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마음껏 살아라! - 생의 끝자락에 선 아버지가 아들에게
티찌아노 테르짜니 지음, 이광일 옮김 / 들녘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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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경향신문에, 이 책이 소개되어 있어서, 넣었다. 거기 인용된 문구는 이런 것, 모든 혁명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아이일 때는 귀엽지만 자라면 비열한 어른이 된다.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닌 모든 혁명은 다 마찬가지다. 뭐 이런 것이었다.   

이 책은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독일의 잡지사에서 일하면서 혁명의 나라들에 혁명의 순간을 찾아다닌 기자였던 저자가 암으로 생을 정리하면서 아들과 나눈 대화를 정리한 책이다. 책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하는 구술형식의 편지로 시작한다. 책을 받아보고 나는 공저자로 아들의 이름이 없어 의아했는데, 책을 펼쳐 읽으면서 알았다. 이 책에서 아들의 역할은 타자수 정도밖에 없다. 완벽한 대화체를 그대로 책으로 옮겨놓았다. 아들의 질문 다음에 아버지의 대답, 아버지의 긴 서술 다음, 아들의 짧은 추임새 형식으로, 익숙하지도 않고, 내가 좋아하는 형식도 아니다.  

저자는 하고 싶은 일은 하면서 내내 살았다고, 자기는 하고 싶은 게 먼저였고, 그걸 하기 위해서, 기자라는 직업을 가졌다고 말한다. 중국에 가기 위해, 중국특파원이 필요한 잡지사를 유럽 전역에 걸쳐 물색하는 방식의 삶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벌었으니 얼마나 좋으냐면서, 권력과 타협하지 않는 기자로서의 무용담을 말한다. 2차대전말의 풍경을 겪으면서 자랐고, 혁명의 중국, 베트남, 라오스에 있었던 이 아저씨의 말들은 진지하다. 인도의 경제성장에 대한 기사를 쓸 수 없던 그 마음의 진실을 알겠고, 차라리 지금과 같은 베트남이 될 바엔, 그 전쟁에 승리하지 않았던들 무슨 상관인가,라고 말하는 마음도 알겠다.  

이른 죽음을 맞은 이 아버지가-표지의 그 하얀 저자는 일흔이 안 되었다- 자신의 아들에게 '내적 혁명만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 진심도 알겠다.  

전 세계가 자본주의화되는 과정을 지켜본, 어린아이같이 아름답던 혁명에 열광하던 청년이 혁명의 추악한 변화를 지켜보고 노인이 되어, 진정한 혁명은 마음 속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하는 그 깊은 진심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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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오페르 2010-06-09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에 들것같은 책을 찾았네요. 감사합니다,별족님^^

별족 2010-06-16 13:13   좋아요 0 | URL
읽고도 마음에 드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