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장 선거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오쿠다 히데오는 유쾌한 작가이다. 
<최악>, <스무살 도쿄> 같은 진지하고 생각거리가 많은 작품들도 있지만 
그의 대표작인 <인더풀>, <공중그네>, <팝스타 존의 이상한휴가> 같은 작품들을 통해 등장하는 
’이라부 이치로’라는 인물로 인해 그의 이름은 유쾌함과 통쾌함의 대명사로 불리워지고 있다. 
무언가 답답하고 풀리지 않는 고민들이 등장할 때 그의 책이 머리속에 떠오르는 것은 
’이라부’의 정신과에 가서 유쾌한 주사 한 방을 맞고 싶은 작은 소망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라부’라는 명의(名醫)는 답답한 내 마음에 통쾌한 비타민 한방을 날린다. 
<면장선거>는 오쿠다 히데오가 나에게 선물해 준 스트레스 해결사 이다.

언제나 현역으로 남고 싶은 70의 대기업 총수.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와 효율성을 강조하며 IT 업계의 총아로 군림하게 되는 젊은 기업가. 
40의 나이에도 주름 하나에 신경쓰며 젊음에 대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유명 여배우. 
겉으로 보기엔 성공한 사람들이고 부러움의 대상인 그들이 
저마다의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이상증세를 일으키고 ’이라부 신경과’를 찾아가게 된다. 
언제나 모든 이들에게 섬김을 받고 모든 이들의 위에서 군림하던 그들에게 이라부의 행동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주사기부터 들이미는 그의 행동은 그들의 사고방식에서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이라부를 다시 찾게 되면서 그들의 문제들은 하나씩 풀어지게 된다. 
이라부 시리즈의 정형화된 패턴이지만 이번엔 그 대상이 사뭇 다르다. 

지금까지는 평범한 우리의 이웃들이 그의 치료대상이었지만 이번엔 일반인이 접근하기 힘든 이들이 대상이다.
역자의 후기를 보면 실제로 일본에서 유명한 인물들에 대한 기가 막힌 패러디라고 하는데
여기는 한국이니 그 패러디의 진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일반이들이 보기엔 대단한 성공을 한 그들의 삶에도 나름의 문제가 있음을,
그들도 스스로가 만든 감옥에 갇혀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우리와 하나 다를 바 없는 인간임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이라부의 멋진 한 방으로 그들의 고민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비슷한 고민과 비슷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우리들에게도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라부 시리즈의 매력은 바로 이런 대리만족의 카타르시스에 있다.

4편의 이야기 중 3편이 전형적인 이라부 시리즈의 패턴을 따르고 있다면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면장선거>는 전형적인 이라부 시리즈와 많이 다른 모습이다.
작은 섬에서 면장선거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격한 갈등과 싸움을 해결하는 이라부의 활약을 그린 이 이야기는
특정한 한 사람을 치료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 아니라 섬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스케일이 큰 치료이다.
현대 사회에서 전혀 존재할 수 없는 장소와 상황을 많이 과장된 모습으로 그리고 있지만
그 과장된 모습의 지금의 사회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고 할 수는 없기에 쓴 웃음이 난다.
작은 섬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지만 그 이야기의 대상은 우리 사회의 전체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이리 저리 패를 나누어 싸우는 모습, 서로의 모습을 위해 전쟁마저 불사하는 지금의 세계와 많이 닮아 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깃대 세우기’ 한 판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라는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민주주의’라는 것이 항상 옳지 만은 않다는 마을 주민의 대사가 그래서 가슴에 와 닿는지도 모르겠다.
<남쪽으로 튀어!>에서 보여주었던 아나키스트적인 아버지의 모습이 이라부에게서 겹쳐보이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지금껏 이라부의 보조로서의 역할만을 담당하더 마유미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것도 이 작품의 특징이다.
이제 이라부의 무차별적인 주사세례만 신경써서는 안된다.
언제 어디서 날아올 지 모르는 마유미의 ’쇠대야’ 세례도 신경쓰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한번 쯤 그의 신경과로 찾아가서 상담을 받고 싶은 심정이 든다.
내가 찾아가면 이라부는 여전히 한 톤 높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겠지.
’우선 주사부터 맞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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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도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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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도하 공경도하 타하이사 당내공하'
이 노래를 처음 배웠던 것이 중학교 때 였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의 역사라고 하기엔 너무도 먼 시대에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를 담은 노래.
강물에 뛰어든 미치광이의 아내의 한과 끝내 그를 보내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담긴 서정적이 노래.
그래서 '김훈'이라는 작가가 '공무도하'라는 소설을 쓴다고 할 때 
'드디어 김훈작가의 사랑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아주 순진한 기대감을 품었었다.
인터넷에 연재되는 동안 단 한번도 눈길을 두지 않았다가 발간되었다는 소식에도 잠시 머뭇거렸지만
김훈 작가의 글을 좋아하는 내가 결국은 지름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기에 읽게 되었다.

