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기 전에 적어 두자.

출근길에 뒷자리에 초3 막내 딸이 친구한테 들었다며 이야기해줬다.

"00이가 풍선분다고 목련꽃잎을 줍더라."

"에? 어떻게?"

"목련꽃잎을 잘 불면 풍선처럼 된대. 나도 해 봤는데 찢어졌어"

"아, 꽃 전체를 쓰는 게 아니라 꽃잎 한 장이 얇게 벌어지는 거구나. 함 해봐야겠네."

"엄마는 토끼 가죽 벗길 때 바람을 풍풍 불어넣으면 거죽이 풍선처럼 부풀면서 분리된다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여기서 아빠가 끼어 든다.

"나는, 여우. 여우 정수리에 열십자 표시를 하고, 앞에 먹이를 두면, 거죽은 남고 몸만 튀어나간대. 여우 가죽 벗길 때 그런다고."

"에? 그럼 쫄쫄 굶겨야겠는데, 그럼 여우 털이 윤기를 잃고, 푸석푸석해지는 거 아냐?"

여기서 초6 아들이

"으, 그건 좀 지나치게 잔인한데."

"그렇지. 그렇긴 하네. 그런데, 어떤 나라에서는 잔인하다고 새우도 게도 산 채로 삶지 말라고 법으로 정한다더라."

 

학교 앞에 다 도착해서 내리기 직전에 딸이 한 마디 보태고 내린다.

"사람들이 중간이 없어."

"뭐?"

"중간이 없다고. 적당히 해야지."

그러니까, 목련꽃 풍선이 여우가죽 벗기는 데로 튀었다가, 새우를 산 채로 못 구워먹게 하는 데도 있다는 데서 중간이 없다,까지 간 거. 재미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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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22-03-24 1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좀 엽기적인 대화 아닌가요 ? 초등 둘 있는 가족 대화라고 하기에는 토끼 살 벗길 때 바람 불면 된다거나, 묶어놓은 여우 머리 정수리를 십자로 칼질하고 앞에 먹이를 두면 배가 고픈 나머지 먹이를 찾아 앞으로 나가다가 여우 몸이 가죽을 벗어난다는 이야기가... 가족 대화라는 것이 지나치게, 너무, 공포스러운 대화 같습니다.

별족 2022-03-25 08:35   좋아요 1 | URL
그런가요? 저는 사실, 늑대 뱃속에 할머니를 꺼내고 돌맹이를 잔뜩 집어 넣고 꿰맸다거나, 도둑들이 숨어있는 항아리 안에 끓는 기름을 부어서 죽였다던가, 하는 이야기들을 아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곰곰생각하는발 2022-03-24 23:49   좋아요 1 | URL
와우, 놀랍네요. 픽션과 논픽션은 구분을 하셔야 할 듯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화에서 기름 부어 죽이는 것과 실재 뉴스에서 기름 부어 죽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죠. 저는 별족 님이 남편과 심각하게 가정 교육에 대해서 이야기하셨으면 합니다. 대화가 너무 잔인해요. 기분 나쁘셨다면 미안요 ~

별족 2022-03-25 06:36   좋아요 2 | URL
제가 아이들과 나눈 대화는 픽션이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은 논픽션이고? 그걸 입증할 방법이 없는 저로서는 그게 참. 저는 곰곰발님과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니까 참 다행이지만, 그런 태도는 언제나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답니다. 잔인한 사건들을 보여주지 않을 방법이 없으니까요. 아이들과 이야기나누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