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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컨택트 : 일반판
드니 빌뇌브 감독, 제레미 레너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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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라는 원작을 굉장히 재미나게 읽었다. 그러고는, 영화화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게 가능한가 생각했다. 이론물리학과 언어학에 대한 설명이 한 가득인데, 영화라는 그림으로 보여줄 만한 게 거의 없는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극장에서 개봉했을 때 보고 싶은 마음이 별로 크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주말 아침 무료영화를 검색하다 궁금한데 봐 볼까, 싶어 보기 시작했다.
역시나, 심심했다. 스펙터클,을 만들기 위한 상황은 허세를 떠는 젊은이 같았고, 나에겐 그저 병치이던 삶의 순간들은 영화 속에서는 나란히 미래를 보는 것으로 묘사된다. 아, 내가 책을 이상하게 읽었나, 싶어서 영화를 보고는 원작을 다시 읽었다.
원작을 읽을 때 미래를 안다,나 결과를 안다,는 것이 나는 사후적이라고 생각했고, 소설 속의 병치는 그저 병치,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영화에서 묘사된 미래를 보는 방식은 생경했다.
질문 자체가 책 속에 있고, 영화처럼 해석할 여지가 분명히 있기는 하다. 그런데, 역시 나는, 다시 그럴 리가, 라고 생각하는 거다. 여전히 미래는 믿음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나의 이런 믿음이 강경해서 소설에서 그렇게 설명하던, 외계인의 사고를 내가 결국 이해하지 못한 걸 수도 있겠다.
글자로 기록을 남기는 것은, 언제나 오독의 여지가 있다. 미래를 안다는 것이, 이유를 안다는 것이, 그 다음 삶들을 어떻게 살게 할까,라는 질문도, 책은 나처럼 회한이 얽힌 사후적 이야기로 읽는 사람이 있을 테니 영화는 거대한 사건을 연결시킨 거다. 영화적이게 하려고, 사건은 커지고 악당은 만들어진다.
영화를 보고 다시 읽은 책은 처음 읽었을 때만큼 훅 들어오지 않았다. 글 가운데 상상하던 아름다운 사람을 이미 영화로 봐 버렸기 때문에, 글자를 글자 가운데 여백으로 읽었는데 액면 그대로 읽은 사람이 구현한 걸 이미 봐 버렸기 때문에 시 같기도 하고 슬픔 같기도 하던 이야기가 변해 있었다. 아, 영화처럼 읽을 소지가 있긴 있었어. 나는 공연히 영화를 봐서, 나의 그 쓸쓸한 이야기를 잃었구나. 원작은 동양화처럼 여백이 많았는데, 영화는 그 여백에 무언가를 채워넣어 서양화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