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선도 좋지만 한국의 샤머니즘에 비하면 무척이나 따분하다. 한국의 무당이 훨씬 창의적이다. 한국의 무속은 신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한마디로 소통이다. 점과 점을 이으면 선이 되고, 선과선을 이으면 면이 되고, 면은 오브제가 되고, 결국 오브제가 세상이 되는게 아닌가? 신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한국의 무속은 따지고 보면 세상의 시작인 셈이다." - P40

"여기 같이 있는 백남준 군은 다행히 머리가 좋고 또 그런 심미안도 있는 것 같소. 그는 유리를 깨고 무대 위에서 피스톨을 쏘아서 그 유리 깨지는 소리와 피아노 소리가 서로 어울리는 것을 실제로 시험해보겠다고 하오. 나는 그에게 그 방면의 장래를 부탁할 수밖에 없소." (작곡가, 윤이상)

"문학과 회화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중의 하나인 섹스가 오로지 음악에서만 금기시된 이유가 무엇일까...섹스는 음악에서 배척당한다. 하지만 바로 이 배척이 문학과 회화와 동일한 위치에 있는 고전예술로서의 음악이 가진 소위 ‘위대성‘의 근본을 완전히 무너뜨린다. 음악도 D.H. 로런스, 프로이트 같은 인물을 기다린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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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들이야말로 작가의 풍성한 탐구 영역이다.그 예측 불가함, 그 기이함, 그 무한한 다양성이 끝없는 소재가 되어주는 것이다. 위대한 사람들은 종종 일관성의 외양을 보인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은 서로 갈등하는 사항들이 다양하게 뒤섞여 있는 모순의 보따리다. - P15

글쓰기는 내게 숨쉬기처럼 자연스러운 본능이었고, 내가 글을 잘 쓰는지, 아니면 못 쓰는지 곰곰 생각해보지도 않았다.그로부터 몇 년이 흘러간 뒤에 비로소 글쓰기 능력은 고통스럽게 획득해야 하는 미묘한 기술이라는 생각이 내 머리에 떠올랐다.이것을 발견하게 된 것은 내 생각을 종이 위에 표현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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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살아있는 여성 철학자의 이름을 몇 명이나 떠올려 볼 수 있을까. 저자 줄리엔 반 룬은 뉴욕의 한 서점에 갔을 때 철학분야 진열대에 놓인 32권 저자가 모두 남성인 것을 보고 씁쓸해 했다. 그녀는 “죽은 백인 남성들”의 철학이 아닌, 여성 사상가들의 사유로 여성의 일상을 쓰고자 했다.

 

 

줄리엔 반 룬은 각기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여성 철학자와 활동가를 만나 사랑, 우정, 일, 놀이, 두려움 그리고 경이로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대화의 내용은 어린 시절, 엄마가 되고 난 후 일상, 학계에 들어가는 일, 오랜 친구와의 이별 등. 저자 자신의 경험 이야기도 함께 펼친다. 철학적 사유와 개인의 일상생활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철학자 낸시 홈스트롬은 마르크스가 말했던 것처럼, 여전히 자본시장에서 노동자는 자유와 의식을 억압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노동투쟁과 페미니즘의 통합을 제시한다. 여성은 보육, 건강보험, 더 좋은 학교가 필요하다는 것을 남성보다 더 절실하게 느끼고 때문이다.

    

 

소설가 시리 허스트베트는 놀이가 아이의 자아감각 형성에 크게 기여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놀이는 상호주관적이기 때문에 엄마와 아이가 함께 노는 시간은 그만큼 중요하다. 심리학자 비고츠키는 아이가 하는 ‘상상 게임’은 추상적인 사고 발달에 도움을 주고, 조금 더 자란 자기 자신을 창조하기까지 한다고 말한다. 또한 놀이는 아이의 용기를 시험하게도 한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허스트베트와 반 룬은 아이와의 놀이 경험을 공유하며, 놀이란 위험을 향해 스스로 밀어붙이고, 한계를 시험하는 행위라는 것에 동의한다. 저자는 복잡하고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어른들에게도 다양한 놀이를 허용하면 어떨까 제안한다.

    

 

철학자 로지 브라이도티는 개인의 완전체를 상징하는 비트루비우스적 인간을 거부한다. 인간은 타자와 상호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홀로 완벽할 수 없다. 브라이도티는 사람은 외부와 겹겹의 관계에 놓여있기에 개방성과 수용성을 가진 우정에 관심을 둔다.

 

 

버지니아 울프에게 비타 색빌웨스트의 존재 자체는 특별한 에너지원였다. 비타는 울프의 글쓰기에 긍정적인 힘을 주고 상상력을 제공해 줬다. 브라이도티는 울프의 글쓰기가 “외부를 향한 숨구멍이 나 있는 유동적인 감수성이 활성화”된 결과물로 보았다. 브라이도티의 철학의 핵심은 사람과의 연결이기에 타인에게 항상 마음의 문을 열고 있으라, 주문한다.

    

 

여성 철학자, 활동가, 소설가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저자는 자신의 힘들었던 경험담을 들려준다. 아이를 학대하는 엄마로 오해받았던 일,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렸던 유년기, 우울증을 앓았던 오랜 친구와의 이별 이야기 등. 저자는 과거를 돌아보면서 좀 더 나은 선택은 없었는지 성찰한다.

