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마음의 연구 - 자아와 세계의 근원으로서의 아뢰야식
한자경 지음 / 서광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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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은 책,이라고만 적어놓으니, 무안해서 뭐라도 써야지 싶은데, 무얼 쓸 수 있을 지 모르겠다. 몇 번이나 책 속에서 밑줄긋기를 하려고 했는데,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어서 하지도 못했다. 따로 빼서, 너무 좋아서 한 마디도 못 쓰고 있는 책, 리스트를 만들까도 하다가, 리스트에도 뭐라고 써야될까, 싶어서 결국 '정말 좋은 책'이 되고 만 거다. 

결국 나는 서양의 학문들로 교육받았기 때문에-과학자를 꿈꾸면서 공대생이 되었다가, 기술직으로 20년을 일하고 있다, 지금 기술적인 일을 하느냐는 차치하고- 동양의 인식이나 철학에 대한 설명에도 어쩔 수 없이 논리를 요구한다. 논리의 한계가 너무나도 분명함을 알고, 때로 그것 때문에 더 이상 책이 나아가지 않는 순간들이 있지만, 지나치게 감성적인 글에는 또 그만큼 다가서지 못하고, 또 지나치게 논리적인 글에는 답답한 마음이 된다. 

책 속에서,내가 합리적이라는 사람들의 말에 답답하기만 하고 설명하지 못한 순간들을 만난다. 아빠가 나에게 설명하지 못했던 것들이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깨달아가는 지금, 믿음에 대한 말들이 나에게 온 것이다. 

여전히, 서양이 동양을 '이겼고', '정복했기' 때문에 서양을 쫓고 있는 중인지는 모르겠지만, 살아가고 나이들고 있는 지금의 나는, 질 수 밖에 없었던 어른의 태도를 그 하나의 마음을 인류가 배웠으면 좋겠다. 

믿음은 일단 앎의 반대개념이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에 관해서는 나는 그저 알고 있을 뿐, 그것을 믿는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앎의 반대는 정확히 말해 모름이고, 모르면 의심가능성이 있으며, 이때 우리는 의심하거나 믿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하게 된다.

우리의 행동이 미래로 향해 있고 미래에 대한 우리의 앎은 엄밀히 앎이 아니라 믿음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의 삶 자체가 사실은 믿음에 근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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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읽었다고 하기에는
    from 뒤죽박죽 뒹굴뒹굴 2020-11-12 06:11 
    서양인은 오랫동안 인간이 몸이라는 그릇에 담긴 정신이며, 정신이 바로 인간의 정수라고 생각해왔다. 그리스철학들과 서양의 의학들과 서양의 종교가 그러하다. 몸이라는 그릇에 담긴 영혼에 대해 논하는 서양의 철학자들은 인간의 몸을 재생산하는 여성을 두려워하면서 남성보다 못한 존재로 끊임없이 위치지웠다. 그런 방식으로 제3세계의 사람들을 또 위치지웠다. 서양의 방식으로 남성의 방식으로 위계지워지는 가운데, 여성은, 자연은, 제3세계는, 대상이 되고 식민지가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