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에기후난민이 2억 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로마제국이 전성기를 누릴 때 전 세계 인구가 2억 명이었다. 당시 지구 곳곳을 살아가던 사람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집을 잃은 채 새로운 거처를 찾아 황량한 땅을 떠도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겠나? 

유엔에서 제시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훨씬더 끔찍하다. 30년 뒤에 ‘싸움을 벌이거나 도망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거의 없는 취약한 빈민층이 10억 명‘에 달할 수 있다. 이는 산업혁명이 순조롭게 진행되던 1820년의 전 세계 인구에 맞먹는 수치다. - P23

플라스틱이 감지되는 곳이라면 실내라도 공기를 통해 미세플라스틱을 들이마실 가능성이 있으며  이미 물을 통해서는 충분히 들이마신다고 할 수 있다. 미국 도시 지역에서 수돗물을 조사한 결과 그중 94퍼센트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50년까지 3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며 그때가 되면 바다에는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을 것이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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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곁에 없어서인지, 내가 나이를 급하게 먹고 있는건지. 나는 올 가을을 심하게 타고 있다. 여러 책을 번갈아 손에 들지만 잘 읽히지 않는다. 이럴 땐 홀로 기차여행이라도 떠나면 딱 좋을텐데. 코로나로 인해 집콕 생활자로 남아 책만 탐닉할 뿐이다. 길지 않은 템포에, 활력을 주는 책. 뭐가 있을까.

 

 

책을 손에 들고 당당히 걸어가는 책 표지 속 그녀. “할머니가 되어서도 책 모임을 할 수 있다면” 문구에 시선이 머물렀다. 책모임 중독자인 그녀는 얼마나 많이 책 판을 벌리면서 살아왔을까? 책 모임에서는 어떤 책을 읽어 왔을까? 그녀의 책모임을 엿보고 싶었다. 내가 나가고 있는 책모임에 끌어가고픈 아이디어가 있을 것 같은 기대감도 들었다. 나도 책 표지의 저자처럼 <나는 오늘도 책 모임에 간다>를 손에 들고 긴 산책길에 나섰다.

    

 

블로그 ‘글쓰는 도넛’을 운영하는 저자는 강의하고, 글을 쓰며, 15년 동안 책모임을 해왔다. 자서전읽기, 비평읽기, 영화와 소설 같이 읽기, 작가 전작읽기 등. 그녀가 진행하는 책모임은 다양했다. 저자는 책을 선정할 때 “모두에게 가장 좋을 만한 책”을 고른다. 하지만 가끔은 운영자가 탐했던 책, 혼자 읽기 버거운 책 또는 모임하는 사람들이 추천하는 책을 정하기도 한다.

    

 

저자는 책을 읽고 토론할 때 어느 한 사람 편을 들지 않는 균형있는 관찰자가 되고자 한다. 그래서 되도록 말을 아끼고  토론자들을 배려한다. “이런 말 해도 되나?”, “한 회원에게 편향된 마음을 노골적으로 보이면 다른 의견을 지닌 이가 말하기 어려워지지 않을까.” 저자가 특별히 사랑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인 정미경 작가의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때다.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꾹 참고 입을 다물며  토론 상황을 지켜보는 그녀.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자 자신의 의견을 억누르려고 애쓰는 모습은 뭉클하기까지 하다.

 

 

그녀는 한번 마음에 꽂힌 책은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안달을 낸다. <달과 6펜스>는 그녀에게 인생책이다. 100회이상 토론을 했는데도 여전히 이 책에 관련된 논제를 잘 만들고 싶어 애가 탄다. <달과 6펜스>가 지루하다고, 말하는 이들의 멱살을 잡고 싶은 충동을 겨우 억누르기도 한다. 권여진의 <봄밤>이라는 단편을 인상 깊게 읽고 ‘봄밤’ 모임을 만들기도 한다. 현재 2명. 앞으로 3명은 더 기다려 본단다.

    

 

영화비평가 정성일의 심야 방송을 들으며 비평세계에 빠져든 그녀. 그후부터 “나만의 경험”이 사라지기 전에 기록을 하기 시작한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난 후 쓰고 토론하는 삶은 고스란히 그녀의 블로그에 남아있다. 그녀는 책에 관한 새로운 테마가 생각나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사람들을 모은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독서토론을 오는 사람, 온라인으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읽고 사십 명이 넘게 토론에 참여하기도 했다. 요즘은 글쓰기 모임이 많아졌단다. <카프카 일기>를 읽고 필사하기, 도스토옙스키의 <악령>을 발췌하며 다시 작문하기, 독서일기 등. 그녀는 꾸준히 토론과 글쓰기에 관한 기획을 짜고 있다. 그녀가 다음 책을 낸다면, 아마도 글쓰기 모임에 관한 게 아닐까?