특유의 건조한 문체는 여전하다.
좋다, 싫다, 옳다, 그르다, 착하다, 못됐다... 어느 하나의 감정도 실리지 않은 그의 문체.
기자 출신의 작가의 전직이 가장 잘 드러나는 이번 소설의 문체는 <칼의 노래>나 <남한산성>의 문제와는 다른 느낌이다.
마치 신문의 기사를 전하듯이 객관적이고 증명된 사실만을 간결하게 전하는 문체.
그래서 소설을 읽는 내내 신문을 읽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작가의 전직이 그대로 드러난 느낌.

소설의 내용도 신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날마다 신문에서 만나는 사건들, 날마다 신문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소설속에 그대로 나타난다.
신문 기사 몇줄로는 요약할 수 없는 그들의 삶과 사건의 배경이 조금 더 상세하게 묘사될 뿐이다.
특정한 주인공이 없이 그저 우리네 사는 세상의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방식의 소설.
그래서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 까지 아무런 갈등도 없고 아무런 클라이막스도 없다.
아예 아무런 사건도 벌어지지 않는다. 그저 우리가 살아가듯 소설속 인물들도 살아갈 뿐이다.
소설이라고 하기보다는 우리네 삶을 그대로 반사하고 있는 거울앞에 선 느낌이다.
세상은 소설이 주제로 삼고있는 처절한 사랑도 없고, 도덕성에 근거한 윤리적 기준도 없다.
주인공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극적인 사건도 없고, 정의가 승리하는 권선징악도 없다.
그저 그렇게 살아갈 뿐이다. 그래서 인간은 적당히 치사하고 적당히 던적스럽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세상이 사람들의 상식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약육강식이 있고, 비리가 있고, 윤리를 잃어버린 부모가 있고, 직업의식을 던져버리는 소방관도 있다.
베트남에서 돈주고 사와서 헌신짝처럼 버리는 여자들도 있다.
기자라는 직업의식에 사로잡혀 그 모든것을 다루고 바꾸려 한다해도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조금은 비루하고 조금은 던적스러운 인간을 견디며 살아가야 한다. 그것이 가장 큰 당면과제이다.

비루하고 던적스러운 세상이지만 달아나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소설의 제목인 '공무도하'에서 말하는 건너지 말아야 할 강은 인간 세상을 말하는 것이다.
죽을 고비를 맞아서도 꿋꿋이 삶을 이어나가는 박옥출의 모습이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다.
힘들고 치지고 짜증나는 세태지만 그것을 견디고 살아가는 것이 바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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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안 우리나라 소설을 읽지 않은 시기가 있었습니다.
너무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와 어려운 문체로 인해 접근이 힘들었습니다.
일본 소설을 접하면서 가볍고 재미있는 일본 소설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박민규 작가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읽으면서
한국의 젊은 작가들에데 호감을 갖게 되고 그들의 소설을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제 눈을 다시 돌려놓은 젊은 소설가들과 그들의 소설들을 소개해 볼까요?


박민규
현재 한국 문단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소설가로, 1968년에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3년에 [지구영웅전설]로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2005년 소설집 [카스테라]를 출간한 데 이어 세번째 장편소설 [핑퐁]을 선보였다 <출처 : 인터파크>

그의 소설을 만난 것은 저에게 축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통해 만난 그의 문체는 이제는 '박민규 소설'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형태의 소설을 만들어 낼 정도로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저와 거의 비슷한 시대를 살아 온 그이기에 그의 추억은 고스란히 저의 추억과 궤를 같이하고 그의 이야기는 저에게 100%이상의 공감을 가져옵니다. 그래서 더욱 그의 이야기에 빠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구영웅전설>, <핑퐁>을 거쳐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읽고 난 후 얼마전 <카스테라>까지 단숨에 읽어 버렸습니다. 세상의 승자가 아닌 패자 혹은 패자에 가까운 인물들, 소외되고 무시되는 사람들에 대한 따스한 시각과 그들을 패자로 만든 세상의 모순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이 그의 내공을 짐작해 하는 작가입니다.



