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가 있대서 보고 있는데, 인기가 있대서 연장한다면서 사람들 성격이 일그러진다. 4회 연장이라고 들었는데, 그래서 무리수를 둔 것도 같고. 내내, 소 닭보듯 하던 커플은 희희낙낙하는 중이고, 살갑지는 않더라도 의리있던 커플은 위기상황이 되었다.
여기까지는 지난 17회 소감, 어제는 마지막회를 봤다. EBS에서 엄마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하고 있어서 보느라고 중간에 돌렸다. 가장 핵심을 찌르는 대사는 김창완이 분한 김홍식?이사가 날려주신다. 주주총회에서 꾸미던 음모가 모두 드러나면서, 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된 이 아저씨가 자기 짐을 꾸려 회사를 나오면서 후배들에게 하는 말이다.
"너무 열심히들 살지 마, 별 거 없어"
그날 낮 나는 회사에서 소장한테, '대우 중공업 명장 김규환'의 이야기를 30분 넘게 들었기 때문에 그 말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와, 우리 소장이 저걸 알아야 하는데."
대우중공업 아저씨 이야기는 벌써 작년 12월에 회사메일로 받아 본 기억이 있다. '부지런하면 굶지 않는다'가 좌우명인 대우중공업교를 믿는 아저씨 이야기에서 내가 나름 재미있었던 것은, '대우가족 모심'광고를 보고 찾아간 거지소년을 '거둬주라'는 서울에서 온 임원의 말을 경상도 경비 아저씨가 오해한 대목이다. 서울말의 '거둬주는 것'은 '한 끼 먹여 보내주는' 것이고, 경상도 말의 '거둬주는 것'은 '가족으로 보살피는'것이어서 취업을 하게 된 것이다. 이거 말고는, 나름 존경할 만한 이 아저씨가 잘못하면 사기꾼이 되겠는걸 하는 아슬아슬한 심정으로 보았다. 사실, 이 이야기라는 게, 신입생 교육용으로 회사에 돌고 있는 거고, 그 분을 모셔다가 이야기를 듣는 거라면 나는 점점 뒤로 물러서게 되는 것이다.
"갑자기 웬 붐이래, 00에서도 원장이 직원들 모두 불러서 소개를 했다던데."
아, 정부건, 회사건, 모두가 그 사람처럼 일하라고, 다들, 우선 굶기기부터 할 심산인 모양이다.
별 거 없는데, 별 거 없다는 거 아는 사람들한테, 무엇을 보고 열심히 일하라고 할 수는 없고 아예 처음부터 조건을 형성하는 모양. 우선 굶기기부터. 아, 괴롭다.(09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