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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증폭사회 - 벼랑 끝에 선 한국인의 새로운 희망 찾기
김태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윤리경영 교육을 했다. 외부강사를 초청해, 인원을 배정하여 실시한 강의는 산소가 부족한 식후 한시간 동안, 나를 꿈나라로 보내버렸다. 윤리경영을 말해야 하는 강사는, 차마 높은 분들을 씹지는 못하고, 불만에 싸인 나같은 하급 직원들에게 나비의 날개짓이 태풍을 만들 수도 있으니, 어디 잘 해보자고 말하고 강의를 마쳤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리고, 나는 그런 낙천적인 사람이 물론 맞지만, 그래도, 지뢰밭을 피하면서 하겠다는 그 강의는 공감을 불러일으키지도, 각성이나 의지를 불러일으키지도 못했다. 아무리 태풍을 일으키겠다고 나비를 끌어모으는 중인 사람이라도, 개차반같은 사람이 대장노릇을 하는데야 무슨 수로 힘을 써보겠는가 말이다.
내내 나는 불만을 똘똘 뭉쳐서는 저 사람은 왜 저런 식으로밖에 강의를 못하는 걸까, 생각했다. 읽고 있는 책이 '불안증폭사회'라서, 나는 그 사람이 회사에서 일어나는 금전사고가 피할 수 없는 0.2%의 똘아이에게 비롯되고, 적성검사는 똘아이를 감별해낼 수 있지만, 똘아이는 검사지를 외워서 쓴다고 말하는데 한숨이 났다. 경쟁을 강조하는 사회는 범죄자를 만들고, 사회는 범죄자 때문에 돈을 쳐들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훨씬 더 실감나니까. 내가 다니는 직장이 바로 그 '경쟁을 강조하는 직장'이고, 내가 살고 있는 나라가 바로 '경쟁을 강조하는 사회'니까. 똘아이에 대해 말하는 저 강사는 그저, 공중에 발을 띄운 채 한시간 반을 떼운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데다, 도대체 저런 사람이 어떻게 이런 강의를 이런 자리에서 하고 있는가, 이런 의심이 드는 거다. 3만원 짜리 배상자를 되돌려보내고, 몇억어치 상품권을 팔았다는 이야기는 윤리경영의 어떤 가치를 돈으로 치환해버리고, 문제는 개인의 것이 되고 책임은 없다. 어떤 경영서적도 리더의 가치를 그렇게 폄하하지 않고, 언제나 개인은 문제지만, 문화라는 것에 대해 말하건만, 도대체, 저 강사는 무어란 말인가 싶은 거다.
나는, 이 책의 제목이 너무 좋았다. 단독주택에 살기를 겁내는 내 자신이 한심해서, 나서 십오년이상을 한옥에 살았으면서 한옥이 너무 트였다고 느끼는 나의 태도가 너무 기이해서, 나의 이런 불안이 도대체 어떻게 생겨난 건지 궁금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고, 그래서 사회제도가 정치, 경제적 환경이 인간의 심리를 얼마나 황폐화시키는지 듣는다. 심리학자인 저자는 생활인인 내가 느끼는 불만, 불안에 대해 설명한다. 국가보안법 폐지없이는 폭력적으로 대응하는 레드콤플렉스를 없앨 수 없다고 말하고, 독재정치의 그늘아래에서 의존적인 태도를 없애기 어렵고, 지배층의 여성인식이 달라지지 않는 한 여성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기 어렵다고 말한다. 사람들을 동물로 설명하는 진화심리학은 인정욕이 시달리다 자살하는 사람들을 설명하지 못하고, 사람이 살고 있는 사회를 설명하지 않고 병든 사람의 마음을 치유할 수 없다고 말한다.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지만, 결론은 사회를 바꾸어야 마음의 병도 나을 수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