박민규의 최신작인 이 소설은 세상 사람들이 모두 피하는 외모로 인해 세상에서 버림받고 무시당하다 스스로 세상을 피해다니게 된 한 여자와 아버지에게서 잘난 외모를 물려받았으나 그 아버지에게서 버림받은 상처를 지닌 한 남자의 사랑이야기 입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이 소설은 '박민규도 이렇게 로맨틱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여전히 세상에서 소외된 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이제껏 그의 작품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사랑을 이야기하고 그의 작품들 속에서 다소 남성우월주의적 시각을 보여주었던 그가 여자를 이야기의 중심에 두고 쓴 소설이라서 새로운 느낌을 주었습니다.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으나 아무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차별의 벽과 빗나간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이 아프게 느껴집니다. 마지막에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 또한 그의 새로운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정명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잡지사와 신문사 기자로 일했다. 2006년 한글 창제를 둘러싼 집현전 학사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뿌리 깊은 나무'로 한국형 팩션의 새로운 장을 열며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로 떠올랐다. 소설 '뿌리 깊은 나무'는 2006 네티즌 선정 올해의 책, 아침독서운동본부 추천도서로 선정되며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에서 뉴웨이브 문학의 기수가 되었다. 소설 '바람의 화원'은 1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으로 한층 견고해진 스토리와 치밀한 구성력을 보여준다. 조선 후기 화단을 이끈 두 명의 천재 화가 신윤복과 김홍도의 그림 속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그들의 삶과 예술, 그리고 사랑을 소름끼치도록 생생하게 그려낸다. 
<출처 : 인터파크>

작년에 '신윤복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SBS의 드라마 '바람의 화원'의 보면서 불쾌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제가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한 소설 <바람의 화원>에서는 '신윤복이 여자였을지도 모른다'라는 가정을 최후의 복선으로 깔고 반전의 소재로 삼았습니다. 그 가정이 신선했고 그 시도가 과하지 않았기에 훌륭한 팩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드라마는 이 가정을 아예 기정사실로 만들고 제작한 나머지 소설의 가지는 팩션의 재미는 모두 잃고 '신윤복이 여자였다'는 것으로 이끌어 간 느낌때문에 많이 싫었습니다. 어쨋든 이정명이라는 작가는  <바람의 화원> 이전에 이미 <뿌리깊은 나무>로 독자들을 놀라게 만든 한국 팩선의 강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그가 최신작 <악의 추억>에서 보여주는 외도(?)는 그의 새로운 매력으로 독자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이정명 작가의 신작 가제본 이벤트'에 당첨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그의 신작이 팩션일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도착한 가제본은 우리나라가 배경도 아니고 주인공부터 외국인인 범죄추리소설(?) 이었습니다. 그 가제본이 '악의 추억'이라는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자욱한 안개에 휩싸인 두 도시. 지나간 과거와 실패한 인생을 상징하는 '침니랜드'와 새로운 세계와 개발, 성공한 삶의 상징인 '뉴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안개와도 같이 찐득한 느낌의 연쇄살인범을 쫓는 과정을 그리는 이 소설은 인간의 기억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우리의 기억은 정말 믿을 수 있은 것인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하여 흔히 트라우마라고 불리우는 정신적 충격과 그 상처에 대한 치유과정, 그리고 반전이 가져오는 인간의 무서움까지 생각할 것을 많이 남겨주는 작품입니다. 언뜻 추리소설 같지만 그저 추리소설로 넘겨버리기엔 작가의 생각의 깊이가 느껴지는 소설입니다.


