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의 시대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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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이라는 나라가 있었다. 노동의 소중함, 가족의 소중함, 연대와 이상에 대해 '말'하는 나라였다. 이제 소련이라는 나라는 없다. 인재시교를 읽다가 알게 된 수호믈린스키의 동화집을 읽고 서평을 썼었다.(https://blog.aladin.co.kr/hahayo/12131611) 인재시교의 모든 교육적 조언에 동의하지만, 그 교육적 조언 바탕에 깔린 공산주의 동화의 세계에 완전히 동의할 수 없었다. 엄마로서 아이를 키울 때 가져야 하는 마음과 아이가 사회에 나가서 살아가야 할 때 마음이 같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내가 가족의 기준,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빠에 비해 엄마인 내가 가족의 도덕률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면서, 내가 부모가 되기 전에 가졌던 이상적인 조직,을 내가 만들 수 없었다. 왜 내가 동생에게 양보해야 해!라는 큰 아이의 항변에 설명의 말을 찾지 못하는 순간이나, 누나가 무섭게 말한다고 우는 동생에게 역시 할 말을 찾지 못한다. 때리지도 않고 욕도 안 하면 좋은 사이인 거라는 외부자의 조언을 듣기도 하고, 엄마로서 모두 중재하지 못하는 가운데, 형제 간의 서열이 좀 작동했으면 하고 바라기도 한다. 큰 아이가 작은 아이를 조금은 돌보기를 기대하고, 너무 작은 다툼은 알아서 좀 해결했으면 하고도 바란다. 100대 0은 없는 책임 소재에 대해 엄마의 심판을 원할 때, 내가 늘 비판하던 양비론자가 되어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큰 아이의 '왜 동생을 돌봐야 하지'라는 억울은 당연하고, 작은 아이의 '왜 누나 말을 들어야 하지'라는 억울도 어쩌면 당연하다. 가족 내에서 조차 이상적이지 않다. 내가 행사하는 권력이 있고, 가족 내에 위계가 분명히 있다. 위계없는 조직, 동등한 권력을 가진 평등한 조직,을 나는 내 가족으로도 만들지 못했다. 


책을 읽으면서, 도대체 왜 남의 나라 이야기를 이렇게 나쁘게 계속 하지,가 되서 사실 좀 화가 났다. 아마도 언론에 실렸을 칼럼이었을 텐데, 너무 지나간 이야기기도 해서 지나간 이야기처럼도 들리고 정말 그러한가 계속 의심이 생겼다. 내 가족조차도 그렇게 만들지 못한, 그러니까 그런 이상적인 조직의 전망이 없는 나는, 그래 도대체 네가 사는 그 나라는 얼마나 평등하길래 그런 것이냐,-노르웨이를 검색했다. https://ko.wikipedia.org/wiki/%EB%85%B8%EB%A5%B4%EC%9B%A8%EC%9D%B4 , 우선 왕정이네, 참 나, 민주주의 지수가 제일 높다는데, 뭐 그런다고 문제가 없겠어?-  라는 삐딱한 심사가 되는 거다. 저자는 소련에서 태어나서 자라 이상적인 국가의 상이 있는가, 생각한다. -막 위키에서 검색했다. https://ko.wikipedia.org/wiki/%EB%B0%95%EB%85%B8%EC%9E%90 - 한국 국적을 가졌으니 우리나라 사람이기는 한데, 나고 자라서 이 땅을 벗어나지 못한 사람으로서 계속 다른 나라에 비해서 이 나라는 이상하다는 말을 자꾸 들으니 막 짜증이 났다. 소련이 정말 좋은 나라였어도 이미 사라졌으니, 국제 질서 상에서 그런 이상적인 태도는 유지할 수 없었던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미 존재하는 동안에도 억압적이었고, 문제가 많았으니 유지할 수 없었던 게 아닌가 생각하고도 있다. 내 자신이 가족 내 도덕률의 기준이라고 생각하면서 가끔 내가 아이들을 억압할까봐 근심하는 나는, 더 큰 조직이 수호믈린스키 동화 속의 이상적인 태도로 유지될 수 있다는 자신이 없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공산주의 동화를 들으면서 자란 어른이 어떤 태도를 강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우리나라가 그렇게까지 나쁘다는 생각이 안 든다. 이 정도 혼란도 이 정도 미친 놈도 없는 세상이 있는가, 싶은 거지. 미친 놈 한 둘을 들어, 여기가 군사화된 나라, 비민주적인 나라라고 부르는 게 맞나, 싶은 거다. 솔직히 말하자면 '민주주의'에 대한 의심도 솟구치는 중이기는 하다.  

