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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해피 어게인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5
이은용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3월
평점 :
아이가 골라서 산 책이다. 골라놓고 읽지도 않길래 내가 읽어봤다. 읽었고, 읽히고 싶지 않다.
N번째 삶이라는 주제로 청소년 대상으로 쓴 소설 모음이다.
내가 싫어하는 세태의 어떤 면들이 모두 모여 있다.
리셋버튼이 있으면 안 누를거야?라는 질문을 본 적이 있다. 누구라도 누를 거라면서 고통이 문제지, 죽는 게 무슨 문제냐고. 고통없이 죽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버튼을 누르지 않겠냐는 그 글을 읽을 때, 버튼을 누르는 자아가 아니라, 서슴없이 버튼을 누른다는 그 사람의 친구나 부모, 자녀나 동료에 이입해서 화가 났다. 삶과 죽음 가운데 관계의 그물들이 버튼을 누를 수 없게 한다.
N차 인생,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무언가 의미있는 이야기를 '백만번 산 고양이'보다 더 잘 할 수 있을까.
모든 이야기는 지금의 어떤 세태, 게임을 끝내듯이 죽음을 선택하는 세태(그 여름, 설아와 고양이)-반복되는 삶 가운데 리셋버튼을 누르는 소녀가 나온다. 리셋버튼을 누르지 않기로 하는 것은 설아와 고양이 덕분인데, 부모된 자로서 소녀의 부모에 이입한다, 게다가 그 리셋이 자신의 죽음만을 의미하지 않는 리셋이라서, 막 끝낸 육아서의 '스스로 전지전능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라는 인상을 받는다-, 인간을 혐오하고 동물을 좋아하는 세태(저세상 탐정)-저승의 판사가 고양이다. 그 여름, 설아와 고양이, 나 북극곰의 사생활에도 그런 뉘앙스가 있다. 인간보다 고양이, 사람보다 돌고래나 북극곰-, 이성이나 이성애를 혐오하는 세태(강의대본)-이건 어린 아이나 청소년이 하는 어떤 말이나 태도를 인생 N차,야 할 때 그런 건가, 환생이라기보다 중학생 여자애가 인생 두 번째 산 사람처럼 기껏해야 스물 몇 먹은 남자 선생의 음흉함에 복수하는 이야기다. 화자의 관점이나 사건의 해결방식을 아이들에게 권할 수 없다. 나는 함정,을 좋아하지 않는다. 함정을 만들어놓고 함정에 빠졌다고 내 말이 맞지,라고 말하는 건 나쁘다고 생각한다.-, 좋은 것이라는 게 고정값이라고 여기는 어떤 세태(파란불이 켜지면)-끽해야 두 시간 뒤의 미래를 안다는 것이 언제나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참 나-가 드러난다.
이야기를 만드는 스스로의 전지전능함에 도취되어 트렌드를 조합하여 전시한다. 좋아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