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이 쿠바
미하일 칼라토초프 감독, 세르지오 코리에리 외 출연 / JC인더스트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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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불가 라틴아메리카>를 읽으면서 미하일 칼라토조프가 찍은 영화<소이 쿠바>(나는 쿠바,1964)를 소환한다.바티스타의 몰락과 카스트로 정권 사이 혼란했던 혁명의 장을 흑백의 핸들링샷으로 찍은 영화. 사탕수수 농장을 향해 노를 저어가는 모습과 그에 대비된 파티 속 부유층을 담은 오프닝, 거리를 관통하는 장례식의 롱샷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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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과거-가까운 미래-현재의 틀로 짜여진 프리모
레비의 단편소설집. 독자들은 레비가 아우슈비츠에서 실제로 만났던 인물들과 독대하며 선과 악의 경계를 지우지 않을까. 이종교배의 문제의식, 피해자 위에 올라선 ‘상처입은 권위자‘, 공습 속에서 죽을 전달하러 달리는 한 이타주의자, 결국 무를 훔치는 도둑이 된 선한 아이. 인간의 나약함을 어찌할 것인가.




p.95
살아있는 어떤 사람을 하나의 인물로 변형시키는 행위는 글 쓰는 사람의 손에 달려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글 쓰는 이가 아무리 좋은 의도로 존경받고 사랑받는 어떤 사람을 글 속에 담아내려 해도 은밀한 폭력을 피해 가지 못하고, 그 대상이 되는 사람에 대해 전혀 아픔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p.115
어쩌면 토마스 만의 말대로 인간은 혼란스러운 존재이기 때문에, 혹여 피억압자들과 동일시된 모습이 번갈아가며 나타날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극단적 긴장 상태에 놓이게 될 때 우리가 이르게 되는 혼란은 이루 말할 수없이 커지니까 말이다. 그러므로 그는 우리의 판단을 피해 간다. 마치 자성이 강한 극지방에서 나침판이 제 방향을 잃듯이.


p.241
생각은 그의 손아귀를 벗어나 달아나고, 붙잡히도록 놔두지 않으며, 단어 형태로 종이에 고정되기를 거부한다. 그러나 고통을 느끼는 사람은 다르다. 고통스러운 사람은 결코 의혹이 없다. 고통스러운 사람은 언제나 확신에 차 있는데, 그가 고통을 겪고 있으므로 존재한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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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하고 말없는 사람이 관찰한 사건들은 사교적인 사람의 그것들보다 더 모호한 듯하면서도 동시에 더 집요한 데가 있다. 그런 사람의 생각들은 더 무겁고 더 묘하면서 항상 일말의 슬픔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한번의 눈길이나 웃음, 의견 교환으로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광경이나 지각들도 지나치게 그를 신경 쓰게 하고, 그의 침묵 속에 깊이 파고들어가서는 중요한 체험과 모험과 감정들이 된다. 고독은 본질적인 것, 과감하고 낯선 아름다움, 그리고 시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고독은 또한 거꾸로 된 것, 불균형적인 것, 그리고 부조리하고 금지된 것을 야기 시키기도 한다. - P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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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당신
_마종기

내가 채워주지 못한 것을
당신은 어디서 구해 빈 터를 채우는가.
내가 덮어주지 못한 곳을
당신은 어떻게 탄탄히 메워
떨리는 오한을 이겨내는가.

헤매며 한정없이 찾고 있는 것이
얼마나 멀고 험난한 곳에 있기에
당신은 돌아눕고 돌아눕고 하는가.
어느 날쯤 불안한 당신 속에 들어가
늪 깊이 숨은 것을 찾아주고 싶다.

밤새 조용히 신음하는 어깨여,
시고 매운 세월이 얼마나 길었으면
약 바르지 못한 온몸의 피멍을
이불만 덮은 채로 참아내는가.

쉽게 따뜻해지지 않는 새벽 침상,
아무리 인연의 끈이 질기다 해도
어차피 서로를 다 채워줄 수는 없는것
아는지, 빈 가슴 감춘 채 멀리 떠나며
수십 년의 밤을 불러 꿈꾸는 당신.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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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으로서의 외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전제 아래 우리는 인간이란 무엇이며, 어떤 인간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존재입니다. 물론 이 질문은 인간 문명의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제기된 것이기도 합니다. 

독서는 이 질문의 연속성을 상기시켜주면서, 우리를 그러한 질문의 공동체로 묶어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는 혼자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독서 경험은 혼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나‘를
‘우리‘로 확장시키면서, 사회역사적 존재로 거듭나게 합니다.

 따라서 당위적인 독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필연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하기 때문에 읽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경우라도 책을 읽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읽습니다. 그렇게 읽을 수밖에 없는 책들의 목록을 마주하면서 긴장과 축복을 동시에 느낍니다.  - P20

 ‘리뷰‘라는 말 자체에 ‘비평‘이라는 뜻도 포함돼 있지만 나는 서평의 존재론적 위치는 책에 대한 ‘소개‘와 ‘비평‘ 사이가 아닌가 싶다. 소개의 대표적인 유형은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보도자료‘와 언론의 ‘신간소개 기사‘ 일 것이다. 그것은 주로 어떤 책의 ‘존재‘에 대해서 말한다. 그래서 "어, 이런 책이 나왔네!"라는 반응을 유도한다.

반면에 ‘서평은 그것이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인가를 식별해줌으로써 아직 책을 접하지 못한 독자들의 선택에 도움을 준다. 그것은 일종의 길잡이다. "이건 읽어봐야겠군 이라거나 "이건 안 읽어도 되겠어"가 서평이 염두에 두는 반응이다. 그에 대해 ‘비평‘은 책을 이미 읽은 독자들을 향하여 한 번 더 읽으라고 독려한다. 그것은 독자가 놓치거나 넘겨짚은 대목들을 짚어줌으로써 "내가 이 책 읽은 거 맞아?"라는 자성을 촉구한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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