 

 

철학적 사유는 일상 생활에서 우리의 경험을 들여다 보고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 책에 나온 여섯명의 사상가와 활동가의 대화를 읽으며 독자는 친구, 일, 사랑에 관한 자신의 경험을  떠올려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상가들의 조언을 따라 더 깊게, 새로운 방향으로  일상의 문제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철학은 내가 내던져진, 내가 스스로 던져 놓는 이 환경에 대해 깊이 생각하도록 도움을 준다. - P13

-마르크스 생각들이 이전에 비해 지금이 더 중요한가요?
-그렇다고 봐요. 생태학적 위기 때문이죠.
-지구상의 모든 곳을 향해, 자연의 모든 측면을 향해, 확장해 나아가는 체제로서의 자본주의 분석말이에요. 멈출 수가 없어요. <공산당 선언>에 그런 구절이 있을 거예요. "그것은 모든 곳의 모든 모퉁이에까지 다다른다." - P149

‘되기‘는 자아를 비우는 것, 외부와의 가능한 만남들을 향해 자아를 열어젖히는 것과 연관된다.
"나는 뿌리 박고 있다, 하지만 흐른다."(울프) -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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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작곡가 페린씨에게

 

스트릭랜드처럼 고립된 타히티 산속으로 도망치지 못하고 런던에 남겨진 페린씨. 포레스트 힐 도로가에 움막을 치고 오선보로 벽지를 두를 수밖에. 어둠이 내린 방에는 바닥에 눌어붙은 침대와 피아노 한 대만이 놓여 있다. 피아노 한 대면 충분한 세상.

    

 

여자 친구는 일주일에 3번만 방문이 가능했다. 곡을 쓰고 피아노를 치는 시간외의 것들은 모두 소음이었다. 노을이 커튼 사이로 젖어들면 출근 세수를 할 시간. 그는 지난 밤 아니, 세달 전부터 썼다 지워지기를 반복하는 악보 위 음표들을  내려놓지 못한다. 사라질까 두려워 붙들고 늘어져야 하지만, 밥벌이에 서둘러야 할 시간. 가슴 주머니와 바지 주머니에 선율들을 주섬주섬 담고 넥타이를 두른다. 살그락거리는 아내도, 달그락거리는 아이도 없기에, 현관문은 그냥 닫으면 된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템즈강 남쪽을 향해 쏟아져 내려오는 양복 물결 사이로 한 사나이가 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선율을 놓쳐서는 안 된다.” 가슴을 매만지고 또 매만진다. 그의 이름이 새겨진 공연 소식이 런던 시가지에 펄럭인다. 이제 그 이름 가지고 곡 쓰고 , 학생들을 가르치면 하루벌이 그만해도 되지 않나. 하지만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매일 피아노 연주하는 것을 숙명이라 여기는 당신. 오늘도 호텔 바, 레스토랑, 클럽 뒤편에 놓인 피아노 앞에 앉아, 출석부에 작대기 하나 긋는다.

    

 

두려운 고요와 고독에서 탄생한 음악은 한 개인을 넘어 다른 음악가들과 손을 잡는다. 악보는 첼리스트, 하프 , 트럼본, 타악기 연주자를 한데 모아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어 낸다. 함께 피아노를 치며 지휘하는 그는 완벽한 웃음을 짓는다. 한밤중에 흘렸을 그의 눈물은 그 누구도 보지 못했다.

    

 

아마존 밀림지역 보호를 위한 음악을 만들고, 프리모 레비의 글을 바탕으로 곡을 쓰고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이들을 위한 영화음악을 만들면서, 그의 음악은 한 개인에서 인류애로 걸어 나간다. 그는 악보 안에서 유토피아를 노래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받아든 사진 한 장.

결혼을 믿지 않는다는 그가, 한 손에는 어린 아이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오선보에 곡을 쓰고 있다니! 서머싯 몸이 현실과 예술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요구에 그는 절충안을 택했다.

 

페린씨,

오늘 밤엔 어떤 곡을

쓰고 계시나요?

    

 

 

 

 

    

결국 내가 받은 인상이란 정신의 어떤 상태를 표현하고자 하는 거대한 안간힘이 거기에 있었다는 점이었다. 나를 그처럼 당황하게 만든 원인도 바로 그러한 면에 있는 것 같았다. 스트릭랜드에게는 색채와 형태들이 어떤 특유한 의미가 있음이 분명했다. 그는 자기가 느낀 어떤 것을 전달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었고, 오직 그것을 전달해야겠다는 생각만을 가지고 그림을 그려냈던 것이다. - P212

우주의 혼을 발견하고 그것을 표현해 내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그 그림들에 혼란과 당혹감을 느꼈지만 한편으로 너무나 뚜렷이 드러나 있는 정서에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왠지 모르게 나는 스트릭랜드에게 꿈에도 기대하지 않았던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억누를 수 없는 어떤 공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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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인식은 마음뿐만 아니라 몸에도 적용될 수 있으며, 마땅히 그래야 한다. 제 몸의 구조에 대한 통찰이 없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해부학 수강생 존 모어의 첫 번째 강의 노트)

"여러분은 간혹 특정 부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떼어낸 후, 어쩌면 반쯤 절개했을 때, 거즈 한 조각을 제거하자마자 문신이나 메니큐어 칠한 손톱을 보고 갑자기 얼어붙게 될 거예요." 그가 살아 있을 때 했을 치장은 단순이 몸이 아니라 ‘누군가‘의 몸이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최초의 해부를 비교적 중립적인 부위인 흉곽에서 시작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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