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한살림 세상을 껴안다 - 한살림 20년 발자취
모심과 살림 연구소 지음 / 그물코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정직한 땀과 흉내내기 힘든 마음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을 다시 깨닫습니다. 서로의 생명과 생활을 기꺼이 책임지는 운동으로 지속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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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자 :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진우 지음 / 푸른숲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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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가다 벽돌 두 장을 발견하면 늘 합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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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3 0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랑, 그 환상의 물매
김영민 지음 / 마음산책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마찬가지로, 진정한 단 하나의 사랑은 결국 내가 모르는 어느 타인의 사랑˝_ 동감하지만 풍성하지는 않아요, 풍성하지 않아서 알기 쉽기는 하지만 쓸쓸해요, 쓸쓸하니 생각은 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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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모든 요소들을 제거한 뒤에 남아 있는 하나,

   그것이 바로 진실임에 틀림없다.

- 셜록 홈즈,<네 사람의 서명>

 

 

 

 

찰스 유. 기록할 이름이 하나 더 생겼다. 머리 나쁜 사람에게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여튼 기억하기로 하자. 이유는 하나. 책을 읽기 시작해 5분 안에 '이건 또 뭐야'라는 문장이 입 밖으로 툭-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사물을 가리키는 지시 대명사를 사람에게 사용하는 것이 어찌 좀 불손해 보이지만, 순식간에 내 입에서 튀어나온 문장은 '이건 또 뭐야'다. 그러니까 그냥 그렇게 옮긴다. 뭐, 작가가 이 글을 읽을 확률은 따질 필요도 없이 zero니까 말이다.

 

실은 '이건 또 뭐야'에는 나름의 계보가 있다. 2005년 이전의 계보는 새로울 것이 없으니 추억상자에 고이 모셔 두었고, 현재는 '이건 또 뭐야,시즌2' 로 불릴 수 있는 계보가 쓰여지고 있는 중이다. 살짝 리스트를 공개하면 '테드 창'과 '주노 디아스'가 '이건 또 뭐야,시즌2'에 포진해 있다. 그리보니 '테드 창'과 '주노 디아스' 그리고 '찰스 유'는 어찌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도 같다. 아아-이름도 다정한 3인방이 아닌가. 테드와 주노 그리고 찰스. 

 

여튼 내게만 대단한 '이건 또 뭐야,시즌2' 계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찰스의 책은 제목이 주는 원대함, 범우주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을 것 같다는 느낌에서는<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유쾌함과 허탈함 그리고 기발함도 비슷하고. 물론 양적인 면에서야 비교가 불가능하지만 말이다.

또한 인생이란 거시기하게 무의미하오, 그래서 나 자신에게까지 빵빵 총질을 가할 수 있는 것이오,라고 말하는 면에서는 <이방인>과도 비교할 수도 있겠지만, 오호-까뮈의 그것과는 또 다르다. 돌아가신 분에게 좀 죄스럽지만 찰스가 까뮈보다 좀 더 세련되었다. 물론 이 말은 조금 더 힘을 뺏다는 그러니까 의미과잉으로부터 좀 더 자유롭다는 뜻이다. 몰론 이것은 우리 세대의 강박인지도 모른다. 의미과잉을 피하려는 몸부림. 물론 <이방인>이 의미과잉이라는 뜻은 아니다.

더 나아가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 나선다는 점에서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와 비슷할까 싶지만, 워워- 이건 비교가 잘못되었다. 감히!(그런데 누구에게 감히,라고 말하는 것인가! 맞아 죽을 각오로 쓰면 신경숙이다) 게다가 찰스가 찾는 건 아버지다!  그런데 정녕 아버지일까?

한 가지 팁을 먼저 준다면 'Sf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뭐든 쉽게 답하면 안된다. 왜냐, 그러면 재미없으니까. 재미없는 것이 뭐 그리 위험하냐고. 아니다. 재미없는 건 쉽게 무시될 수 있고 무시되는 건 잊혀질 수 있고 잊혀지는 것들은 안전하지 않다. 게다가 진실은 뭐랄까 상황이 무르익고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스트레스로 각자의 페르소나 따위를 다 던져버릴 때, 쨔잔-하고 나타나야 제맛이다. 물론 쨔잔-하고 나타난 것이 김빠지게도 처음에 전두엽을 강타했던 생각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쨔잔-이 중요하다. 쨔잔-  

 

