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머즈 하이 2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박정임 옮김 / 함께(바소책)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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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입장에서는 미스터리라고 한 적 없는데, 억울하겠다.

나는 이게 미스터리인 줄 알고 읽었다. 그래서, 책을 덮을 때까지, 이게 뭐야, 이게 뭐야 그랬다. 이건 미스터리라기보다는 전문직 소설이다. 주인공의 직업은 기자, 배경은 신문사, 주요 사건은 항공기 추락사고, 씁쓸한 기업 내 권력암투, 더하여 산을 오르는 이야기.

가끔, 외로운 혼자를 지나치게 멋지게 보라는 강요가 느껴져서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조직은 악, 개인은 선.

이런 감상은 시마과장을 볼 때도, 헬로우 블랙잭을 볼 때도 그랬다. 가끔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 싶은 조직에 대한 적개심이 보인다. 아, 그렇게 심하지는 않다. 그래도 역시, 지나치게 비굴하고, 지나치게 일과 자신을 동일화한다. 이건 자신이 조직의 일부로만 생명력이 있다고 느끼는 조직의 사십대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인가. 나도 멀지 않은데, 여전히 그런 감상은 없다.

각각의 사건들은 아무런 연결이 없다. 젊은 어떤 날의 잘못도, 같이 등산을 약속했던 동료의 의식불명상태도, 항공기 추락사고도 유키라는 인물로만 엮일 뿐 각각은 그 이상의 더 깊은 의미가 없다. 미스터리처럼 끌지만 끝을 흐리고, 특종 데스크의 박력은 미적지근하다.

이건, 내내 유키가 말하던 그 영웅담과 다르지 않다, 는 게 나의 느낌. 은퇴를 앞둔 기자 아저씨가 자기 생애 가장 극적이던 순간을 열거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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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 - 도시 그리고 추억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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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도시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신이 사는 도시를 사랑하는 작가가 자신과 도시에 대해서 쓴 이야기.

이스탄불 여행을 앞두고 산 책을 갔다 온지도 한 참 지난 어떤 날 마쳤다. 책 갈피 갈피 내가 지나온 곳들이 기억나면 피식 거렸다. 그래도, 나는 단기체류 관광객, 그는 나서 자란 이스탄불 토박이, 그가 들려주는 이스탄불에서 내가 본 이스탄불보다 많은 것을 느낀다.

동양의 어느 도시나, 자신의 정체성을 파묻고 따르려던 서양의 모습에서 느끼는 비애라는 감정은, 대한민국에 사는 나도 알겠다. 한번도 거대한 제국인 적 없고, 지금 나름 떵떵거리며-_-;;; 구경다니는 주제라 이스탄불의 비애와는 또 다르겠지만, 자신의 문화란 걸 자부할 거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자꾸 자꾸 만나게 되는, 부자가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마음은 피폐한 지금의 우리 나라에서의 감상이 겹친다.

작가의 삶과 얽힌 이스탄불이란 도시는 여행이 아니라서 좋았다. 자기가 가장 잘 알고, 그래서 사랑하는 '자신의' 도시에 대해 쓰는 작가가 부럽다.

내가 갔던 이스탄불은 햇살이 짱짱하고, 바람이 시원하고, 비탈이 가파르고, 여행자들이 오가는 그런 풍경이지만, 작가의 이스탄불은 눈내리는 겨울, 음침한 폐허, 절정을 맛보고 내려오는 중인,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고 타인을 추구하는, 그래서 슬프고, 그래서 사랑하는, 사랑하지만 깨닫는데 오래 걸리는 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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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벌 사람들
심윤경 지음 / 실천문학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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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고택을 가면, 이런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계단이 너무 높아, 우리 조상은 키가 큰 사람이었나봐." 작가도 그런 의문이 있었나보다. 역사책 속에 구척 장신이란 묘사가 정말로 그렇게 이야기가 되었다. 그런데, 그럴 법하다. 미래로 가서 현실의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SF처럼, 환상의 세계로 가서 현실을 생각하게 하는 판타지처럼, 이 책은 과거로 가서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오히려, 신라의 화랑은 남색 집단이었다' 라고 알고 있었어도, '준랑의 혼인'의 묘사는 그 세밀함으로 더 내게 확 오고. '신라나 고려시대 여성의 지위가 높았다'라는 말은 그저 고개가 갸우뚱 의심이 들지만 '혜성가'를 읽고 보니 그럴 수도 있을 거 같고. '연제태후'의 당당함을 보고 있자니, 우리가 문명이라 부르는 것은 어떤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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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바다 건너기
조너선 캐럴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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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응모한지도 몰랐던 이벤트에 걸려서, 어느날 우편함에 이 책이 있었다.

나무바다,라는 제목에 그림으로 그려진 나무바다,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나는 궁금하여 읽기 시작하였다. 판타스틱의 이벤트에 걸린 거니까, 어떤 판타스틱한 이야기인지 궁금했거든.

주인공은 늙수그레한 작은 마을의 경찰서장이고, 어느날 자신에게 닥친 이상한 일들을 설명할 수 없다. 흔들리는 핸드헬드로 찍었다는 공포영화마냥, 주인공의 관점에서 이 상황은 해독불가다. 젊은 어떤 날이었다면 심령 미스터리 물일 수도 있고, 공포물일 수도 있었을 이야기는, 이 중년의 남자에게는 뒤죽박죽 소동극이다. 결말은 슬프지만, 자신이 바랐다는 면에서 역시 소동극.

시간을 건너뛰기도 하고, 인생이 뒤죽박죽 엉키기도 하지만, 원인도 결과도 알지 못한다. 사람이 전 우주를 품는다는 말도 있는 것처럼 이 소설은 작은 동네, 한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벗어나지 않지만 그대로도 우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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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가무연구소
니노미야 토모코 글, 고현진 옮김 / 애니북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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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맛도 없는데, 왜들 그렇게 죽자고 먹는 거야. 하는 이야기란, 하릴없이 뱅뱅도는 이야기, 즐겁지도 않은 이야기, 무에가 그리 즐거운 거야.

이런 내가 이 책을 산 건, 오히려 '노다메 칸타빌레'가 재밌다길래, 그건 너무 길길래, 간 보느라고 한 짓이다.

어떤 면에서는 나쁘지 않고, 어떤 면에서는 분개하는데.

분개하는 것은, '음주가무 연구소'가 아니라, 끝에 보너스로 붙은 회사 이야기이다. 음주가무 연구소가 매회 다른 음주로, 바보같고 부끄러운 짓을 한 데 대한 묘사와 회개라면, -결국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하는 이야기지만-, 회사이야기는 '술 잘 먹는 사람이 일도 잘해'라는 이야기라서 그런 거다. 아니면, 내가 술을 싫어하는 회사원이라서, 만화가 이야기인 음주가무연구소는 '구경'하면서, 회사이야기에는 분노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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