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가 내게 전화를 해서 다짜고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면 
그것은 최가 몹시 흥분해 있다는 뜻이다. 그럴 때는 조금만 기다리면 최가 무엇에 흥분했는지 알 수 있으니, 나는 조금 기다린다. 

최가 흥분한 이유는 트위터에서(정확히 트위터 말고 또 어떤 매체에서 논쟁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벌어진 모작가와 모비평가의 논쟁때문이었다. 나는 트위터를 이용하지 않는 관계로 실시간 그들이 주고받은 메시지를 비롯해 그들을 지지하거나 비난하는 사람들의 주장들을 알 수는 없었다. 물론 여기저기 옮겨지는 글들을 통해 대강의 내용과 진행상황만 파악하고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충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충 본 내용으로, 기억도 정확하지 않고, 맥락도 잘 모르면서 뭔가 말을 한다는 것이 조심스럽고, 실은 해당작가를 향한 내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을 나 스스로 누구보다 잘 알기에, 오독할 여지가 크다는 것이 내 침묵의 이유였다. 많이 치사한 이유지만 그게 사실이다. 물론 나처럼 어떤 배경도 어떤 직함도 없는, 그렇다고 무슨 파워 블로거도 아닌 내가 침묵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 스스로 침묵을 운운한다는 것이 더 같잖은 생각이라는 것은 두 말 하면 잔소리일 일이다.  

그런 내게 최가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 것은
나를 몹시 슬프게 하는 짓이다. 차라리 "생각이라는 것을 좀 하고 살아라"고 말하면 덜 슬프려나. 

여튼 최가 보내준 기사와 글들을 일단 모두 훑어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입이 쓰다.  
더 나아가 나같은 사람이 문학을 하겠다고 설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깨닫는다.
나도 어떤 상황에서는 해당작가처럼 말하고 행동했을 수도 있으니까. 아니, 짐작하건데 더 심한 일을 저지를 수도 있었겠다 싶다.
한때는 신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내 무능함이 싫었지만, 이럴때는 주어진 능력이 없어 깝죽거리는 짓이라도 하지 않고 살아감에 감사할 뿐이다.

해당작가의 작품 중에 <퀴즈쇼>라는 작품이 있었다. 그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작가 특유의 시크한(다른 단어를 쓸 수 있지만, 그냥 이 단어를 쓴다) 결말이 그리고 평소 느꼈던 작가의 낭만주의가 현실에서 이런 힘을 발휘할 수 있구나,싶어 놀라울 뿐이다. 그래서 최의 물음에 대한 나의 대답은 "그저 놀랍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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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예술가는 뭐 이슬만 먹고 살라고?
    from 제발 제발 2011-02-15 20:27 
          김영하씨가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봤다고 했는데,"소수가 부를 독점하는 곳에 진입 장벽까지 낮으면 지원자는 끊임없이 몰려든다"라는 그의 말이 뭘 어쩌자는 것인지 모르겠네. 마작방이나 강원랜드 입구에 걸려 있으면 딱 좋을 말이다 싶어.    
 
 
웽스북스 2011-02-14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저는 김영하 때문에 그저께밤엔 잠도 못자고 어제까지 아무것도 못했어요 -_- 아, 정말 ;;;;;;; 행간에 낀 기름이라니.!!!!!! 언니 최고에요!!!!!!

굿바이 2011-02-15 11:30   좋아요 0 | URL
그랬구나. 몰랐네...
나는 트위터를 사용하지 않으니까, 좀 늦게 이야기를 들었고, 어제 친구가 보내준 내용들을 읽어봤거든. 물론, 친구는 빼먹지 않고 글들을 보내준 것 같은데, 그래도 내가 직접 확인한 것이 아니어서 어떤 부분들은 놓칠 수도 있겠다 싶었어.
조영일씨와 관련된 글들과 거기에 서있는 페미니스트들의 글을 읽으며 아쉬운 부분이 많더라. 물론, 감정적으로 접근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면서도 뭔가 논리가 빠져있다는 그런 생각들이 있었고. 여튼, 그 부분 어떤 입장을 나도 전달하고 싶었지만, 워낙 아는 것이 없고, 공부가 짧아 뭐라 말하기가 창피했어.

굿바이 2011-02-15 11:35   좋아요 0 | URL
김영하씨의 글을 보면서 예술가라는 단어를, 작가라는 단어를 참 많이 곱씹어 본 것 같아. 어떤 의미에서 기름칠이 혹은 허세가 필요할 때도 있겠으나, 지금 시점에 그렇게 발화하는 것이 옳은지, 어떤 윤리같은 것을 필요로 하지 않았는지 하는 아쉬움, 혹은 민망함이 들더라.
물론 조영일씨도 약자와 강자라는 표현들을 통해 거품을 생산한 부분도 있지만 김영하씨의 글은, 우리가 정말 생각해봐야 하는 지점들을 흐려놓는 것 같았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여준 행동도 너무 게임의 룰을 잘 아는 듯 보여 보기 좋지 않았고.

진정 안타까운 것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 무능이었는지도 몰라. 그러니, 그들에게 허세를 운운하는 나야말로, 어쩌면 허세의 막장인지도 모르겠다.

