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정반대의 행복 - 너를 만나 시작된 어쿠스틱 라이프
난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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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나의 삶이 나를 어디로 떠밀고 갔는지, 나란 존재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지 놀라는 순간들이 있다. 아버지와 논쟁하던 젊은 딸에게 아버지가 설명하지 못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새삼스럽게 알아차린다. 그렇다고 해서, 나의 아이들이 젊은 날의 나처럼 말할 때 아버지보다 더 잘 설명할 자신도 없다. 책을 보고, 영화를 보고, 또 무얼 해도, 겪어보기 전까지, 깨닫기 힘든 일이 있다.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그 아이를 책임지고 돌보는 부모가 된다는 것은, 그 중 특히 엄마가 된다는 것은,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경험이다. 나와 의견이 달라, 내가 싸우던 부모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경험이다. 부모와 다르다,로 정체성을 형성하던 자신이, 부모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으로, 아직 부모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 누구보다 가까웠던 사람들,과 멀어질 수도 있는 일이다. 


아이가 없던 나, 하나였던 나, 둘이었던 나, 셋인 나,는 모두 다른 사람이다. 아이가 없던 나,는 하나였던 나를 좀 더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셋인 나를 이해할 수는 없을 거 같다. 아이들이 주는 행복을 알지만, 또 지금의 문화에서 그런 이야기는 협소하다는 걸 아니까, 나는 입을 닫는다. 게다가, 상대가 어떤 상황일지 알지 못하니, 그 어떤 삶에 대해서도 말하기 어렵다. 나는 첫 아이를 많이 기다렸다. 기다리는 날들이 얼마나 슬펐었는지, 내 자신을 스스로가 얼마나 비하했는지 기억하고 있어서, 아이가 주는 행복을 크게 말할 수가 없다. 아이가 있고, 없고는 내 의지와 아무 상관이 없는데, 이게 정말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은 그 때의 나에게 너무 슬픈 말이다. 그런데도, 가끔 지금의 문화에서 여성의 착취나 억압으로 출산이나 육아에 대한 말들이 넘칠 때면 공연히 내 자신이 억압당하고 착취당하는 사람으로 불쌍히 여겨지는 게 아닌가 싶어서 나의 행복을 큰 소리로 말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그래서, 이 당당한 책을 골라서 읽었다. 

아마도, 작가는 아이가 없던 나에 가깝고, 아이가 없는 사람들과 가깝기 때문에, 이 새로운 경험들을 말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함께 누렸던 즐거움-밤외출이나 거리낌없는 여행같은-을 더이상 함께 하지 못하지만, 알지 못하는 새로운 기쁨이 있다는 것 말이다. 


그런데, 나는 작가보다 더 멀리 나아갔고, 이 기쁨을 굳이 말할 필요가 있을까, 하고 다시 슬그머니 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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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 번식장에서 보호소까지, 버려진 개들에 관한 르포
하재영 지음 / 창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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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않을 거라서, 질문하기 그렇지만, 왜 이 제목으로 정했을까? 묻고 싶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이라는 나치에 반대하다 죽어간 사람에 대한 고전을 내가 아는데, ‘자‘ 대신 ‘개‘를 넣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극심한 인간혐오의 표현은 아닌가, 싶어서. 질문만 하면서 별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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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토리 2018-04-20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무슨 인간혐오예요; 책은 읽지도 않을거면서 쓸데없는데서 불편함을 느끼시는군요

별족 2018-04-20 14:27   좋아요 0 | URL
혹시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을 읽으셨나요?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은 나치 하 독일에서 나치에 끝까지 저항하던 젊은이들에 대한 책입니다. 그래서, 첫번째 별 하나 댓글,이 나치치하 독일에서 맨처음 동물보호법이 만들어진 것이나 서양인이 식민지인과 흑인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말한 걸 겁니다.
제목이 어쩔 수 없이 연상시키니까요. 히틀러가 굉장한 애견인이었다는 것과, 그가 유대인을 멸종시키려 했다는 것을 함께요. 동물권이 높은 곳에서 인권도 높을 거라는 것은, 히틀러치하 독일에서는 진실이 아니었으니까요.
제목이 불러오는 연상은 꼬리를 물고 ‘나의 정의만이 정의다‘처럼도 들리네요.

고라니 2018-04-24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가만히 계세요... 읽지도 않은 책 평은 왜 답니까? 그 책 제목 알아서 신난 건 알겠는데요 걍 속으로 생각하세요;

별족 2018-04-24 14:10   좋아요 0 | URL
????

