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 비즈니스 정글보다 더 위험한 스위트홈에 대하여
레슬리 베네츠 지음, 고현숙 옮김 / 웅진윙스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감수해야 한다.  

아주 절묘한 타이밍에 읽게 되었다. 둘째 아이를 봐 주던 집에서, 월요일 저녁에 당장 내일부터 아이를 봐 줄 수 없다면서 짐을 꺼내주었다. 그래, 예기치 않은 휴가를 사흘이나 내고, 집에서 아이 봐 줄 분을 구하러 애쓰는 와중에. 당장 아이를 봐 줄 사람은 없고, 회사에는 예정에도 없던 휴가를 내고-남편은 일없이 출근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게 뭐하는 짓인가,라는 의심이 솟구치는 시점에 읽었다. 그리고, 아주 도움이 되었다. 

내가 어렸을 때, 농부였던 나의 엄마는 나의 손을 붙잡고 '너는 꼭 돈을 벌어라'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하는 일에 의심이 솟구치는 순간에도, 가끔 내가 회사에 몹쓸 인간은 아닌가 자책하게 되는 순간에도, 그래 가끔 비굴하게 느껴지는 순간에도, 회사에 다녔다.  그런데, 아이가 생기자 다른 종류의 강력하고 새로운 동기가 작동하는 것이다. 회사에 느끼는 죄책감도 늘어나고-회사에 나같은 사람은 엄청 부담이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에 대한 죄책감도 늘어나고-아, 나는 아이에게 엄마노릇을 못하고 있어- 그래서 이 와중에  둘 다-일과 가정-를 갖기로 하는 게 이기적이고 욕심 사나운 짓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이런 의심에 갈팡질팡하는 와중에 거의 이것은 '양자택일'이 필요한 것이라고 단정한 순간에 이 책을 읽게 된 것이다.  

여자에게 일이란 무엇인가,에서 '일'이란 장기적인 일, 평생을 함께 가는 존재로의 일,이다. 경력단절에도 불구하고 육아를 택하는 여성의 선택에 대해 그러지 말라고 말하기 위한 책이다. 내가 나의 일에 대해 의심한다면, 나는 '단절'대신 자연스러운 '전환'을 모색해야 하는 거다. 찾고 노력하는 과정!  

책 속의 사례들은 도움이 된다. 남성과 여성이 함께 행복하기 위한 선택으로 일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 좋았다. 남자가 독립된 삶을 위해 일을 해야 한다면, 여자에게도 마찬가지이고 나는 아무에게도 '허락받고' 돈을 쓰고 싶지가 않으니까, 역시 일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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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1-09-15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라는 존재가 생긴 시점부터 지금까지 내내 고민하는 주제가 바로 이것이지요. 곧 그만둬야지 여차하면 그래야지 하는 게 대세였다가, 지지난 달부터 발목 잡는 게 생겼는데.. 노후 준비랍시고, 연금 하나를 들었는데, 가입하고 나서 따져보니.. 직장에서 연말정산할 때 혜택이 크고, 나머지 부분은 별볼일 없기에 ... 연금 때문이라도 향후 5년은 회사를 다녀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 거예요. 해약하는 건 좀 웃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