웽스북스 2011-02-15 12:32   좋아요 0 | URL
조선일보 1면에 기사가 나고, 그를 옹호하는 댓글이 막 올라오고 있어요.
그의 의견에 누가 주목하는지, 그의 의견을 누가 이용하는지,
그가 어디로 간 건지, 아니 어쩌면 계속 거기 있었는데 사람들이 모르고 있었던 건지, 정확하게 보여주는 현상들이 계속 드러나고 있는 것 같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만 같아요. 차라리 수면 위로 올라와 잘됐다는 생각도 들고. 흐려짐으로 인해 오히려 명확해지는 것들이 있네요.

아. 그나저나 저는 이놈의 성격이 문제에요. 그냥 욕하고 넘어가면 되는 걸 말이죠 -_-

굿바이 2011-02-15 12:58   좋아요 0 | URL
그가 거기까지 사고하고 행동했다면...글쎄다. 일단 그런 생각은 사실관계를 밝힐 수 없으니 접고, 나도 기사를 봤어. 또한 그 기사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어디에 방점을 찍고 있는지도 보이고. 뚜렷이 보이는 것들도 있으니 다행이다 싶은데, 그것을 다들 알아볼 수 있을지 그건 또 모르겠어.

김영하씨가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봤다고 했는데,"소수가 부를 독점하는 곳에 진입 장벽까지 낮으면 지원자는 끊임없이 몰려든다"라는 그의 말이 뭘 어쩌자는 것인지 모르겠네. 마작방이나 강원랜드 입구에 걸려 있으면 딱 좋을 말이다 싶어.

2011-02-14 2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15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흰그늘 2011-02-14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절절하게 작가를 꿈꿔온 적은 없었지만.. 독서를 좋아하고.. 때로는 불현듯 찿아오는 어떠한 생각들을 일기마냥 기록해 두곤 했었어요.. 시간이 아주 많이 지나.. 그 어떠한 날엔.. 그러한 기록들을 읽어보게 되어지는 그 어떤.. 순간들도 있었던것 같아요..

위의 글을 읽어보니.. 이번글은.. 무척이나 댓글을 달기가 부담이 되는군요..
그러면서도.. 또 다른 이들의 생각들은 어떠할까가 궁금하여 지기도하고.. 한사람 한사람에 대한 굿바이님의 답글 또한 어떠할까 생각해보게 되네요.. 다소 글이 길어졌습니다.. 뚜렷해지지는 않았지만..
오랜시간 생각해볼수 있었던 글.. 고맙습니다..

위의 글을 통하여 두분의 논쟁을 조금.. 저도 읽어 보았드랬습니다..




굿바이 2011-02-15 11:52   좋아요 0 | URL
부담스럽게 한 것 같아 저도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두서도 없고, 맥락도 없고, 논조도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죄송하고 그러네요.

김영하씨가 수많은 고은이들의 건투를 빈다,는 발언을 하셨는데, 앞뒤를 다 짜르고 정말 수많은 고은이를 비롯해, 수많은 우리들의 건투를 빌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러니, 저 말이 그저 저 문장으로 끝났으면 하는 바램도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다른 생각을 하실 수 있고, 각기 지지하거나 지적하는 부분도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논쟁과 관련한 글들을 읽어보셨다고 하니 흰그늘길님도 나름의 판단을 하셨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언제라도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흰그늘 2011-02-16 20:51   좋아요 0 | URL
간 밤.. 자려고 누웠는데 불현듯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하며.. 백석의 '흰 바람벽이 있어'가 되내어 지는 겁니다.. 모르겠어요.. 사람과 세상, 그리고 나에 관하여 생각을 참 많이 해보았었던 하루였나 봅니다..

예전에는 잘 모르겠더니.. 삶의 부피가 쌓여 갈때마다.. 치열한 일상의 생존은 저로 하여금 김수영 선생님의 '시'와 '산문'들을 참 많이도 찾게 하는군요.. 오늘은.. '강가에서' 와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를 읽어 보았드랬습니다.. 좋은 글.. 자주 올려주세요^^

치니 2011-02-15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체로 저도 굿바이 님과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트위터를 하지만 건성으로 하고, 김영하도 조영일도 팔로우하지 않을 뿐더러 제가 팔로우 하는 분들이 이런 논쟁에 발 빠른 분들이 아니라 소위 리트윗 된 것도 늦게 봤는데요, 다른 건 다 제 짧은 지식과 깜냥으론 뭐라 말을 못하겠고, 두 가지 생각만 나름 명료한데,
하나는 조영일씨가 문제의 기혼 여성작가 운운 멘션 뒤에 트위터의 구조를 몰라서 그랬다, 행간을 읽어달라,고 주문했단 건 웃기지도 않는 변명이라고 생각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김영하씨가 그 많은 말들을 다 하고나서 골방으로 들어간다면서 블로그와 트위터를 닫고 게다가 경향에 기사까지 스윽 흘려주고 떠났다는 건 참으로 연예인스럽다는 것.(연예인 병이라고 있어요, 참 심각한 병)

근데 굿바이 님이 작가가 되려고 설치지(^-^;;) 않아서 왠지 안타까운 건 저 뿐일까요.

굿바이 2011-02-16 14:35   좋아요 0 | URL
엄훠~~~~ 장담합니다. 치니님만 안타까워 하시는... ㅠㅠ

연예인 병이라는 것이 있군요 :) 의미가 팍팍 전달되서 혼자 웃었습니다 ㅋㅋ
저도 치니님 생각과 비슷합니다. 다만 더 눈에 거슬렸다면, 김영하씨가 기사까지 흘리고 가시는 것 같아서 뭐랄까 좀....영민한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