자, 이것은 시간여행,에 관한 이야기다. '익숙해!식상해!'라고 말할 수 있는 시간여행. 왠지 뻔할 것 같은 시간여행. 그러나 예단은 금물이다. 이 시간여행의 배경은 전반적으로 낯설고 심지어는 어렵고 게다가 찰스의 뻥까지 살짝 가미된 그래서 우와- 소리가 절로 나오는 '31번 국소 우주'다. '31번 국소 우주'는 건설과정에서 가벼운 손상을 입었다. 그러니 가능성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불능의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은가. 당신과 내가 살고 있는 이곳. 거기에 너무도 당연히 타임머신이 나온다. 물론 이 책에 등장하는 타임머신 'TM-31'은 굉장히(?) 독창적이어서 유리로 된 샤워부스와 닮아있다. 또한 'TM-31'은 '시간문법학'의 법칙에 따라, 그러니까 시제 변환을 동력으로 구동되는 기계다. 그러니까 '31번 국소 우주'의 공간과 시간을 넘나드는 타임머신은 샤워부스의 형태를 하고 있으며 시제 변환을 동력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너무 뻔뻔하군, 찰스) 그러나 이건 아무 것도 아니다. 타임머신을 소개하는 찰스의 말을 들으면 어맛-소리를 내며 놀랄 것이다. 찰스는 이렇게 쓰고 있다.

모두가 타임머신을 가지고 있다. 모두가 타임머신이다. 단지 대부분 사람들의 타임머신은 고장 나 있을 뿐이다. 가장 이상하고 어려운 시간 여행 방법은 다른 무엇의 도움도 받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은 한 곳에 붙잡히기도, 순환 고리에 들어가기도 한다. 시간에 사로잡히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타임머신이다. 우리 모두는 완벽하게 제작된, 우리 내부에 타고 있는 승객에게 시간 여행을 경험하게 해주는, 시간 여행, 상실, 그리고 이해를 경험하게 해주는 최첨단 장비를 갖춘 타임머신인 것이다. (235쪽)

후반부를 너무 일찍 소개했지만 여튼 놀랍지 않은가. 우리가 모두 타임머신이라는 사실이. 그래서 서로가 서로의 타임머신에서 각자의 시간을 경험하거나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그러니 찰스는 만날 수 있을까. 잃어버린 아버지를. 와우- 이것이 말하려는 것은 너무 쓸쓸하지만 또한 어째 너무 낯익지 않은가. 우리들의 관계와 우리들의 시간과 우리들의 기억과. 그러나 후반부의 놀라움은 시작의 의뭉함에 비하면 또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다. 시작은 더 의뭉하다. 시작은 이렇다.

그 일이 일어날 때, 일어나는 일은 다음과 같다: 나는 나 자신을 쏜다.

뭐랄까, 지금 말하고 있는 나 자신이 아니다. 내가 쏜 사람은 미래의 나 자신이다. 그는 타임머신에서 걸어 나와서, 자신을 찰스 유라고 소개한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나는 그를 죽인다. 나는 미래의 나 자신을 죽인다.(책의 처음)

미래의 자신을 쏜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젠장- 갑자기 엄숙해지려고 하다니. 아니다. 그럴 필요없다. 이것은 뭐랄까 엄숙하면 재미없는 그래서 차라리 허탈해야 하는 그런 여행이니까. 그러니 지금 단호한 표정을 지을 필요는 없다. 그건 재미도 없고 어렵다. 차라리 이 사건이 일어나기 위해 전제되어야 할 '시간문법학의 공리'를 들여다 보는 것이 옳다. 책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SF 공간 안에서, 기억과 후회는 하나로 모였을 때 타임머신을 만들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으로 작용한다.(59쪽)

여기에 힌트가 있고 답이 있는 것 같다. 왠지 추리가 되는 날이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타임머신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있는 것 같다. 여기에 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한 '사소한 명제' 하나를 연결해 생각한다면 더욱 명쾌해 질 수 있다.

사소한 명제

당신의 삶 중, 다음 명제가 진실이 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내일 당신은 모든 것을 영원히 잃게 된다.(301쪽)

셜록 홈즈가 아니더라도 이제 이 책이 존재하는 이유를 대충 눈치챘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잃어버린 아버지를 만날 수 있는지도 알 것이다. 아직도 모르겠다면- 음- 방법이-있다. 기분이 나쁘더라도 책을 읽으면 된다. 당연히 알게 된다. 

 

나는 책을 읽는 동안 나만의 'TM-31'을 만들었다. 시간문법학의 법칙을 충실히 따라가면서 기억과 후회가 만나 폭발하고 있는 지점들로 잠시 여행을 떠났다. 물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떠난 여행이기에 기쁘게 받아들였다. 어떤 밤이기도 때로는 어떤 아침이기도 했던 순간들. 상처주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혹은 상처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행동했던 어리석고 약한 내가 시간축 이곳 저곳에 뒹굴고 있었다. 언제 봐도 참혹한 모습들로. 또한 그 시간축에는 타인의 시간도 엮여 있었다. 안타까운 대목이다. 관계가 어긋난 순간들을 바라보는 것은 늘 고통이다. 그렇지만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 그 순간으로 돌아가 어리석은 나에게 아무리 소리를 쳐도 과거의 나는 요지부동이다. 과거의 나는 또 그 순간을 그렇게 최선을 다해 머저리같이 살아내고야 만다. 지금의 더 머저리같은 나를 만나기 위해 전력질주를 할 뿐이다. 물론 내게도 꽃 피고 달 뜨고 눈 내리던 밤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안에 머물 수는 없다. 기억할 수는 있지만 재현할 수도 머무를 수도 없다. 만약 그 시간에 갇힐 수 있다 해도 나는 거부할 것이다. 더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또한 그 시간에 나 혼자가 아닌 타인도 가두어야 한다는 것이 두렵다. 아니 될 말이다. 말이 아닌 것은 할 필요도 없고.

