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예술제 풍경-


  나는 부산 비엔날레 바다 예술제가 열릴 때마다 부산에 살고 있는 것이 큰 축복처럼 느껴 진다. 2002년 부산 비엔날레 바다예술제가 열렸을 때도 일요일 하루를 시립미술관에 전시된 미술품과 바다예술제전시품을 보며 행복한 하루를 보내었다. 그래서 올해도 집에서 먹거리를 챙겨 들고 행복한 맘으로 나들이를 나섰다

   한국 콘도 앞 쪽에 전시된 양혜경씨의 ‘고독’ 이라는 작품을 보며 관람을 시작했다. 멀찍이 떨어져 서 보니 이 작품이 파란 하늘을 찌를 듯 날렵하다. 작품 주변을 빙 돌며 바다와 하늘과 작품이 한데 어우러지게 사진도 찍고, 작품 옆에 서서 고독에 몸부림치는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이리 저리 작품을 둘러보았다. ‘귀향’이라는 작품 가운데를 지나 장준석씨가 출품한 ‘하늘보기’ 앞에는 제법 긴 줄이 서 있다. ‘저 속에 무엇이 보이길래’ 궁금증이 인다. 줄지어 선 사람들이 궁금해서 복 나오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뭐가 있어요?”

  “아무 것도 없어요.”

   그런데도 나도, 다른 사람들은 아무것도 없는 그 무엇이 궁금해 계속 줄을 서 있다.

  드디어 내 차례 작은 구멍 속 렌즈를 통해 본 하늘은 글쎄?

  ‘바람의 속삭임’ 앞, 그런데 바람이 뭐라 속삭이지? 노란 노끈으로 만든 징 같이 생긴 것이 아래에 매달려 있는 위로 빨간 바람이 끊임없이 뭔가를 속삭이는데.

  그런데 3분의 1정도 봤을 까? 작품이 많이 훼손 되었다. 아이들이 물장난을 하다가 젖은 옷을 벗어 작품에 걸어 말리는 사람들, 신발이랑 옷가지들, 가방 같은 걸을 올려 놓은 사람들, 작품에 주렁주렁 매달려 그네를 뛰는 아이들 자원 봉사자 한 명이 이리저리 오가며 말리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파도를 잡고 풍경을 잡고 사람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만들었다는 ‘덫’은 재료로 쓰인 타이어가 늘어져서 바람이 빠지고, 찢기고 형태를 알아볼 수가 없다. 그 위에 여전히 어른 아이할 것 없이 올라가 굴리고 뭉개고. ‘그것이 가야할 길’ 위에는 초등 고학년이나 중학생 쯤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아예 올라가 미끄럼을 타고 놀고 있고 무게를 견디지 못한 작품이 무너질 것 같이 위태롭다. 

  ‘도약’ 이라는 작품은 아이들이 쉼없이 오르락 내리락 그 아이들 부모는 긴 다리에 매달리는 모습을 사진에 담느라 여념이 없다. 양 발등과 다리가 칠이 다 벗겨지고 군데군데 살점이 떨어져 나갔다. ‘도약’이 아니라 힘이 빠진 다리가 주저앉게 생겼다. 안타깝다

  즐거운 나들이가 점점 안타까움과 짜증으로 바뀐다

  학교에서 단체 관람을 오거나 집에서 개인적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미술품을 관람하러 올 때 반드시 미술품을 관람할 때 지켜야 할 예절을 아이들에게 주지시켜 데리고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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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일기를 쓰야 되느냐고 묻는 아이들에게

                                       -‘안네의 일기’를 읽고-


  가끔 아이들이 묻는다

  "왜 일기를 써야 되는데요?

  글쎄 왜 일기를  써야 될까?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나 파브르의 ‘곤충일기’를 보면 하루하루 자신의 생활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정성껏 기록하거나,  세상에 일어나는 일, 또는 자신이 관심을 가진 분야를 꾸준하게 관찰해서 기록을 한다면, 일기는 그 개인의 하루하루의 기록이라는 의미를 넘어 세상 사람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더없는 교과서가 되기도 한다.그런데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시큰둥하다

  그래서 권해 준 책이 '안네의 일기'다.

