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학과 해석학 서울대학교 인문학 연구총서 24
이남인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후썰의 초월론적 현상학과 하이데거의 해석학적 현상학”이라는 부제가 말하듯 양자의 관계를 규명한 논문집이다. 흔히 하이데거가 후썰의 현상학이 인식론적으로 편향된 것에 반발해 존재론적 인식론으로서의 해석학적 현상학을 제기하게 되었다고 하고 있다.

후썰의 초월론적 현상학은 초중기의 정적 현상학과 후기의 발생적 현상학으로 대별되는 데, 저자는 후썰의 미발표 후기 논문들을 연구하면서 발생적 현상학에 하이데거의 해석학적 현상학에서 제기된 내용이 담게 있다고 양자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가 없다고 강조하는 게 이 두꺼운 책의 내용이다.

과학만능주의에 빠진 현대 학문의 추세를 비판해 인본주의를 추구하려 했던 두 사람은 1916~30년까지 사제지간으로서 학문적 대화를 나누었다는데 후썰이 하이데거의 문제제기를 받아 정적 현상학을 보완해 발생적 현상학으로 나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승이 제자에게 배우게 되었다는 얘기가 되지 않을까.

그 이후 나치의 유태인 정책으로 대화가 단절되고 서로 자신들의 연구에 몰두해 서로의 진전된 연구를 못 본채 체 기존의 사상에 대해 일방적인 비판을 가하게 됨으로서 양자의 차이를 강조하게 되었고, 후대의 학자들에게 그 차이를 각인시키게 되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양자 사이의 다양한 차이점과 함께 소홀하게 여겨 왔던 공통점을 논증했다는데 의의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를 600쪽에 걸쳐 논증한 걸 읽는다는 너무나도 지루한 노릇이었다. 100쪽 정도로 압축해도 충분했을 것이란 느낌이다.

“‘transzendental'을 ’초월‘ 혹은 ’초월론적‘이라고 번역할 경우, 이러한 번역어에 들어 있는 ’초월‘이라는 표현을 철두철미.... ’낮은 단계의 대상적 의미를 토대로 더 높은 단계의 대상적 의미를 향해 초월함‘이라는 의미로 이해해야”(338)한다고.

“하이데거가 보다 더 근원적인 영역을 향해 자신의 해석학적 현상학적 분석을 심화시켜 나가면서 보다 더 이상적인 발생의 영역을 향해 끝없이 육박해 들어간 반면 후썰은 발생적 현상학적 분석을 심화시켜 나가면서 모든 유형의 초월론적 발생의 발생적 근원인 과거지평을 파고 들어갔던 것이다.”(562)

“후썰의 경우 현상학의 근본정신은 ‘사태 자체로’ 귀환하려는 태도이며, 하이데거 역시.....현상학의 근본정신에 대해 ‘문제가 되는 것은 비판으로서의 비판이 아니라, 사태를 들추어 내고 이해를 끌어내는 작업으로서의 비판이다’라고 천명하고 있는데,  양자 사이의 진정한 철학적 대화는 이러한 현상학의 근본정신을 회복할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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