹다고나 할까. 재미가 없다. 반복되는 편향성에의 관조와 썩 유쾌하지 않은 의식의 배신 행위를 유지하는 일에는 적정 수위라는 것이 있다. 생활이 지긋지긋해지는 순간은 관대함과 관련된 뇌용량의 한계치에서부터 찾아오는 것이다. 이미 흥미가 사라진 시점에서 내 행동은 어떻게든 수용 부피를 늘리려 바닥을 캐려고 안간힘을 다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휴 씨발 확실히 그라비티 오브 러브를 존나게 느끼게 되네요. 이니그마마저도 사랑스럽네 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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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흐른다. 바람은 지나치게 쎄게 불고 있었다. 오랜만에 들이마시는 산의 공기는 찼다.

발끝에서 돌이 굴러다닌다. 지친 발걸음. 사람들의 발길로 익어버린 길임에도 이곳저곳 사람의 손에 닿지 않은 도토리가 돌과 함께 뒹굴거리며 바스라지고 있었다. 단풍은 아직 멀었다.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산길은 아직 살아있는 녹색과 햇빛, 물소리로 가득했다.

머리가 아팠다.

두통과는 썩 익숙치 않은 사이였지만. 누가 그런 것에 익숙할 수 있겠는가. 난 생각한다. 관음증. 관음증.

 

멈춰있다가 다시 걷기 시작하자 찬 공기가 폐를 찌르는 것 같았다. 침묵. 말은 오가지 않는다. 혹은 무의미한 말들만이 가치를 가진다. 끔찍하진 않다. 익숙해져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오래 전에 했던 어떤 게임의 내용, 결국 주인공이 마지막에 아무도 살지 않는 세계에 단 하나 홀로 남아서 누가 들을지 안 들을지도 모르는 라디오 방송을 끝없이 전파하는 것으로 끝나는 이야기를 떠올린다. 그 이야기가 정말로 절절한 것은, 그가 천천히 계획을 세워서 하나씩하나씩 자신의 주변을 정리함으로써 결국은 스스로를 완전하게 고립시킨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는 아무도 듣지 않을 이야기를 끝없이 어딘가로 보낸다. 그는 홀로 외로워하고 고통스러워하며 아침을 맞이하고 빛속에서 떤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행동한다. 그것이 그의 속죄였기 때문이었다.

 

긴 고속도로. 완전히 새까매진 도로밖 풍경과 속도로 인해 헝클어지는 빛들.

귀가 멍멍해지자 하품을 하려고 한다. 그러나 나오는 것은 한숨이었다.

결국 난 또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누군가가 기다린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점점 모르겠다란 말은 하지 않게 된다. 소모적이니까. 그 말조차 소모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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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걸려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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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0-09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 선전도 잘리지 않은 걸로 보니 신선한걸요..^^
저 회사에서 일하시나요.? 아님 저 광고를 만드신 회사에 다니시는 건가요? ^^

hallonin 2007-10-09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다 아니고, 넓게 보자면 풍속업의 한 종류에서 일하고 있는 중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