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체험 을유세계문학전집 22
오에 겐자부로 지음, 서은혜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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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남편이 가장 미웠던 때는 첫 아이를 가지고, 낳아 기르던 그 몇 해였다. 임신으로 무거워진 몸을 하고는 돌아나오면 오줌이 마려운 나를 이해 못하는 남편, 아이를 낳기 전 후로 내 일상은 확 달라졌는데 여전히 아무 것도 달라진 게 없어보이는 남편,을 나는 그래, 미워했다. 뱃 속에 열달을 품고, 그렇게 낳아서, 기르는 나도 아이와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듯이, 남편에게도 그런 시간이 필요하고, 나보다 남편이 더 큰 어려움이 있으리라는 걸-그래, 남편의 기여는 추상적이니- 이해할 만큼 나는 넉넉하지 못했던 거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나의 개인적인 체험 안에서 책 속의 남자를 미워하며 읽었다. 장애를 가진 자식을 키우고 돌본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묘사했다는 책 소개에, 그래, 나는 무언가 애틋한 것을 기대했던 것이다. 그런데, 책은 산통을 하는 아내를 두고 나와 아프리카 지도를 사는 남자를 시작으로 거리에서 십대와 싸움질을 하는 남자, 아이의 장애를 알고 아이를 죽일지 살릴지 심난한 와중에 술을 퍼먹는 남자, 술을 먹으러 자신이 강간했던 남편이 자살한 대학 동기 여자를 찾아가는 남자, 술을 퍼먹고 직장에서 토해가지고는 직장에서 짤리는 남자, 수술을 할 수 없을 만큼 아이를 허약하게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는 남자, 아이가 약해져서 죽었다는 전화를 이제는 애인이 된 대학동기 여자 집에서 기다리는 남자, 결국 실패했다는 전화에 아이를 죽여줄 다른 의사를 물색해서 차를 몰고 가는 남자, 그러다가 그러다가. 시간은 점프해서, 의젓한 아이의 아빠인 남자를 격려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 사건들을 이야기들을 그 남자의 시점으로 읽으면서, 산통하는 아내에 이입하면서 분개하는 거다. 아, 썅, 죽을 똥 살 똥 아기를 낳고 있는 아내도 있는데, 지금 아프리카에 가고 싶은데 못 간다고 자기 젊음? 자유는 끝났다고 앓는 소리 하고 있는 거야! 아이가 죽으면 결혼은 끝이라고 말한 아내가 아무 것도 모르는 채 지금 병실에 있는데, 지금 술 퍼먹고 여자랑 저런다고, 아우, 이러면서. 자기를 다 이해한다고, 자기를 구속하지 않는다고, 그래 애인이 된 여자를 묘사하는 데는, 아, 미치겠다. 그래, 여자들이 다 그랬으면 좋겠냐, 이러면서. 내가 일본의 문인들의 여성혐오를 열거한 책을 봤는데, 이 작가도 틀림없이 있을 거야, 이러면서. 

작가의 결국, '개인적인' 체험이고, 모든 사람들은 결국 모든 것을 '개인적으로' 체험한다지만, 이런 '남성'의 이야기가 그 당시 대중적으로 꽤나 성공했다는 데 놀란다. 

명절에 엄마한테 줄거리를 중계했더니, 엄마가 '그래, 세상에 미친 놈들 쎘어'라고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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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6-09-23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인 체험이 저런 내용이었군요;......
저도 애절한 내용으로 생각햇는데요...고난과 희생, 인간적인 고뇌, 인간의 나약함...감동도 있고........그런거 말이죠...
스포 덕분에 책을 안 읽어도 되는 돼지...ㅋㅋㅋ
설마 오에의 개인적인 체험은 아니겠죠????

별족 2016-09-23 12:56   좋아요 0 | URL
소설이니, 소설로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저런 상상을 하기는 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