박원빈 2018-04-24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극심한 인간혐오‘. 글쎄요. 정확히는 지독한 인간중심주의, 인본주의자에 대한 분노에서 비롯되지않았을까요.

별족 2018-04-25 06:14   좋아요 0 | URL
그걸 알고 이렇게 지었을까요?

ㅇㅇ 2018-05-11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별족님... 작가와 기획자, 편집자들은 책 제목을 분간없이 막 갖다 붙일 정도로 바보가 아닙니다. 게다가 달을 보라고 가리켰더니 손가락만 보시다니요. 그렇게까지 제목에 대해 의문이 드신다면 직접 읽어보심이 어떤가요? 간만에 이런 주제의 책중 괜찮아 보여서 서평보다 웃퍼서 댓 남기고 갑니다ㅠㅠㅋㅋ

별족 2018-05-12 08:24   좋아요 1 | URL
스스로 인간을, 동족을 혐오하는 걸 자각하기는 매우 어렵답니다. 제일 후진 병원은 내가 사는 동네 병원이고, 제일 답없는 인간은 가까운 사람이라고들 쉽게 말하지 않나요? 저는 아래 달린 백자평이 왜 나왔는지를, 어쩌면 설명해주고 싶었던 거죠. 읽지도 않고 별하나 단 백자평,이 왜 달렸는지를-그 분은 아예 대화상대로 보지 않고 설명하고 싶어하지 않으신 것 같아서요.

ㅇㅇ 2019-09-26 2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고생하십니다. 반려견이니 동물권이니 뭐 소중한건 다 이해하지만, 제목은 정말 저도 마음에 안듭니다. 이건 일종의 모독인거 같아요. 가끔 보면 심하다 싶을 정도의, 병적으로, 특히 ‘개‘ 나 ‘고양이‘의 권리 운운에 심취하신 분들을 보는데... 이런 분들에게 ‘인간‘이야기를 꺼내면 보통 감정싸움으로 몰아세우거나 논리를 회피하시더라구요. 타인은 모두 사라지고, 본인과 개들만 살아가는 세상이라도 원하는건지.

별족 2019-09-30 15:45   좋아요 0 | URL
^^
 
[블루레이] 코코
리 언크리치 감독, 벤자민 브랫 외 목소리 / 월트디즈니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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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커텐까지 친 깜깜한 거실을 극장삼아, 오전에는 신과함께를 결제해서 티비로 보고, 오후에는 코코를 결제해서 봤다. 

아직 개봉중이라, 겨울왕국 스페셜과 같이 비싸게 결제해서는 여섯살 딸이랑-아홉살 아들과 열세살 딸은 시큰둥하더니 보질 않더라- 둘이 봤다. 남편은 아예 신과함께도 관심 밖이라며 보지 않았다. 


놀랍도록, 가족적이라 충격을 받았다. 

멕시코의 가족사업-구두를 만든다-이 묘사되고, 가족 내에서 반대하는 가수가 되려는 소년이 등장한다. 
결국 사후세계는 상상일텐데, 신과함께,와 코코가 연결되면서, 각각의 현실공간을 연결시킨다. 
인간은, 왜 사후세계를 상상하게 되었을까. 
신과함께의 사후세계가 현실을 심판하는 징벌적인 공간인데 비해, 코코의 사후세계는 현실이 길게 이어지는 공간이다. 살아있는 사람이 잊는 순간, 사후세계에서도 소멸해버리는 공간. 
멕시코 사람들도, 동양의 사람들도, 사후세계를 현실로부터 상상해낼 수밖에 없었을 테고, 현실에서 선을 권하기 위해서 이런 저런 사후세계의 제약을 만들었을 거 같다. 
죽었는데도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내가 좋은 사람이어서였을 것이다. 작은 사회에서는 그걸로도 충분히, 현실의 선함을 권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사회가 복잡해진다면, 그걸로는 부족해진다. 나는, 구두를 만드는 가족기업이 아니라, 마약을 파는 가족기업을 연상해버렸거든. 가족 안에서 좋은 사람이 사회에서는 안 좋은 사람일 수도 있는 거니까 -예를 들면 MB?- 다른 사후세계가 필요해지는 거다. 
법이나 사회제도 이전에 인간에게는 자기 내면에 기준이 이미 있고, 그 기준으로 상상하는 징벌적 사후세계가 현실을 더 평화롭게 할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을 한다. 평화를 위해서 개인이 받는 통제를-총기소유의 금지, 같은- 수용하게 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죽은 뒤에도 나를 기억해주고, 그 기억 속에서 사후세계를 살아가는 존재를 상상하는 것보다, 살아 있는 날들의 옳고 그름이 그 모든 평가받지 못한 죄들이 죽음 뒤에는 가려질 거라고 상상하는 것이, 그런 상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좀 더 같이 살기에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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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품격 - 말과 사람과 품격에 대한 생각들
이기주 지음 / 황소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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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8, 우연히'(http://blog.aladin.co.kr/hahayo/5647883 ) 라는 추리소설이 생각났다. 

