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조용히 해요,노동자들끼리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거예요_알라딘예술역사청소년MD
황군이 미안한 표정으로 내게 말한다. 여름휴가를 가을에 가도 괜찮니? 이번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출근해야 하는데 미안해서 어쩌니?
나는 무슨 말을 할까 망설였다. 당신 회사만 일해? 전시야? 일하면 추가근무 수당은 줘? 도대체 결혼이라는 건 왜 했어? 이건 하숙생이야? 새벽부터 밤까지 일을 해도 그 일은 끝나지가 않아? 사랑이 뭐 이래? 업무환경 개선을 생각해봐야 하는 건 아니야? 당신 회사 CEO는 밥만 축내?....... 수많은 독설이 순간 목구멍에 걸려 숨이 막혔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말할 수가 없었다. 황군의 눈빛을, 지치고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그의 눈빛을, 그의 가는 손가락을 나는 모른 척 할 수 없다. 그래서,
쉿,조용히 해요,노동자들끼리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거예요, 라고 말했다.
누구의 말이었을까? 순간 나도 모르게 뱉은 이 말의 출처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알라딘예술역사MD의 서재에 쓰여 있던 글이다.
황군의 눈에 조그만 울음이 맺힌다. 나도 잠시 주춤거렸다. 싸구려 화이트 와인에 얼음을 담아 황군과 홀짝였다. 조금이나마 밝아진 황군이 내게 말한다.
아파트 입구에서 탈피를 하다 떨어진 매미를 다시 나무에 올려줬어. 오늘 밤, 탈피가 무사히 끝나서 그녀석 실컷 울면 좋겠어.
그녀석일까? 나는 알 수 없지만, 어느 매미와 또 어느 매미가 죽을힘을 다해 운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의 말들이, 태어났기에 죽어가는 모든 것들의 울음이 여름을 달린다.
우리끼리는 고맙다는 말을 하는거예요, 고마워요 당신들, 이라고 나는 오늘 중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