김이환
1978년생.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후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로저 젤라즈니, 아서 클라크, 로버트 하인라인, 엘리너 파전, 레이몬드 카버, 조앤 롤링, 얀 마텔을 좋아한다. 본명만큼이나 많이 사용하는 인터넷 닉네임 '콜린' 은 영화배우 콜린 파렐에서 빌려 온 것이다. 2004년 첫 장편소설 [에비터젠의 유령] 을 발표한 이후, 2007년 [양말 줍는 소년], 2008년 [오후 다섯 시의 외계인] 등의 장편소설을 출간했으며, 2008년 공동단편집 [한국 환상문학단편선] 에 참가하기도 했다. 또한 독립영화를 좋아하여 계간지 [독립영화] 에 평론을 발표해왔다. 판타지 SF, 동화 등 좋아하는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글을 쓰는 것이 목표다. 2009년 현재 네 번째 장편소설 [집으로 가는 길] 의 출간을 앞두고 있으며, 세 편의 공동단편집을 준비 중이다
<
출처 : 인터파크>


단연코 2009년 제가 읽은 소설 중 최고라고 말할 수 있는 소설입니다. 책 소개가 흥미로웠기는 했지만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던 소설인데 읽는 내내 정신없이 빠져들었던 소설입니다. 순식간에 읽어 버릴 정도로 몰입감도 강하고 그 속에 담긴 메시지 또한 임팩트가 있었던 소설입니다. 어느날 서울 시내 한 복판에 나타난 커다란 '구'가 사람들을 삼키기 시작합니다. 왜 나타났는지? 정체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사람들은 도망 다니기 시작하고 주인공 또한 그 혼란의 틈바구니에 끼여 정신없이 도주하게 됩니다. 결국 자신만은 '구'에 흡수되지 않는 다는 걸 알게 되지만 혼자 남겨진 세상에서 그가 겪는 혼란과 공포는 여전히 그를 감싸게 됩니다. 작가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근원적 공포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했다고 했는데 그 외에도 종교에 대해, 사회에 대해, 인간의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담고 있는 소설입니다. 읽고나서 한참동안 멍하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소설이죠. 아직도 '절망의 구'의 정체는 명확히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정은궐
금녀의 반궁, 성균관에 입성한 남장 유생 김 낭자의 파란만장한 나날을 다룬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을 썼다. 유교와 당쟁, 성균관 유생들을 소재로 아기자기한 연애담을 유쾌하게 그린 소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은 마치 시간 여행을 한 듯 눈앞에 펼쳐지는 생생한 시대상과 살아 움직이는 듯 매력적인 조선시대 F4 ‘잘금 4인방’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2009년 여름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후속작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을 발표하며 ‘잘금 4인방’의 귀환을 알렸다. 더욱 파란만장해진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에서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정조의 참모습과 규장각에 관한 모든 것을 보여 준다. 2004년 [그녀의 맞선 보고서], 2005년[해를 품은 달]을 출간했다.

<성균관...>과 <규장각...>시리즈로 새로운 역사 로맨스 소설을 탄생시킨 정은궐이라는 작가는 정말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느낌입니다. 조선판 캠퍼스 스토리인 <성균관...>시리즈와 그 후속편인 <규장각...>시리즈는 드라마로 만들어 질 예정이라고 하는데 특별한 각색이 없어도 될 정도로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이라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역사서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북카페 회원들이 너무 재미있는 소설이라고 하기에 읽어보게 되었지요. 그리고는 '잘금 4인방'의 활약에 박장대소를 하면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로맨스 소설이기에 제가 읽기에는 나이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도 있었지만 조선시대에 여대생(?)을 만들어 낸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을 하면서 읽었습니다.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성균관...>의 후속작으로 여전한 '잘금 4인방'의 모습에 아주 즐겁게 읽었습니다. 조만간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에 나름대로 가상캐스팅도 해 보면서 배우들의 얼굴을 상상하며 읽으니 더욱 재미있더군요. 청나라로 떠난 4인방의 활약을 그리는 속편을 기대하고 있으나 작가는 계획이 없다고 해서 많이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미처 알지 못했던 성균관과 규장각의 세세한 일상을 엿볼 수도 있었고 당쟁의 한복판에서 성군이었던 정조가 꿈꾸었던 세상 또한 엿볼 수 있었던 좋은 소설입니다. 로맨스 소설이라고 무시할 수 없는 소설입니다.


