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살아있는 여성 철학자의 이름을 몇 명이나 떠올려 볼 수 있을까. 저자 줄리엔 반 룬은 뉴욕의 한 서점에 갔을 때 철학분야 진열대에 놓인 32권 저자가 모두 남성인 것을 보고 씁쓸해 했다. 그녀는 “죽은 백인 남성들”의 철학이 아닌, 여성 사상가들의 사유로 여성의 일상을 쓰고자 했다.

 

 

줄리엔 반 룬은 각기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여성 철학자와 활동가를 만나 사랑, 우정, 일, 놀이, 두려움 그리고 경이로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대화의 내용은 어린 시절, 엄마가 되고 난 후 일상, 학계에 들어가는 일, 오랜 친구와의 이별 등. 저자 자신의 경험 이야기도 함께 펼친다. 철학적 사유와 개인의 일상생활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철학자 낸시 홈스트롬은 마르크스가 말했던 것처럼, 여전히 자본시장에서 노동자는 자유와 의식을 억압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노동투쟁과 페미니즘의 통합을 제시한다. 여성은 보육, 건강보험, 더 좋은 학교가 필요하다는 것을 남성보다 더 절실하게 느끼고 때문이다.

    

 

소설가 시리 허스트베트는 놀이가 아이의 자아감각 형성에 크게 기여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놀이는 상호주관적이기 때문에 엄마와 아이가 함께 노는 시간은 그만큼 중요하다. 심리학자 비고츠키는 아이가 하는 ‘상상 게임’은 추상적인 사고 발달에 도움을 주고, 조금 더 자란 자기 자신을 창조하기까지 한다고 말한다. 또한 놀이는 아이의 용기를 시험하게도 한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허스트베트와 반 룬은 아이와의 놀이 경험을 공유하며, 놀이란 위험을 향해 스스로 밀어붙이고, 한계를 시험하는 행위라는 것에 동의한다. 저자는 복잡하고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어른들에게도 다양한 놀이를 허용하면 어떨까 제안한다.

    

 

철학자 로지 브라이도티는 개인의 완전체를 상징하는 비트루비우스적 인간을 거부한다. 인간은 타자와 상호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홀로 완벽할 수 없다. 브라이도티는 사람은 외부와 겹겹의 관계에 놓여있기에 개방성과 수용성을 가진 우정에 관심을 둔다.

 

 

버지니아 울프에게 비타 색빌웨스트의 존재 자체는 특별한 에너지원였다. 비타는 울프의 글쓰기에 긍정적인 힘을 주고 상상력을 제공해 줬다. 브라이도티는 울프의 글쓰기가 “외부를 향한 숨구멍이 나 있는 유동적인 감수성이 활성화”된 결과물로 보았다. 브라이도티의 철학의 핵심은 사람과의 연결이기에 타인에게 항상 마음의 문을 열고 있으라, 주문한다.

    

 

여성 철학자, 활동가, 소설가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저자는 자신의 힘들었던 경험담을 들려준다. 아이를 학대하는 엄마로 오해받았던 일,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렸던 유년기, 우울증을 앓았던 오랜 친구와의 이별 이야기 등. 저자는 과거를 돌아보면서 좀 더 나은 선택은 없었는지 성찰한다.

 

 

철학적 사유는 일상 생활에서 우리의 경험을 들여다 보고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 책에 나온 여섯명의 사상가와 활동가의 대화를 읽으며 독자는 친구, 일, 사랑에 관한 자신의 경험을  떠올려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상가들의 조언을 따라 더 깊게, 새로운 방향으로  일상의 문제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철학은 내가 내던져진, 내가 스스로 던져 놓는 이 환경에 대해 깊이 생각하도록 도움을 준다. - P13

-마르크스 생각들이 이전에 비해 지금이 더 중요한가요?
-그렇다고 봐요. 생태학적 위기 때문이죠.
-지구상의 모든 곳을 향해, 자연의 모든 측면을 향해, 확장해 나아가는 체제로서의 자본주의 분석말이에요. 멈출 수가 없어요. <공산당 선언>에 그런 구절이 있을 거예요. "그것은 모든 곳의 모든 모퉁이에까지 다다른다." - P149

‘되기‘는 자아를 비우는 것, 외부와의 가능한 만남들을 향해 자아를 열어젖히는 것과 연관된다.
"나는 뿌리 박고 있다, 하지만 흐른다."(울프) -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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