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제513호 : 2017.07.15
시사IN 편집부 지음 / 참언론(잡지)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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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말해야 하나, 싶다. 

노동조합은 이사회를 저지한다고 회의장을 막아섰다. 

그렇다. 내가 가진 노조는 성과연봉제를 통과시키는 이사회를 저지하려고는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을 결정하는 이사회에는 비상을 선포하고 모든 노동조합 간부를 소집하고 응하지 않을 시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대의원대회에서 '시민으로서 생각해보자'나 '시민을 설득할 명분을 논의해보자'는 수준의 말을 동지의 일자리를 내팽개치는 파렴치한의 말로 중계하고 축출하려 든다. 결국 나의 노동조합이니, 시민들의 눈에는 나의 말로 보일 것이다. 신고리 5,6 중단을 자신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바라보고 저항하는 노동자, 말이다. 


나는, 원자력에 대한 공포가 과장되었다,라고 생각하고, 원자력의 기여가 분명히 있으며, 에너지 안보를 정치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더하여, 나는 완만하고 부드러운 전환을 바라고, 새로 짓기보다는 운영기간을 연장하는 것을 선호한다. 고리 1호기의 중지 결정이 그래서 아쉽다. 신규 허가를 기대하고 돈푼깨나 있는 지역의 명망가들이 빈 땅에 빈 집을 마구 짓는 것을 보아 온 처지라, 땅조차 사놓지 않은 공사는 안 해도 된다는 생각도 한다. 그렇지만, 신고리 5,6은 그런가,라는 생각을 한다. 

매몰비용을 감수할 만큼, 공포는 합리적인가. 

이게 그렇게 긴급한 문제인가. 

숙의민주주의는 잘 작동할 것인가.

도대체, 누가 시민배심원단이 될 것인가.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원자력노동자가 되어, 이승만의 선견지명과 박정희의 추진력을 그리워하는 선배들 가운데서 일했다. 과학은 어쩌면 그런 식으로 보수적일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 


에어컨을 팡팡 트는 싱가포르를 들어, 전기를 마구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복지라는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문제를 가치의 문제로 끌어올린 다음에 우리는 상대를 비난하는 것 말고 무얼 더 할 수 있을까. 

미래의 위험을 현재의 내가 어디까지 알 수 있을까. 새로운 기술의 도입은 어쩌면 무지의 산물이 아닌가. 그저 과거를 통해 추측하면서, 지금까지 이만큼 무탈하게 운영하고 있으니, 이 정도로는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특별히 가혹하다 할 원자력에 대한 공포를 마주할 때마다,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만날 때마다, 나는, 당신이 원하는 확신은 어디에도 없는 게 아닌가요,라고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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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7-07-14 08: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불구하고 뤈자력은 두렵습니다.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하는 것보다 전기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더 오래된 미래를 보존해야 하지 않을까요.

별족 2017-07-14 10:30   좋아요 0 | URL
저는 지금 정부가 성공하길 바라기 때문에, 지금의 결단이 심난한 게 있는 거 같아요. 대부분은 무심할 테고 무심한 많은 사람들은 그저 시끄럽지 않기를 바라니까요. 현대인은 안전하고 편리하길 바라지만, 그런 게 없다는 걸 또 아니까, 원자력은 절대 쉬운 문제가 아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