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협려 세트 - 전8권
김용 지음, 이덕옥 옮김 / 김영사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과 정은 다르다. 나의 사랑,은 가능하지만, 나의 정,은 이상하다. 그러니까, 정은 둘 사이에 묵은 감정이고,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나와 남편이 곽정이나 황용, 양과나 소용녀 같았으면 좋겠다. 아직 나의 인생도 끝나지 않았고, 책 속의 곽정이나 황용, 양과나 소용녀도 이 다음에 어찌 될지는 '의천도룡기'까지 봐야 알겠지만-봐도 모를 수 있지만-, 여기까지 두 쌍의 모습은 그래, 이상적이다. 서로에게 서로 뿐이고, 그 믿음을 잃지 않는다. 


이 책은 사조영웅전의 다음 이야기로, 사조영웅전,이 곽정와 황용이 영웅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다면, 그 다음 세대인 양과와 소용녀를 중심으로 이 둘의 사랑이 결국 이어지는 이야기이다. 양과가 영웅 신조협,이 되는 것은 그러니까, 무협이니까 그런 거다. 


이야기는 자신을 배신한 남자를 결국 죽이기 위해 십년만에 나타나는 여자가 이미 죽은 남자와 그의 아내를 어쩌지 못하고 그 남자의 남은 가족들을 몰살하면서 시작된다. 책의 각 권은 모두, 이 버림받은 무서운 여자가 부르는 노래인 '정이란 무엇인가'로 연다. 

스승과 제자로 만나 연인이 된 양과와 소용녀가 내내 어긋나고 다시 만나는 과정에서, 여러 남녀의 모습들을 본다. 곽정과 황용같은 서로에게 유일한 존재인 경우도 있고, 어긋나버려 결코 이루지못한 왕중양과 임소영?(아 그새 잊다니!!!), 결국 서로를 증오하게 되는 구천척이나 공손지도, 원망이나 미움이나 죄책감으로 오랜 세월 돌아 만나게 되는 주백통과 영고도 있다.


기본적으로 한족의 이야기라서, 무학을 익힌 영웅대협들이 대항하는 악의 축은 금에서 원으로 바뀌었다. 지난 이야기의 소년과 소녀는 부모가 되었고, 아이들은 부모세대의 복수의 짐을 나눠지고 자란다. 무공을 겨루던, 한때 적이었던 무림의 고수가 최후의 순간까지 무공을 겨루다 죽음을 맞기도 한다. 원한과 은혜가 얽히고, 영웅도 결국 늙고 새로운 세대가 새로운 영웅이 된다.  


부모인 나는, 소년 소녀의 모험,이나 영웅으로 자라는 성장서사, 혹은 결국 정인을 찾아 만나게 되는 과정이 지금의 나에게는 지나가버린 다시 못 올 시기같아, 아쉽지만 다행이다, 싶다. 


먼 옛날 이야기인데도,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 처첩을 넷이나 거느린 남자에게 '여자를 울리면 안 된다'고 말하는 양과나, 노예로 살던 남자가 자신의 딸을 마음에 들어하는 주인에게 감사하는 걸 보며 '뼛속까지 노예가 되었다'며 돌아서는 부인-남편의 노예신분을 털어주려고 기방에서 몸을 팔았으나, 그래서 부정하다 버려지는-의 이야기는, 사회적 제도나 배경 이전에 이미 마음 속에 같은 게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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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6-04-27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협지의 최고봉은 역시 김용의 소설 영웅문...^^

별족 2016-04-27 09:05   좋아요 0 | URL
제가 무협지,를 논할 처지는 아닙니다만, -읽은 게 일천하야-_-;;;- 장르를 말하지 않더라도 훌륭한 이야기라는 생각은 들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