책 속에, 구체적인 게 아무 것도 없다. 

작가에 대해 찾아보았다. 

역시 구체적인 게 아무 것도 없다. 

그 모든 이력이나 말들이 '구체성'을 띠고 있는 게 없다. 

책 속에 구체적인 게 없는 것은, 작가의 삶이 구체적이라면 유추가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작가의 삶도 구체적이지 않으면, 에세이지만, 그 속에 이야기가 실재라는 걸 '믿을' 수가 없는 거다. 이 사람 자체가 실재하는지에 대해서도 의심이 드는 지경이다. 

이야기를 꾸며내는 것,은 교훈을 주기 위해 이야기를 꾸며내는 것은 모두가 하는 일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에세이라고 쓰는 사람이라면, 기자였던 사람이라면, 좀 더 사실의 구체성에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삶의 복잡한 면들을 쳐내고, 교훈을 주기 위해 단순화시킨 에피소드들을 보고 있자니, 내가 무시당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책을 읽는 것은 그 자체로 절대적 열세인데 이런 식의 글을 읽자니 화가 났다. 


세상을 볼 때는 밝은 면을 생각하지만, 밝은 면만을 왜곡한 안경을 끼고 보면 안 되는 거다. 

의심이 들 때는 물을 것을 생각하는데, 물어야 할 게 너무 많다.  


내가 이럴 줄 알았는데, 나는 왜 읽었을까. 

그러니까, 이걸 권한 사람이 팀장님이고, 내가 팀장님을 조금은 이해해보려고 노력했다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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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여자를 통제하고, 여자는 아이를 통제한다. 

아이들은 자라서 남자도 되고, 여자도 된다. 

짱구를 못 보게 하는 엄마들을 안다. 

나는, 내버려두지만, 왜 보지 말라고 하는지 알 것도 같다. 

남자들의 어떤 로망을 응축시켜놓은 것 같은 짱구는, 여자인 내가 보기에 무례하고, 의뭉스럽다. 

뭐든지 용서받는 언제까지고, 다섯살이다. 


직장인 아빠와, 전업주부 엄마와 아직 어린 여동생, 하얀 강아지, 정형화된 가족이 묘사된다.

정형화된 묘사 가운데, 가지는 모든 위험들이 노출된다. 

극장판은 좀 더 노골적이라서, 기모노를 입은 남자들이 깃발을 휘두르는 묘사도, 낭비를 일삼는 여성에 대한 반감으로 모든 인간을 동물로 만들려는 남자의 묘사도, 등장한다. 커다란 가슴과 엉덩이를 흔드는 여자들이 춤을 추고, 스물 대여섯도 되지 않은 유치원 선생님은 벌써 노처녀소리를 듣는다. 아빠의 직장에는 아빠보다 젊은 미혼의 여자들이 일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통제받으며 자라지 않아서, 통제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 상태로도 내 자신이 썩 마음에 들어서,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그런 만화를 봐도, 이런 부모를 보면, 균형이 잡힐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백마디 말보다, 한번의 실천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말들의 잔치에 휩쓸리지 않을 수도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어지러운 가운데, 정직한 사람을 찾아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스스로 생각하고, 이상한 걸 찾아낼 수도 있을 거라고도 기대하고 있다. 


남자가 여자를 통제할 때, 어리석어서,라는 이유를 붙인다는 걸 알고 있다. 

여자가 아이를 통제할 때, 같은 이유를 붙이는 것도 알고 있다. 

(특히 엄마는 여성이라서, 아들을 더 믿지 못한다.)

그런데, 그 이유 때문에 반발하게 되는 거다. 

상대가 나를 어리석다고 통제했다는 느낌은, 자란 다음 여성혐오의 방식으로 되갚을 수 있다.


그저 인간은 어리석고, 용서받을 기회는 자랄수록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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