주원규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주로 현대정치와 밀교에 대한 관심을 갖고서 그에 대한 글쓰기를 즐겼으며, 건축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현실과 상상의 괴리를 표현하는 팩션에 대한 그의 관심과 열정은 남다르다. 올 봄, 복잡한 세상과 정치를 좀 더 알기 쉽도록 재미있게 그리고자 하는 그의 터치가 소설계를 들썩이게 할 것이다. 전작으로는 ‘젊은 예술가의 초상’ 등의 소설이 있으며 ‘민중도 때론 악할 수 있다’ 평론집이 있다. 현재 새로운 소설을 집필 중에 있으며, 잡지와 서적으로 독자와의 소통을 활발히 하고 있다.  <출처 : 인터파크>


우리의 젊은 소설가들이 소재로 삼고 있는 것이 얼마나 다양해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서울 한복판 코엑스에 대낮에 인질을 잡은 대형 테러가 발생하고 그 테러를 어떤 이유로든 막거나 동조하고자 하는 퇴역군인, 노숙자, 비정규직, 무대포 10대의 활약을 그린 이 소설은 그 소재에서 부터 저의 이목을 끌었고 그 소재를 가지고 상상하기 힘든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신인작가의 재기 발랄함이 기성작가들의 진중함 보다 아직은 제 취향에 맞는다는 느낌이라서 이 소설의 이야기는 정말로 흥미롭고 재미있었습니다. 세상에서 소외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아직 소외되지 않았다고 믿고사는 '열외인종'들을 주인공으로 자본주의 사회의 토사물로 전락해버린, 아니면 전락하게 될 미래를 걱정하는 오늘날의 인간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하고 있습니다. 특정한 대상이 없는 알 수 없는 분노에 사로잡힌 지금의 우리를 대신하여 그 분노를 한꺼번에 터뜨림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줍니다. 이런 소설 한권이 저의 정신건강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강지영
1978년 파주에서 출생했다. 숭의여대 문예창작과를 졸업 후 출판사, 광고대행사, 기업 홍보실 등에서 카피라이터와 마케터로 근무했다.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해 이듬해 공동단편집 [한국스릴러문학단편선], [한국추리스릴러단편선] 등에 참여했고, 같은 해 11월부터 [팝툰]에 〈심여사는 킬러〉를 연재, 출간 예정이다. 첫 소설집 [굿바이 파라다이스]에서 날선 시선으로 인간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직시하며, 중독성 강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준 작가는 첫 장편 [신문물검역소]를 통해 천부적인 이야기꾼의 재능을 펼쳐 보인다. 미스터리와 모험, 멜로 등 소설이 취할 수 있는 모든 장치들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작가의 노련함은 독자로 하여금 정신없이 웃다가 일순간 넋을 빼놓게 만든다. 한국 대중소설이 나아갈 신천지를 보여주는 무서운 신인으로 평가받으며, 출판과 영화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출처 : 인터파크>

가장 최근에 접하게 된 젊은 작가인 강지영은 이미 <굿바이 파라다이스>라는 소설집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번에 발간된 신작 <신문물 검역소>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코믹과 멜로, 미스터리를 버무려 멋진 비빔밥을 만들어 낸 작가의 능력을 보면서 <굿바이 파라다이스>를 꼭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습니다. 여러 장르를 섞었음에도 전혀 어색함이 없이 이어지는 능수능란함에 기가 질릴 지경이었습니다. 여성작가가 썼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여러 장면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기대되는 작가입니다.


17세기 제주에 외국의 난파선이 밀려오고 신문물이 들어차 있는 궤짝과 생전 처음보는 서양인이 함께 들어오게 됩니다. 나라에서는 '신문물 검역소'라는 임시기구를 만들고 '함복배'를 책임자로 임명합니다. 주인공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내성적이고 허당끼마저 있는 함복배는 신문물의 사용처를 알기위한 연구에 몰입하고 네덜란드인 '박연(벨테브르)'과 일본에서 보내온 선물인 '코길이(코끼리)'를 돌보게 됩니다. 함복배와 박연, 검역소의 노비인 영보와 부하직원 한섭, 식모 고상분 등이 어우려져 한바탕 웃음을 자아냅니다. 거기에 복배가 어릴때부터 사모하던 연지와의 로맨스가 송일영이라는 방해자와의 3각관계로 풀어지고 조용한 섬에서 벌어진 끔찍한 연쇄살인사건이 얽히면서 미스터리 소설까지 섭렵하며 기발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생전 처음보는 신문물에 대한 오해과 이해의 과정에서 웃음과 함께 화합과 소통의 메시지도 담고 있는 소설입니다. 코끼리만 어떻게 처리한다면 드라마로 만들어도 충분히 재미있을 것 같은 소설입니다.