오호-또 뭔가 우울해지려 하다니. 역시 촌스럽다. 나는 그저 머저리다. 머저리라는 사실은 기쁘게 받아들이겠으나 촌스러울 수는 없다. 마지막 자존심,이라면 우습지만. 우스워도 할 수 없다. 이건 뭐랄까 내 존재의 사소한 명제니까 말이다. 우울한 분위기를 반전하려는 의도에서 찰스의 책에서 찰스의 문장을 하나 더 소개할까 한다. 물론 쓰면서 후회한다. 이것도 쫌 우울하군.

삶이란 어떻게 보면 미래의 나 자신과 나누는 확장된 대화와도 같은 것이다. 미래를 맞이하며 어떤 방식으로 스스로를 실망시킬 것인가에 관한 대화.(162쪽)

역시나 실패다. 우울하네. 아니다. 책은 우울하지 않다. 엄훠-소리를 내며 낄낄 웃을 수 있는 장면들이 가득하다. 진짜로. 그리고 자신을 그리고 아직은 비워진 현재를 만날 수도 있다. 이것도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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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2-02-24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테드 창을 읽다가 중도에 포기한 저로서는 찰스도 왠지 어려울 것만 같은;;; 덜덜. 하지만 낄낄 웃을 수 있다고 하시니 일단 입력!

굿바이 2012-02-24 19:21   좋아요 0 | URL
치니님! 절대 어렵지~않아요~~!!!

그나저나 잘 지내시죠? ^____^

꽃도둑 2012-02-29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또 뭐야?"..
근간에 소설을 한 편도 읽지 못한 저로서는 감이 떨어져도 한참 떨어졌는지
굿바이님 리뷰를 읽으면서 내뱉은 소리이지 뭡니까...ㅡ.ㅡ

찰스~ 는 이제 내친구?...전 찰스가 뭐하는 넘인지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굿바이 2012-03-02 11:24   좋아요 0 | URL
오호~ 찰스가 궁금해지셨군요?^^
찰스의 이력을 보니 참으로 대단한 녀석이더군요.
그런데 책은 쫌 더 대단합니다.

2012-03-27 1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체국
찰스 부코스키 지음, 박현주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부코스키의 책이다. 사직했거나, 사직하고 싶거나, 사직할 이유가 필요한 사람들이라면 망설일 필요가 없다. 아, 물론 누군가를 늘 협박하고 경고하는 사람들도 망설일 필요가 없다. 웃다가 슬퍼질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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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trash 2012-02-14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직해서 햄볶아요 >_<

굿바이 2012-02-14 13:34   좋아요 0 | URL
사직해서 요가즐겨요 >.<

風流男兒 2012-02-16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러워요 ㅠ ㅋㅋ

굿바이 2012-02-16 17:00   좋아요 0 | URL
미안해요 ㅜㅜ

흰그늘 2012-02-16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의 모습에 이끌려 '사직'을 '시작'으로 잘못 보았네요^
처음의 '시작'은 노화의 시작인줄 알았드랬습니다.ㅎㅎ
그래서 햄도 볶아먹고 요가도 즐기며 웃는 삶이라도 늙어면 슬퍼지는 건가 싶어서..

두번째 시작은 '사랑' 세번째 시작은 '꿈' 뭐 이정도.. 글자 한 획이 엄청나게 잘못된 방향으로 가버리더군요..

...... 저 할아버지를 보니까 '무탄트메시지' 에서 보았던 사람들처럼 느껴지네요 책을 읽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굿바이 2012-02-16 17:02   좋아요 0 | URL
흰그늘님 저 빵빵 웃었어요^^
그러게요, '사직'을 '시작'으로 보니 그렇게 보일 수도 있네요~

부코스키를 모든 독자가 좋아할 수는 없겠지만, 힘이 있는 작가에요.
뭐랄까...'나 이런 사람이다. 어쩔래?'

웽스북스 2012-02-18 23:53   좋아요 0 | URL
고백합니다....... 저도 시작으로 봤었어요. ㅎㅎ

굿바이 2012-02-19 17:02   좋아요 0 | URL
어찌 이 시간에 댓글을 남길 수 있단 말이오!!! 오호~ 신기하네^^
앗! 18일은 토요일이지..

페크pek0501 2012-02-20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 새 글을 올리시길 바랍니다. 저, 몇 번이나 왔다가 그냥 갔느데, 오늘은 이 말씀 드리고 나가요. 히히~~

굿바이 2012-02-24 15:03   좋아요 0 | URL
히히- 노느라 바빴습니다.

2012-02-27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