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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아이들의 세대 - 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우석훈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환경직 공무원인 동생이 공무원 독서 클럽에서 '두바이 ~'어쩌구하는 '규제완화 예찬론'책을 읽었다고 해서, 이 책을 보내줘야지 마음 먹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책을 선택해 그 독서토론이란 걸 같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고, 다시 책에 대하여 생각하다가, 연령대도 다양하고 그런 클럽에서 읽기 적합한가, 회의하게 되었다. 몇 권 더 추려 보내줘야지, 생각하면서 머뭇거리게 되는 이유다.
책의 아이디어들은 충분히 설득력있다. 이명박정부-이렇게 불러도 정말, 된다면(누구 말마따나 정부가 니꺼냐)-가 들어서 건설자본들이 어떻게 얼마만큼 팽창할 지 예측할 수 없는 지금, 무분별한 개발이 미래세대를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에 대한 묘사는 무섭다. PM10이라는 미세먼지농도에 대한 공포, '원인을 알 수 없는'으로 처리되어 버리는 보건상의 문제들. 더하여 전체 산업에서 건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각 국가별로 비교하는 대목은 새롭다. 토목국가로 일컬어지는 일본조차 우리보다 건설업 비중이 낮고, 선진국 최적의 비중은 13%정도라고 했다. 건설업 비중이 과도하게 팽창하면서 국가적 경제 위기가 닥쳤었다고 도표와 그림들로 보여준다. 나는 지금껏 '뉴딜'정책, 그러니까 정부주도의 대규모 토목사업이 경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새롭다. 지금껏 나는 심정적으로는 '그러면 안 돼'지만, 경기를 부양하려면 '그럴 수밖에 없다'라고 끌려가는 사람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게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논리를 알게 되었다. 여기까지라면 이 책은 내 동생과 동생의 독서클럽에 소개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반지의 제왕에 빗대어 현상황을 풀려던 대목들이 나에게는 너무 어색했다. 저자입장에서 반지의 제왕이 충분히 생명평화에 대한 비유로 읽혔겠지만, 그래서, 국내의 현상에 대한 짧은 언급다음에 바로 반지의 제왕 줄거리를 들려준 거겠지만 그건 독자의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불성실한 게 아닌가 의심하는 것이다. 영화로도 책으로도 수백만이 아는 이야기인데, 뭐 특별한 차별점 없이, 있다면 내가 눈치채지도 못하는 정도로, 기술했다는 것은 종이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막연한 저항자였던 나에게 일말의 논리를 제공했다는 면에서 추천하다가, 지나치게 길었던 반지의 제왕 때문에 여전히 망설이면서, 보낼 때는 아마도 동생보고만 읽으라고 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