이 외에도 젊은 소설가들의 신선한 소설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저의 독서가 충분히 많지 않은 관계로 더 많은 작가들을 소개하지는 못합니다.
이 작가들의 첫인상은 너무도 좋았습니다. 신선함과 기발함과 발랄함과 새로움까지...
물론 아직은 신진급 작가들이고 시간이 흐르면서 지금의 신선함이 바랠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지금의 이들의 모습은 정말 좋습니다. 세계 어느나라의 소설보다 재미있는 한국소설들을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일본소설이 그리 부럽지 않습니다. 한 때 그들의 다양한 소재와 이야기에 부러움을 가진 적이 있지만....
이 작가들 눈여겨 보아 주세요. 비록 제 주관적인 관점이지만 한국소설에 새로운 숨결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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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물 검역소
강지영 지음 / 시작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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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2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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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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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물 검역소
강지영 지음 / 시작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코믹

'힘을 주면 똥이 나올거 같은데...' 라고 부끄러워 하는 산모 때문에 억지로 끌어내야 했던 주인공의 탄생장면부터 코믹함을 내세우더니 신문물의 정체를 밝히는 부분에서 여지없이 웃음을 선사한다. '불아자', '만안경', '곤도미', '치설'... 등등. 도저히 주인공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소심하고 우물쭈물하는 '함복배'의 성격과 '신문물검역소'를 중심으로 모여드는 한섭, 영보, 고상분, 거기에 외국인 박연(벨테부루)까지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며 그들의 어설프고 뭔가 부족해 보이는 행동들과 대사들이 소설을 읽는 내내 독자들의 입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게 만든다. 왠만한 코메디 프로보다 많이 웃게 만들니 이 소설은 코믹 소설이다.

멜로

태어나서 울음도 안 터뜨린 주인공이 10살이 되도록 말을 못해 벙어리인 줄 알았는데 어느날 아버지 친구의 딸인 '연지'를 보고 입을 열기 시작한다. 벙어리로 알고 속만 태우던 부모들을 기절시키면서 까지 그의 입을 열게 만든 '연지'에 대한 사랑이 소심한 주인공의 모습과 어우러져 당당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연정으로 그려진다. 거기에 갑자기 끼어들게 된 '송일영'이라는 잘난 인간에 대한 질투심까지 더해져 소심해서 더욱 인간적인 주인공의 사랑이 더욱 재미있게 그려진다. 문득 소심해 보이는 주인공의 모습이 어쩌면 그렇게 나의 20대와 닮았는지... 공감 100배의 모습을 보며 그의 사랑을 열심히 응원하는 나를 보면 이 소설은 멜로 소설이다.

미스터리

그렇게 웃긴 사랑이야기로 흐르던 소설이 제주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연쇄살인을 통해 미스테리로 갑자기 방향을 튼다. 살해방법의 잔인성과 결혼을 앞둔 신부만을 노린다는 잔혹성에 섬은 공포에 휩싸이고 사랑하는 '연지'와의 결혼을 위해 주인공이 사건의 해결에 나서면서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소설이 된다. 처음에 범인으로 지목되었던 인물이 혐의에서 벗어났다가 다시 범인으로 추정되었다가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서서히 드러나는 사건의 실체는 인간의 더러운 욕망의 끝장을 보여준다. 읽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소설에서 이렇게 추악한 인간의 본성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순간 읽기를 멈추고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끔찍한 살인사건이 있고 범인이 있고 범인을 추적하는 인물들이 있으니 추리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미스터리 소설이기도 하다.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하는 작가의 스토리텔링

