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일이다. 

1번 어린이가 아직 같이 살 때다. 

2번 어린이와 내가 뭔가 이야기를 하다가, 2번 어린이가 흥분해서 "엄마는 바보야!"라고 소리쳤다. 옆에서 듣던 1번 어린이가 자기가 뭘 좀 안다는 듯 우쭐해하면서 "엄마 바보 아니야, 좋은 대학 나왔어"라고 말했다. 나는 날 보고 바보,라고 소리친 2번 어린이한테는 화가 안 났는데, 1번 어린이의 말이 세상 어이가 없었다. 1번 어린이를 앞에 세우고, 길게 말을 해야 했다. 

"뭐라고? 나 참, 듣던 중 한심한 말이네."

"..."

2번 어린이에게 바보 소리 듣는 엄마를 구해 주려고 의기양양 나선 1번 어린이는 왜 엄마가 자신에게 화를 내는지, 어리벙벙해져서 엄마의 말비를 맞는다. 

"너는 아이고, 너한테 말하는 사람들은 다 너보다 나이 많은 사람일 텐데, 그 사람이 너보다 나이 많다고, 대학생이라고, 대학 나왔다고, 뭐든 너보다 낫다고, 그런 이유로 그냥 네 의견은 없앨 거야? 너한테 말하는 사람이 어른이라고 해서, 그냥 받아들여선 안 돼."


오랫동안, 나는 내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라는 소설을 읽고(https://blog.aladin.co.kr/hahayo/10914180), 더 이상 그런 정의로 나를 부를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의 태도, 권위에 복종하지 않는 태도, 각자 모두의 정의가 있다는 태도가 지금의 페미니스트들에게 없다,고도 생각하게 되었다. 늘 '공부를 더 하고 오세요'라는 말로 나를 질타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복종한 권위는 무엇일까? 

'서울대 나온 검사가 공부를 못 해서 정치를 이렇게 하겠어요?'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하는 걸까? 애초에 공부란 그런 게 아니고, '서울대 나온 검사'라는 말을 공부를 잘 한다,와 등치시키는 자신의 태도가 문제라는 생각은 안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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