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6딸이 보자고 해서, '혼자 보라'고 했더니 싫다,고 해서 같이 갔다. 

운전도 해주고, 결제도 했는데, 영화보고 나서 싫은 소리를 잔뜩 했더니 다음에는 혼자 가겠다고 했다. 

나는 주토피아도 싫었다고!!

( https://blog.aladin.co.kr/hahayo/8604003 )

눈물을 마시는 새, 를 읽으면서 시우쇠가 륜에게 하는 말을 옮겨놓는 나는, 아예 주토피아의 설정을 싫어한다. 신인 시우쇠는 륜에게, 신은 생명을 먹는 존재,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래, 먹는 것. 그게 너희야. 그게 생명이지. 모든 동물들이, 식물들이, 생명이라는 생명은 모두 먹는다. 먹지 않으면 생명이 아니지. 우리가 만든 것은 그런 것이다.~(중략)~ 먹는다는 것은 자기를 유지하기 위해 자기 외의 것을 파괴한다는 것이지. ~(중략)~ 우리는 너희들을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파괴하는 것으로 만들었어. 하지만 생명은 파괴를 일으켜서 자신을 유지하지. 그런 것을 가리켜 '먹는다'고 하는 거야. ~"


- 눈물을 마시는 새3, 제12장 땅의 울음


육식공룡과 초식공룡의 우정 이야기(https://blog.aladin.co.kr/hahayo/5025827 )도 싫고, 양과 늑대의 우정이야기(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686998&start=pcsearch_auto )도 싫어하니까. 주토피아,를 좋아할 수가 없는 거지. 


토끼와 여우가 더럽게 귀엽다는 것도, 그 둘이 연애하는 남녀처럼 성격조차 묘사되는 것도, 간지러운 부분들이 있다는 것도, 인정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나는 역시 T인가. 


극장은 커플들과 아직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온 젊은 부모들로 가득 찼다. 

불만에 차서 딸에게 끌려 온 나는 안 보는 게 나았을까.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를 궁금해하는 나는, 선재업고 튀어,에서 선재의 콘서트 무대를 보고 앞으로 계속 보겠어,라고 결심하는 나는, 이렇게 예쁘고 귀여운 토끼와 여우가 연애를 한다는데 뒷담만 까는 내 자신이 좀 꼰대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여전히 아예 이야기의 기반이 먹는 존재인 내 자신에게 너무 잔인해서 순순해지지가 않는다. 

모든 종을 아우르고 포용하는 큰 사랑,이 먹는다,는 내 행위와 어떻게 양립하는지, 나는 대답하지 못하고, 공감하지도 못하니까, 아예 이런 이야기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해버리는 거다.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내게 보여준다면, 나는 도망칠 거야,라는 심사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