'강지영'이라는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서 처음 접했다. 아직 젊은 작가이지만 이미 '굿바이 파라다이스'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소개로 볼 때 주목받는 작가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읽은 이 소설을 통해 이 작가의 이름이 여기저기서 많이 보이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코믹과 멜로를 적절히 조합하면서 거기에 미스터리와 추리를 덧붙이고 전혀 신경쓰지 못한 곳에 던져둔 단서를 통해서 범인을 밝혀나가는 과정을 보면 이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성격이 전혀 다른 장르들을 이리저리 섞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음새가 전혀 어색하지 않음은 나에게 이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다. 거기에 잊혀져 가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사용하고 있어서 읽는 동안 여러번 사전을 찾아봐야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잊혀져 가는 아름다운 우리말에 한번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도 참 좋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소통과 화합의 메시지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신문물검역소'는 최초의 서양인인 '벨테부루'의 상륙과 동시에 이제껏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 새로운 문물과 마주하게 된 조선의 최전방이라고 할 수 있다. 서양인 박연(벨테부루)를 비롯하여 함께 떠 내려온 상자속에 담긴 신문물들은 그 시대 조선인들에게 미지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두려움을 떨치고 새로운 세계, 새로운 문명과의 조우를 나라의 발전으로 이어가려한 선조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신문물 검역소'이다. 결국 살인사건의 해결에 도움을 주게  되는 박연과 코끼리를 통해 낯선 세계에 대한 두려움으로 그들을 거부하지 않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과의 소통을 도모함으로써 얻게되는 이익이 크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점이 되고 있는 소통의 부재,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어쩌면 지금의 우리의 모습이 그 시대 조선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는 것 같다. 그래서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브래지어'를 '불아자'로 오해하고 머리에 쓰고 다니는 주인공 '함복배'를 통해 우리 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서로가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대립의 각을 세우고 있는 지금의 우리에게 작가는 화합이라는 쉽지만 어려운 명제에 대한 자신만의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끊이지 않는 웃음속에 많은 이야기를 닮고 있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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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테라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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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단 한편으로 나의 시선을 사로잡아버린 박민규라는 작가.
<지구영웅전설>과 <핑퐁>을 거쳐서 그의 최신작인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까지 단숨에 읽어버리고
그의 초기 단편들의 모음집인 <카스테라>를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10편의 그의 초기 단편들을 모아 놓은 이 소설집은 그래서 그의 문학적 배경과 완성과정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박민규 소설의 종합 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다.
책의 마지막에 달려있는 무지하게 긴 작품해설을 보지 않더라도 독자 스스로 충분히 그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냉장고.
오리배를 타고 전세계을 여행하는 ’오리배 세계시민연합’.
9호 구름을 타고 우주로 날아가 보니 지구는 둥근것이 아니라 한마리의 개복치였다.
어느날 갑자기 대왕오징어가 서울 한 복판을 습격한다.
평온한 가을날 느닷없이 나타난 헐크호간이 나에게 헤드락을 걸어온다.
운동권 출신의 농촌운동가의 농장에 외계인이 습격한다.

언뜻 보기에 도대체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이야기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정신분열증 환자가 두서없이 지껄이는 논리라고는 전혀 없는 이야기 같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작가 박민규의 정신세계와 그의 상상력을 따라가는 것은 너무도 힘들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의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쉽게 다음 이야기로 넘어갈 수 없었다.
기발하고 황당하고 정신분열증 같은 작가의 상상력 속에 숨겨둔 
세상에 대한, 자본주의에 대한, 소외되고 무시된 사람들에 대한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과
그 날카로운 시선속에 담긴 인간에 대한 애정, 그리고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 대한 위로가
한참동안 생각할 여지를 만들어 주고 지쳐버린 내 삶에 작은 쉼표를 건네준다. 그래서 잠깐의 행복을 느낀다.
그렇게 더디게 한편씩 읽어가다 보면 어느새 10편의 이야기가 끝나버린다. 그리고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박민규 소설’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독특하고 새로운 그의 문체는 여전하다.
아니, 이 소설집에 나오는 초기의 문체들이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서 완성되었다고 해야할까?
초기부터 그의 시선을 소외되고 약한 이들에게 향해있다.
경쟁에서 자의로든 타의로든 밀려난 사람들, 혹은 겉으로 성공했으나 가슴 속엔 채무를 가진 이들.
겉으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아가지만 언제든지 그런 처지에 빠질 수도 있는 지금의 우리들에 대한 시선이
이미 소외된 이들에 대한 따뜻한 애정으로 불안함과 초조함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작은 위로를 준다.

그의 상상은 한계가 없었고 그의 시선은 날카로우면서 따뜻했다.
역시 박민규다. 당분간 그의 매력에서 빠져나오기 정말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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