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강의

법가에 대한 묘사에서, 대부 이상의 자결을 금지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스스로를 죽임으로써 벌을 면하는 것이 금지되었다,는 이야기. 

권력을 가진 대부는, 벌을 받기보다 스스로를 죽임으로써 지지부진한 심판을 피했다. 

'자결하라'라는 명은, 사약을 내리거나, 목을 베어버리거나, 사지를 묶어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 같은, 벌이라기보다는 어쩌면 혜택이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부이상의 권력자들은 삶과 죽음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였다. 죄를 저질러 죽어야 할 때조차,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내어주지 않았다,라는 인상을 받았다. 

현대 법체계 하에서도 자결은 어쩌면 그런 방식으로 작동한다. 법의 가장 큰 처벌은 이뤄지지 않은 지 여러 해인 '사형'이고, 죽은 자에 대해서는 공소권,없음으로 더 이상의 분별은 이뤄지지 않는다. 스스로를 죽이는, 건 '절대'가 붙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2. 왜 사람들은 자살하는가?

읽고 한 마디도 남기지 않았지만, 책 속에서 이것도 자살인가? 싶은 묘사를 만난다. 

늙어 숟가락조차 들 수 없을 때, 곡기를 끊음으로써 죽음을 맞이하는 것,도 자살인가? 

나는 자살이라고 생각하는가? 고개를 갸웃하며 의아했다. 

그래 그것도 자살,이라고는 할 수 있겠네, 그렇지만 나는 그렇게까지 잘못이라는 생각은 안 드는데, 라고도 생각했다. 

이탈리아에선가, 전신이 마비된 채로 생명유지장치에 의존하던 남자가 자신을 좀 죽여달라고 청원하는 이야기를 기사에서 본 적이 있다. 가족들은 반대하고, 그 남자는 청원하는 와중에 나는, 그 남자의 가족들이 나쁘다고 생각했다. 

산다는 건 뭘까. 죽는다는 건 뭘까. 

전신이 마비된 상황에서도 의식이 있는 채로 1~2년?을 보내다가 깨어나는 사람이 쓴 책도 있으니, 나는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싶다가도, 나는 연명치료거부 의향서를 미리 써둬야겠다고 생각한다.



3. 나를 찾고 너를 만나

이 책을 읽는데, 자결하는 선비의 묘사가 있다.(아름다운 가풍을 이어가려면, 이라는 쪽글이다) 프랑스 함대의 침략에 죽어 여귀가 되어 원수를 갚겠노라 자결하는 형 뒤를 따라 아우가 뒤따라 자결한 묘사 다음에 '그 의리 정신도 장하지만, 형제 사이의 깊은 우애를 넘어 서로 한 마음을 이루고 있었음을 말해준다'는 작가의 말에 이상한 감정을 느낀다. 


망해가는 나라의 운명에서 죽음을 택하는 선비들을 '장하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죽지만, 나를 보아, 너는 움직여 달라,는 걸 '용감하다'고 할 수 있을까. 





스스로를 죽이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다고 바라지만 어떤 선택으로의 죽음이 있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공개된 나의 죄를 내 스스로 벌하는 죽음도 있고, 더 이상 내 손으로 내 몸을 건사하지 못할 때 곡기를 끊음으로써 더 빨리 죽음을 당기는 방식도 있다.

더하여, 살아서는 갚지 못하는 갚을 수 없는 나의 깊은 원한을 죽음 후에 갚겠다는 선택인 죽음도 있다.


사는 게 괴롭고 힘든 순간에 다른 사람을 죽이겠다는 것도 아니고, 나 혼자 죽겠다는 게 뭐 그렇게 비난받을 일이야,라고도 가끔은 생각하는 것도 같다. 그런데, 그게 다 순간이니, 뭐 그러지 말라고 너를 아는 나를 위해 그러지 말라고 하고 싶다. 나를 아는 너를 위해서라도 어차피 닥칠 죽음을 당길 필요야,라고도 생각한다. 

각각의 다른 이유 가운데, 나는, 우리 사회가 움직이는 어떤 방향이 세번째 죽음을 응원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 심난하다. 

괴로운 상황을 마주하고, 나를 괴롭히는 사람을 괴롭힐 방식을 궁리하다가, 나를 죽이기로 하는 어떤 선택이 싫다. 

그런데, 그런 선택 다음에 화가 난 사람들은 그 죽음을 들어, 죽은 자의 소원을 풀어준다는 태도로 응징하려 든다. 그런 이유인지 아닌지 말할 수 없는 이미 죽은 자를 앞세우고, 무언가 자신의 분노를 덧 씌워서 응징을 하려 든다. 

살아있는 누군가는 그걸 보고, 복수하는 원혼,에 대한 이야기를 또 듣고, 지금 약하고 대책없고 괴로운 자신을 죽이는 건 아닐까. 

 

나는 뭐라고 말하고 싶은가. 


복수던 뭐던 네가 하라고. 가장 좋은 복수는 '잘 사는' 거고, 잊는 거라고, 원망을 가득 담은 유서 같은 거 남기고 죽어서 뭐하냐고. 죽지 말라고.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 고. 아무리 나를 괴롭게 했더라도, 나를 죽이지 않았으면 죽이지 않은 거라고. 살라고, 살아서 복수던 뭐던 직접 하라고. 난 너 대신 복수 따위 하지 않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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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0-18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림이 있는 좋은글입니다.

별족 2023-10-19 09:1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