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개인
이선옥 지음 / 필로소픽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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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우화 중에 지도자를 원하는 개구리들 이야기가 있다. 저희에게 현명한 왕을 내려주십시오,라고 기도한 개구리들은 나무토막을 받는다. 나무토막을 받은 개구리들은 기대하는 모든 것을 지도자에게 원하고, 응답없는 나무토막 대신 다른 걸 내려달라고 다시 기도한다. 그리고 그 응답으로 황새를 받아서는 잡아먹힌다.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꽤나 자신만만하게 내 자신을 믿고, 타인의 조언들을 내 멋대로 오려서 듣고, 결국 내 마음대로 살아왔다. 그래서 전능한 누군가에게 일임하는 태도나, 싸움일 수도 협상일 수도 있는 와중에 심판에게 달려가는 사람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당사자성, 스스로 판단하겠다는 마음, 자신의 판단에 결과를 달게 받겠다는 태도를 언제나 원했다. 그리고 나의 아이들이 언제나 그렇기를 또 원해서, 부모면서도 황새가 되기 보다 나무토막이 되려고 한다. 그러고는 나의 이런 태도가 무용한 것은 아닌가, 싶어 갈팡질팡하는 순간이 있다. 부모는 어때야 하는가,에 바위같이 단단하게 거기 있어주면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게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 거냐고 항의라도 들을라치면 그런가, 싶은 거다. 


우먼스플레인을 읽고(https://blog.aladin.co.kr/hahayo/11065525 ). 작가의 글을 구독했다. 작가의 새로 나온 책에서 구독한 글들로 보았던 그 단단한 모습을 본다. 구독한 글들로 만난 것들이 책으로 정리되었다. 짧은 언명으로 힘을 발휘하겠지만 복잡한 삶의 국면에 모순을 모른 채하는 지금의 페미니즘에 대한 논리적인 반박이 있다. 마음 깊이 믿는 오래된 전통의 가치들과 국가와 개인의 긴장관계가 드러난다. 너무 오래되서 부끄러워하면서 말하기 힘든 것들이지만, 이미 내 마음 속에 있는 것들이라서, 찰랑이고 휩쓸리는 약하고 흔들리는 마음들 가운데 너무 외로운 마음이 들 때, 책 속에 단단함이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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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오장원 2020-08-29 2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구입하게 된 계기가 된 리뷰입니다^^
필로소픽이란 출판사가 펴낸 책들을 보니,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꼭 필요한 책들이 많이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