    

 

좀 더 재미나고 알찬 책모임 시간을 갖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저자는 책선정, 논제 만드는 방법, 서평의 발췌까지 보여주며 책모임의 준비과정과 마무리인 글쓰기까지의 과정을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저자가 모임에서 치열하게 읽었던 책을, 현재 책모임을 하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우리도 읽어봐야 겠다"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녀가 오래도록 책모임을 이어 나가길, 새로운 책 친구를 만나길 바란다.

 

 

   

 

 

"집안일을 해도 너무 많이 했어. 책이나 읽을걸!" - P73

문학이란 다른 세상, 다른 민족, 다른 국가의 심정을 내부에서 그려주는 것이지요. 프랑스 혁명 시대 소설을 보면 그 시대 그 사람의 내면을 상상하게 해주는데, 그게 바로 문학이죠. 소설을 읽는 게 하나의 수단이고 글쟁이로서는 그런 힘이 있는 작품을 쓸 수 있는지 없는지에 많은 게 달려 있다고 봅니다. (서경식) - P258

어떤 일을 하는지, 결혼은 했는지, 나이는 몇인지보다 책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성별도 스펙도 나이도 묻지 않는 자유로운 익명의 섬, 책 모임이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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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시즈 2020-09-20 0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모임도 하는 저로서는 이 책이 반갑네요.
균형적인 진행과 관찰자적인 시선은 독서진행자의 가장 필요한 덕목일 겁니다. 공감이 가네요.
후기 덕분에 또 배웠고 내친 김에 책까지 구입해봐야겠습니다^^

청공 2020-09-20 21:45   좋아요 1 | URL
책 모임을 하고 계시는군요^^
같은 책을 읽더라도 서로 받아들이는게 달라서 여러 의견 나누는게 정말 재밌지요? 저희는 진행자가 따로 없어서 매번 다른길로 잘 빠집니다ㅎ 요책은 정말 술술 잘 읽힐거예요 ^^
 

 

 

 

 

 

 

작가 우엘벡의 소설 <세로토닌>에서는 ‘정치적 올바름’이란 기대할 수 없겠다.여성 혐오 발언, 노골적인 성적 묘사, 그리고 인종차별적 발언까지. 그의 글을 처음 읽는 독자라면, 불쾌하여 책을 덮어 버릴지도. 하지만 찌질하고 한심한 인간 같으니라고, 눈을 흘기며 책장을 넘기다보면, 어느새 실소가 터지고 우엘벡의 블랙 유머와 예리한 시선에 빠져들게 된다. 작가는 소설의 주인공을 여성혐오 발언을 일삼는 사람으로 설정하여, 어쩌면 우리 사회에 한 남성이 이 정도로까지 타락했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로토닌>은 가벼운 소설이 아니다.절망에 빠진 주인공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주인공 플로랑은 왜 항우울제 약을 복용하게 되었고 자발적 실종자로 살아가게 되었을까.

 

 

46세 플로랑은 프랑스 농산부 위촉직을 맡고 있다. 일본인 여자 친구와 살고 있지만 무늬만 커플일 뿐 사이가 멀어진지 오래다. 일과 사랑에 넌덜이가 난 플로랑은 어느 날, 자발적 실종자가 되고자 결심한다. 직장에 사직서를 내고 여자 친구에게는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파리의 한 호텔로 숨어 들어간다. “나는 육체라는 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기를 바랐고 육체가 있어서 그것을 신경쓰고 돌보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이 점점 견딜 수 없어졌다.” 심한 무기력증에 빠진 플로랑은 항우울제인 캅토릭스를 복용하기 시작한다. 약의 부작용은 성욕 감퇴, 성기능 장애. 곧 남성으로서의 기능을 끝날 것을 예감한 플로랑은 “페니스와의 영원한 작별을 기념하는 작은 의식을 거행”하러 옛 애인과 친구를 찾아 나선다.

 

 

플로랑도 한때 낭만적인 사랑을 했었고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바꾸고 싶은 꿈을 가졌던 청년였다. 옛 애인 카미유를 찾아간 그는 그녀의 일상을 숨어서 지켜본다. 플로랑은 홀로 아들을 키우는 그녀에게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떠난다. 이쯤에서 이야기가 끝났다면, 이 소설은 슬픈 연애사 정도에서 머물렀을 것이다. 하지만 우엘벡은 자유경제 시장이 인간을 소외시켜 좌절과 무력감에 빠져들게 한다는듯 우울증의 원인을 사회로 확대해 나간다.