  이 책의 주인공 안네의 아버지는 유태인이다.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피해  네덜란드로 이주를 한다. 그런데 제2차 세계 대전 중에 독일이 네널란드까지 점령을 한다. 시시각각으로 연합군이 네덜란드로 들어온다는 보도도 있지만 언제 연합군이 들어올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황, 네덜란드로 들어온 독일군은 네덜란드에 살고 있는 유대인들도 보는 대로 잡아 수용소로 보낸다.  안네 가족은 다행히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한 건물에 숨어들어 2년 가가까운 은둔 생활을 하지만 연합군이 네덜란드에 들어오기 직전 체포가 된다. 안네의 일기는 여기서 끝이 난다.

  은둔 생활을 하기 전 안네는 친구들과 수다떨기를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아서 친구들과 선생님들로부터 인기가 많은 아이였다.  그런데 은둔 생활을 시작하면서 낙천적이고 똑똑한 이 아이는 어른들에게 늘 말썽이나 부리고 남의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는 제멋대로 하는 아이라고 쉬지 않고 잔소리를 듣는 아이가 되어버린다. 자유분방한 아이가 좁은 공간에 갇혀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일인지 어른들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키티(일기장)와 이야기 나누기이다. 자신의 마음 속에 일어나는 수많은 생각들을 키티와 이야기를 나누며 힘든 은둔생활을 견뎌나간다. 일기는 힘든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안네에게 세상에 둘도 없는 소중한 친구였다

  고학년이 되면 비밀도 많아지고 부모에게 말 못할 고민도 많아진다. 그리고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마음 속 풍랑도 거세진다. 이때야말로 진짜 일기쓰기가 필요한 시기다.안네처럼.

  일기장을 친구삼아 자기의 마음 속에 이는 풍랑도 다독이고 ,자라고 있는 생각들을 들여다보다보다 보면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아이로 커 나갈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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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암에서 마주친 풍경하나-

금정산을 올랐다가 내려 오는 길에 금강암을 들렀다. 금정산 오르는 길은 북적거리는데 약간 비켜 앉은 이곳은 고즈넉하다.

  커피 한 잔을 뽑아 들고 마루에 앉았다. 참 좋다. 굴뚝에서 모락모락 올라오는 연기도, 한가로운 사람들 모습도, 주변 풍경도. 사람이 북적거리는 곳을 유난히 싫어하는 정희도 이 곳에 오니 네팔에서 하루 종일 해바라기 하며 살던 일이 생각난단다.

말없이 풍경만 바라봐도 마음 속 풍랑이 가라앉는다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마주친 풍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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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그림 2004-11-23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녁무렵 인가 봐요! 어스름한 풍경 고즈넉하네요~!

다솜 2004-11-23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산 기슭이라 어둠이 빨리 찾아 왔어요. 4시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해거름 때인 것 같지요.
 

-단풍 든 금정산-


“언니야, 산에 한 번 가자.”

“니가 웬 일로 산을 다 가자는데?”

“이래 살다가 숨막혀 죽을 것 같다.”

“어디 가고 싶은데?”

“가까운 데 가자, 늦게 가서 쉬다가 걷다가 올 수 있는 데.”

“그럼 금정산 가면 되겠네. 안 그래도 우리 식구들이랑 이번 주 금정산 갈라 켔는데.같이 가도 되제?”

“안된다. 내 언니 엄마보다 더 못 걷는다 남사스러워서 안된다.”

요즘 정희가 참 힘들다. 부산 경기가 바닥인 탓에.

그래서 늦은 아침을 먹고 정희랑 바람 쐬러 간 곳이 금정산. 이 맘때 금정산은 참 이쁘다.

 (범어사 뒷편에 있는 금감암 가는 길 옆에서 본 단풍 나무 한 그루) 


(범어사 지붕 위에도 가을이 내려 앉았다)



(담위에도 가을이 내려 앉았다)



(범어사 벽 가득 가을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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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그림 2004-11-23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 향이 풍겨오네요!!