내 가족도 이상적이지 않고, 위계나 권력 편중-지금의 나는 권력 편중이 어쩌면 헌신의 댓가라고까지 생각하고 있다.- 이 없는 조직이 가능하다는 생각조차 없다. 게다가 책이 나왔던 2018년이 아니라 코로나19가 헤집어놓은 2021년에 보기에 우리나라는 꽤나 도덕적이고 이상적인 나라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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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의 공식, 프렙! - 에세이부터 보고서까지 논리적인 구조로 완성하는 글쓰기 비법
임재춘 지음 / 반니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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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는 왜 읽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재미있는 게 없나 어슬렁어슬렁 읽는다. 나와 너무 다른 의견은 왜 나오는가 궁금해서 읽는다. 그러면서도 '재미'란 무엇인가 궁리하고, 끝까지 읽었는데도 왜 그런 의견을 가지는지 밝히지 않으면 나쁜 말들을 남긴다. 여기저기 가져다 붙인 미사여구나, 공연히 길다 싶은 말들도 필요한 말인가 질문한다. 결국 자기자신의 무언가 경험과 연결시켜야 해명이 되는데, 그 부분이 비어버린 글들도 만나면, 뭐지 질문한다. 나의 질문은 닿지 않고 결국 수동적인 독자일 뿐이다. 독자인 나도 그저 해야 할 일을 두고 도망가려고 읽는 거기 때문에, 바쁜 마음이 가득해서 평가가 박해진다.  


이 책은 실용적인 글쓰기에 대한 책이다. 먹고 살기 위해 쓰는 보고서, 제품의 사용설명서,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 독자가 분명하고, 목적이 분명한 글에도 규칙이 있고 태도가 있다고 말한다.  분명하고 명료하게 쓰라고 그 규칙들은 넓게 확장될 수 있다고 말한다. 좋은 책이란 좋은 글이란 그런 글이라고도 말한다. 독자가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 그게 글의 목표라고 말한다. 현대인은 책 말고도 얼마나 많이 읽는지, 당신이 쓰는 글이 읽히고 싶으면, 그렇게 바쁜 독자를 상정하고 쓰라고 한다. 하고 싶은 말을 맨 앞에 쓰고 이유들과 예시들을 덧붙여 문단을 만들고, 그렇게 글 자체를 완성하라고 한다. 자기 과시욕을 억누르는 것,은 글을 쓸 때 중요하다고 여러 번 강조한다. 보고서를 보는 상사라면 당신이 얼마나 고생했는가가 궁금하지 않다고 수고로움을 쓰는 대신, 다른 걸 쓰라고 한다. 얼마나 어려운 태도인가. 더 많이 쓰기보다 더 많이 지워야 한다. 


좋은 책을 읽고 잘 써야 할 텐데, 잘 쓸 자신이 없어서 펼쳐만 놓고 여러날이 지났다. 

별다섯 책에 쓰지 못한 서평들을 짧게라도 올리기로 하고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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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이연 지음 / 미술문화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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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무 좋은 책에 서평을 잘 못 쓰는 이유는 이미 그 책으로 충분해서라고 생각했다. 다른 말을 보탤 필요가 없어서라고.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시샘하고 있는 것도 같다. 


책은 선명하게 파랗고 작다. 그림이라는 매개가 있기 때문에 글들이 꽉 찬 느낌이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산 것은 아니다. 나도 이 책의 시작처럼, '허락은 오직 자기자신만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무리 이런 저런 이유를 대도, 그걸 하거나 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산 책도 아니지만, 삶에 대한 은유로 읽어도 좋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필요한 마음가짐, 도구들, 관찰하는 눈, 꾸준한 태도. 스스로의 이상함을 인정하고, 타인의 이상함을 관찰하면서 긴 인생을 살아갈 단단한 태도가 드러난다.

 

역시 너무 좋아서 내가 더 보탤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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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포뮬러 - 성공의 공식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지음, 홍지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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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고 딱히 보탤 말이 없어서 서평은 못 쓴 책에 버나드 콘웰의 아서왕 연대기(https://www.aladin.co.kr/shop/common/wseriesitem.aspx?SRID=14905) 가 있다. 책 속에서 멀린이 행하는 마술은 다른 사람보다 일찍 알아차린 과학처럼 묘사된다. 마법사라는 도제관계에서 전해지는 식물과 동물과 광물의 특성을 이용하는 것. 아주 깊은 과학은 마술처럼 보인다, 라고도 생각하고 있다. 

