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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 1 - 엘파바와 글린다, 개정판 ㅣ 위키드 1
그레고리 머과이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뮤지컬 [위키드]의 원작이다.
처음 뮤지컬 포스터를 보았을 때 [오즈의 마법사]를 연관시키는 건 쉽지 않다.
게다가 아직은 뮤지컬을 즐길 수 있는 상류층이 아닌 관계로 큰 관심도 없었다.
우연히 원작소설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오즈의 마법사]와 관련이 있다는 걸 알고나니
도저히 궁금해서 책을 안 읽을 수가 없었다. 난 이런 수정주의 문학을 너무나 좋아한다.
소설은 [오즈의 마법사]에서 '서쪽의 나쁜 마녀'로 나오는 초록마녀의 이야기이다.
사실 어릴 때 동화로 읽었고 영화로도 자주 봤던 [오즈의 마법사]의 줄거리가 생각나지 않아서
결국 최고의 비서인 '네대리(네이버)'에게 검색을 부탁해서 줄거리를 기억하고 들어갔다.
그런데 결국 [오즈의 마법사]와의 연결점은 거의 없었다.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다.
[오즈...]의 무대인 '오즈'라는 땅의 역사와 에메랄드시의 마법사의 과거 이야기,
마법사의 통치 속에 불우한 운명을 타고난 초록아이가 마녀로 성장하는 이야기,
[오즈...]의 첫 등장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초록마녀의 동생인 동쪽마녀의 이야기,
[오즈...]에서 도로시를 도와주는 착한 마녀로 등장하는 글린다의 이야기 등이 펼쳐진다.
모든 수정주의 문학들이 그러하듯이 이 소설도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반전시킨다.
[오즈...]에서 착한 편이라고 믿었던 마법사와 글린다는 악한과 배신자의 모습으로 역전되고
나쁜 편이라고 믿었던 동쪽 마녀와 서쪽 마녀는 오히려 마법사에게 반기를 든 저항세력으로 그려진다.
이런 캐릭터의 역전을 수정주의 문학들의 가장 큰 매력이면서 가장 위험성이 큰 특징이기도 하다.
소설의 재미는 이런 캐릭터의 역전을 가지고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가에 달려있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고전의 새로운 해석 위에 덧쓰여진 메시지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역사를 통해 반복되는 세상의 수많은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다.
자신과 다른 사람들은 무조건 배제하고 보는 병폐는 초록마녀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을 통해 드러낸다.
마법사가 오즈를 장악하고 동쪽 마녀가 먼치킨랜드를 장악하는 모습에서 전제주의의 문제점을 보여준다.
말하는 '동물'들의 권리를 찾기위해 벌이는 초록마녀의 지하운동은 지금의 세상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초록마녀를 '서쪽의 나쁜 마녀'로 둔갑시키는 마법사의 모습은 익숙하다.
고전을 비트는데 그치지 않고 그 비틈 속에서 지금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을 달아 놓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뮤지컬에서는 사회에 대한 비판 보다는 두 여자의 우정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하니 다소 다를 수도 있겠다.
이 책에서 우리가 건져야 할 가장 큰 교훈은 '왜 그녀가 나쁜 마녀가 되었는가?'라는 것이다.
물론 마법사의 고의적인 조작에 의한 부분이 크지만 엘파바 자신의 성격상의 문제점도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런 그녀의 성격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을 보면 수많은 문제들이 겹치는 것을 볼 수 있다.
태어나면서 부터 초록피부로 인해 부모의 애정을 전혀 받을 수 없었던 상황,
커가면서 자신보다 더 불행한 운명의 여동생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
대학에 가서도 다른 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왕따와 편견 속에 홀로 지내야 했던 외로움의 극대화,
존경하던 교수(동물 교수)의 죽음에 결연히 일어났으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절망감.
이런 모든 상황이 그녀를 편집증이 있고 독단적이고 차가운 사람으로 바꿀 수 밖에 없었다.
마법사는 그런 그녀의 성격적 결함을 교묘히 이용해 그녀를 사악한 마녀로 몰아간다.
결국 우리가 '서쪽의 나쁜 마녀'라는 겉모습으로 그녀를 접할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의 내면에는
이렇듯 그녀를 둘러싼 환경과 그녀와 함께 지냈던 사람들과 그녀가 속했던 사회의 문제가 숨어있다.
작가는 그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단순히 '나쁜 마녀'라는 말로 표현될 수 없는 엘파바의 슬픈 운명을.
뮤지컬로 시작해서 관심을 생긴 소설이지만 역시 소설이 재미있다.
뮤지컬을 보지 않은 상황에서 소설이 '더' 재미있다고 할 수 없지만 역시나 재미있다.
다만 오즈의 세계가 워낙에 낯설고 소설의 문법이 쉽지많은 않기 때문에 읽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