 

 

플로랑은 대학교때 단짝인 에메릭을 찾아간다. 에메릭는 노르망디 지역에서 유기농법으로 젖소를 키우고 있다. 프랑스는 값싼 유제품의 수입으로 낙농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농업관련 기관에서 일했던 플로랑은 누구보다 낙농업의 시장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보호무역주의 정책과 지속 가능한 유통구조를 회사측에 제안했지만 번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자유무역이 언제나 승리했기에 플로랑은 좌절감을 느꼈다. 낙농업자들과 시위를 하는 에메릭을 바라보며, 플로랑은 그를 위해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한다."내가 경사를 달려 내려가 에메릭에게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실행에 옮기려는 순간, 모두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을, 이미 우정이나 인간적인 그 어떤 제스처도 그에게 더는 가닿지 못하리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세로토닌>은 자신의 인생이 잘 풀리지 않았다고 여기는 40대 이상의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한때 순수한 사랑도 했었고 부조리한 사회에 맞서서 저항해봤던 이들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우엘벡은 자유경쟁시장에서 성(性)이 거래되고 부의 세습, 부동산 시장의 성장, 그리고 자본 앞에서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한 현대인을 모습을 신랄하게 묘사한다. 이런 시대에 미치지 않고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가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항우울제를 복용하며 하루를 연명하고 있는 플로랑에게 연민을 느껴지 않을 수가 없다.

 

 

 

처절하고 비관적인 이야기이지만 작가는 “사랑은 어쨌든 우리가 지상에 존재하는 시간을 견딜 만한 것으로 변화시키며 심지어 그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희망을 내비친다. 사랑이 우리를 적막한 세상을 버티게 해주겠지만, 또한 사랑은 우리를 얼마나 외롭게 만드는지.  뜻대로 일이 돌아가지 않지만 어김없이 일터로 향하는 성실한 이들과 그리운 사람의 부재때문에 울적해서 술잔을 기울이는 독자에게, <세로토닌>을 추천한다. 이 책을 읽은 후 당신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망가진 현실 사회를 알게 되어, 더욱 우울해질수도 있겠다. 아니면, 우엘벡의 열렬한 팬이 되어 그를 뒷조사할지도. 이 소설의 교훈도 있다. 옛 애인은 추억 속에 남겨두도록 하자. 절대 찾아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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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신은 우리를 굽어살피고 있다. 신은 매순간 우리를 생각하고 더러 우리에게 매우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한다. 우리의생물학적 특성과 한낱 영장류인 처지를 고려해본다면 설명이 되지않는 저 계시, 저 황홀경, 우리의 가슴속에 숨이 막히도록 흘러드는 저 사랑의 격정들이 바로 극도로 자명한 신호들이다.

이제 나는 그리스도의 입장을, 딱딱하게 굳은 심장들 앞에서 표출하던 그 반복된 노여움을 이해한다. 저들은 모든 신호를 받고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나는 정말로 저 미욱한 자들을 위해다시 한번 내 목숨을 내주어야 하는 것일까? 정말 그렇게까지 구체적이어야 하는가? 답은 그렇다,일 것이다.
- P406

다른 종류의 기쁨이 점차 섹스의 자리를 대신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으나, 일반적인 삶의 과정에서 섹스는 여전히 우리가 자신의 신체 기관을 개인적이고도직접적으로 개입시키는 유일한 순간이고, 섹스, 특히 강렬한 섹스는 사랑의 융합이 일어나는 데 필수적인 단계이며, 섹스 없이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나머지는 대개 섹스와 함께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섹스에는 또다른 면이 있는데,바로 섹스는 여전히 위험한 순간, 특히 우리가 우리의 행위의 결과에 연루되는 위험한 순간이라는 것이다. - P84

나는 단지 혼자였다. 말 그대로 혼자였고, 나의 고독에서 어떤 즐거움도 정신의 자유도 느끼지 못했다. 나는 사랑이 필요했다. 매우구체적인 형태의 사랑, 일반적인 사랑이, 무엇보다 여자의 음부가 필요했다...
문명은 무기력과 스스로를 향한 혐오감으로 거꾸러진다. 사회민주주의가 제안할 수 있는 것은 당연히 아무것도 없고, 혹여 있다면 오직 영원한 그리움과 망각에의 호소일 뿐이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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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인간사회도 노동에 대한 보상을 토대로 건설된 적이 없었다. 심지어 미래의 공산사회도 그 원칙에 기반을 두는 것 같지는 않았다. 마르크스는 부의 분배원칙을 다음의 공허한 말로 요약했다.
 "각자의 필요에 따라" 혹여 우리가 그의 말을 실행에 옮기는 불행이 일어났더라면 끊임없는 억지와 궤변의 원천이 되었을 것이나 다행스럽게도 나머지 국가들은 말할 것도 없고 공산 국가에서도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돈이 돈을 부르고, 돈에 권력도 따른다. 그것이 사회조직의 최종 결론이었다. - P158

끝없는 밤,자신이세상의 변화에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믿었던 나는 과연 누구였던가?
-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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