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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ㅣ 행복한책읽기 작가선집 1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런 훌륭한 책을 만나면 한 숨이 폭 나오고, 할 말을 잃게 되고, 여러가지 앞뒤 생각도 못하고 성큼 빌려주고, 다시 보고 싶은 마음에, 아 내게 없지, 자각하면서 자책하고, 다시 달라고 해야 하는데, 후회하고, 한참을 보낸 후에야 뭐라도 적을 마음이 생긴다.
이 책은 동생에게 가 있다. 너무 좋아, 라면서 나는 이걸 동생에게 건넸다. 모든 책은 나름 좋은 게 있는 거라고 관대한 동생에게 '네가 정말 좋았던 게 아니라면 나에게 권하지 말아줘'라고 말한 언니가 권한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책이 좋으려면, 책을 읽는 나라는 존재가 그 책이 건드리고 있는 부분을 궁금해하고 궁리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관심있고, 고민하는 부분이 아니라면,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조응할 수 없는 것이라고 '단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닐 수도 있구나, 라고 생각했다. '테이큰'을 진짜 재미없게 본 나는, 외계인과의 대화 따위 관심 없었다. 그런데, 그런데, 수정구라도 앞에 놓고 서로 언어를 익히는 외계인과 과학자들을 중계하면서, 병치되어 진행되는 삶의 이야기를 전하는 이 소설의 구조에 스르르 빨려들어가서는 흥분하게 되었다.
이야기가 되었던 사고의 실마리들은 있을 법하고, 정통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SF도 흥미롭다.
훌륭한 SF는 읽는 사람에게 다른 창을 열어준다. 이 책은 나에게 그걸 알려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