책은 데이터과학으로 뽑아낸 성공의 공식, 이라고 한다. 이 책의 저자가 과학자가 아니라면, 이 책의 내용이 처세술 책과 구별이 될까,라고 생각했다. 그저 처세술 책의 말들이 근거없지는 않다,라는 정도의 인상이 될 수도 있다. 성공부터 정의하는 저자는 성공은 성과가 아니라, 타인이나 업계의 평가라고, 관계 안에서 인정받은 정도를 말한다. 성공의 정의부터 받아들이기 어렵다. 과학,이라는 척도가 기준을 원하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정의를 하는 거겠지만, 그러고 나면 킴 카다시안의 성공과 아인슈타인의 성공은 어떻게 비교할 수 있는가. 솔직히 자신의 아이가 대학에 원서를 내야 할 때, 자소서? 관리를 안 했다고 할 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1공식인 인적 네트워크를 관리하라,의 도입부로 동구의 나라에서 이민한 자신이 공부만 해서 좋은 성적만으로 아이가 성공하리라고 기대했는데 당장 명문대에 갈 수 없다는 걸 깨닫고는 되짚는 거다. 보면서 한 생각은 뭔가 요즘 공정의 논리 가운데, 선진국이라는 나라들도 다를 게 없다,면서 보여주고 싶었다. 시험만 잘 보면 높은 성적이 큰 성취의 기준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들에게 들려주고는 싶다. 학교에서나 그렇지, 그건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해,라고. 과학자인 대학교수가 아이의 입시관리에 멍청했다고 고백하는 대목부터 연상시키는 게 너무 많아서 좋은 인상이 아니었다. 성공과 실패로 예를 든 바스키아와 바스키아의 파트너 이야기는 어떠한가? 바스키아는 나도 알 만큼 성공했지만 일찍 죽었잖아. 그런 성공이 좋아? 싶었다. 내가 감당하지 못할 성공은 삶을 파괴한다. 성공을 인정받는 정도,라고 했지만 그 인정에 가치가 배제된 과학적?이랄 척도라서 이 책의 어떤 태도가 서구적이라는 생각을 하는 거다. 요절한 젊은 천재를 기억하는 태도, 사람들의 기억을 성공의 척도로 삼는 태도- 애니메이션 코코를 볼 때 의문을 가졌던(https://blog.aladin.co.kr/hahayo/10022361)-같은 게 책 전체에 흐른다. 

초반에 좋지 않던 인상을 가진 채로 끝까지 책을 읽어야 했다. 스포츠나 쇼비즈니스로 시작했던 설명이 과학이라는 협소한 분야로 흐르고, 자신의 일에 대해서 자신의 성공에 대해서 희망을 가질 때에야 뭔가 다른 태도를 발견한다. 

과학적 분석 결과는 이것을 가르키지만, 마음과 태도는 저것이다,라고 설명하는 인상을 받는다. 

인맥이 성공을 만들 수 있고, 끊임없는 시도가 필요하고, 꾸준하고 성실할 필요가 있다,는 성과에는 한계가 있지만 성공에는 한계가 없고, 최고의 실력인 사람들 사이에서 성공과 실패는 불투명하다는 말들은 이게 과학이 아니라고 해도 너무 많이 들은 말들이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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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탄생 - 50인의 증언으로 새롭게 밝히는 박원순 사건의 진상
손병관 지음 / 왕의서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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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 나의 말들을 의심하는 날들이다. 그 때 그 말들은 정말 그대로 옳았던 걸까. 돌이켜 생각한다. 그저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을 '내가 왜! 해야 하냐'는 억울함의 토로 같은 건 아니었는지 생각한다. 

미묘한 희롱을 오래 당한 적이 있다. 걸으면서 그 말은 무슨 뜻이었을까,를 복기해야 하는 순간들이었다. 그런데, 직접 말하지는 못했다. 내가 그런 연결을 하고, 심난해 했다는 것에 상대가 기뻐할 거 같았거든. 이미 늙은 남자가, 이런 저런 말들로 찔러보는데, 내가 반응하는 걸까봐 악착같이 못 알아듣는 사람 연기를 했다. 못 알아듣고 눈치없는 사람 연기를 하는 중에, '00님이 00씨를 예뻐하신다며?!'라는 말을 들으면 또 덜컥하고 겁이 났다. 그게 희롱이 아니었다고, 그 분이 나쁘지 않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나를 무섭게 한 건 나에 대한 어떤 행위라기 보다, 내 안에서 부풀린 상상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적절한 처벌을 생각해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지나가게 뒀다. 


책은 돌아가신 분이 나에게 변명할 수 있게 하려고 샀다. 읽는 것은 너무 잡다해서 재미있지는 않았다.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오해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오해들이 쌓이고, 폭발해버리는 이야기. 

조직에 처음 들어온 여자가 선망하던 사람의 비서가 된다. 좋아하는 마음을 마음껏 표현하고, 기쁘게 일한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좋은 유대를 맺었고,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기쁘다. 그런데, 어느 날 동료로서 돈독하다고 생각한 사람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내가 존경한, 나를 아꼈던 나의 상사는 충분히 상대를 벌 주지 않는다. 복수심과 배신감이 뒤엉킨 채로 만난 사람들은 상사의 정치적 적대자다. 믿었던 사람들은 나를 배신했고, 지금 나를 둘러싼 사람들은 나를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꼬인 거라고, 읽었다. 


조직에 오래 속한 사람이라서, 조직 밖의 요구들이 기이한 순간이 많다. 권력자라고 해도, 심지어 대통령이라고 해도, 지금은 법에 없는 벌을 줄 수 없다. 조금만 감정적인 거리를 두고 생각했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치닫지는 않았을 것이다. 애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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