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원을 위한 저승길 여정 문화와 역사를 담다 29
임승범 지음 / 민속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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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의령군 우범곤 총기난사사건편https://www.youtube.com/watch?v=EpAuJq_5n00,을 보는데, 짧게 만가를 읽어주었다. 아직 꽃 상여를 지고, 만가를 부르며 망자를 보내던 시기에,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총기난사사건을 묘사한 다음 가족 중 딱 한 명 말 못하는 아버지만 남기고 할머니와 손자들이 모두 죽은 집 할머니의 만가였다. 만가를 부르는 사람은 장례의 분위기, 죽음의 정황을 듣고, 그 사람을 위한 만가를 부른다고 말했다. 너무 많은 죽음 가운데 손자들과 함께 떠나는 할머니의 먼 길에 부르는 그 노래 때문에 나는 이 책을 읽고 싶었다. 단 한 사람을 위해 부르는, 흩어져 사라진 만가는 구할래야 구할 수 없지만, 공통적으로 불려진다는 이 노래는 채록되어 남아 있어서 읽을 수 있었다. 아직도 어딘가에서 아직 불려질 것이다.

문화를 짝짓기 춤으로 생각한다고 했지만, 만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는 평생에 몇 안 되는 문화공연이 이렇게 죽음 앞에 있었구나, 생각했다. 이 노래들 가운데, 사람들의 믿음이, 삶이 지탱되고 있다. 

까운 사람의 죽음 후에 낭송되는 노래를 통해, 남은 사람들은 죽음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생각한다. 그 길이 얼마나 멀고 험한지, 다시 만날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그 길의 험난함은 삶의 어떤 면에 빚지고 있는지 듣는다. 공간에 퍼지는 목소리를 통해 어떤 가상의 공간, 죽음 이후의 여정을 듣는다. 가까운 사람이 가고 있고, 내가 언젠가 가게 될 그 길에 대해 들으면서 공동체의 어떤 기준들이 가치들이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도 같다. 

(https://blog.aladin.co.kr/hahayo/9922625 https://blog.aladin.co.kr/hahayo/10022361)


첫 번째 인용은 커다란 인식의 용광로 안에서 종교들이 다퉜던 하나의 장면인 것 같아 신기해서 적어놓는다. 

1923년 손진태가 함남 함흥에서 채록한 무가 ‘창세가‘에서도 이와 비슷한 무속의 역사 인식을 볼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선신 미륵이 세상을 다스릴 때에는 사람 살기가 좋았는데, 악신 석가가 거짓과 음모로 선신 미륵을 마침내 이긴 후에는 살기가 흉흉해졌다는 것이다. - P133

이런 무속의 현실적 실태를 감안하면, 모든 망자는 성현군자 또는 선인이라기 보다는, 정확한 표현으로는 비악인이다. 어찌보면 모든 망인은 험하고 힘든 세상을 한평생 살아 낸 사람들이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무속에서는 인간의 선악이 지니는 편차에 대하여 크게 분별심을 내지 않는다. "사람은 거기서 거기이고, 또한 그것이 사람이다."라는 인간관을 지니고 있는지 모르겠다. - P141

결국 삶이란 행복할 수 있는 여건이 되기 때문에 즐기고 기뻐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 않은 여건을 수용하고 극복하며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삶을 재미있게 즐기라는 지침이다. 세왕은 바로 그런 사실을 가르치고 싶은 것이다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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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5 14: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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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5 14: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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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5 14: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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