다솜 2004-11-23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풍 든 금정산도 좋았지만 담벼락에. 지붕위에 .담위에 소담스레 내려앉은 가을에 자꾸 눈길이 갔어요. 아마도 나이든 탓이겠죠. 작고 사소한 것들에 눈길이 자꾸 가는 것은.
 


                                                (화왕산 정상의 억새밭 풍경)

-화왕산 억새-그 빛바랜 물결 속으로 -


  

화왕산 억새- 그 빛바랜 물결 속으로


아주 오랜만에 산행을 했다. 가까운 금정산을 가려다가 화왕산 억새를 보러 가기로 했다. 옥천 관룡사에서 722능선을 타고 화왕산 정상까지 가는 길은 2시간 30분이 걸리고 창녕여중고 쪽으로 올라가면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고 해서 점심 무렵 출발한 우리는 창녕여중고 쪽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창녕 진입로 입구는 차들이 움직일 줄 모르고 늘어서 있었다.

  고속도로를 한 구간 더 올라가 현풍으로 들어간 다음 거슬러 다시 내려 와 창녕 시내로 들어서니 입구에서 차들이 오도가도 못하고 늘어서 있다


  주차할 곳을 찾아 한참을 헤매다가 창녕 박물관 아래에 있는 동네 입구에 차를 세우고 창녕 박물관을 들렀다. 창녕은 철기시대, 비화 가야 땅이었단다. 그래서 박물관에는 대부분 그 때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 옆과 건너편은 교동 고분군이 흩어져 있다. 새파란 하늘과 잔디옷을 잘 차려입은 부드러운 능 선이 참 잘 어울린다. 쉬어 가고 싶지만 화왕산을 먼저 오르기로 했다


  입구부터 북적인다.  가파른 길을 올라가는 데 내려 오는 사람과 올라가는 사람이 함께 뒤엉겨 예상 시간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 사람들이 움직일 때마다 풀석풀석 먼지가 일어 입을 가리고 올라가야 할 정도다.


  정상에 올라서니 사람반 억새 반이었다. 제법 늦은 시간이라 오전에 올라온 사람들은 거의 내려갔는데도 빛바랜 억새 물결 사이로 사람들이 파도처럼 밀려 다니고 있었다.

  영남의 알프스라고 알려진 신불산, 취서산 억새는 키가 커서 그 속에 묻히면 거의 사람이 잘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끝도 없이 늘어선 억새밭 사이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 보면 무아지경에 이를 만큼 아름다웠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화왕산 억새는 키가 좀 작다. 양지 쪽은 큰데 음지 쪽 능선에 있는 억새는 자그마하다. 그렇지만 화왕산 억새도 나름대로 멋있다


  늦은 점심을 먹고 억새 물결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정상 맞은 편 능선을 올랐다. 한가롭게 억새풀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는 길, 맞은 편 정상을 보니 정현종 시인이 말처럼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난다. 나도 정상에서 보면 억새 물결 속에 아름다운 풍경으로 피어나고 있으리라 

  능선에 올라 사방을 둘러 보고 내려와 올라왔던 길이 아닌 자하곡 산림욕장이 있는 길로 내려왔다. 이 길은 올랐던 길 보다 덜 힘들고 길도 넓다. 그런데도 한 걸음 옮기고 쉬고 한 걸음 옮기고 쉬어야 할 만큼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아이구 무시래이” 이 한마디로 상황이 설명될 만큼.

 

  화왕산장 앞에 오니 누군가가 미친 듯이 북을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도인 같은 모습이 재미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쳐다보고 있다.

  돌아오는 길, 어둠이 내려 앉은 길을 따라 부산으로 돌아오는데 연신 하품이 나오긴 하지만 가뿐하다.

 

 올 가을 화왕산 억새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가을 날을 보내고 있다


화왕산 찾아가는 길

창녕은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대구-마산간 고속도로를 이용해 갈 수 있다. 자가용을 이용하여 구마고속도로로 찾아올 경우 창녕 I.C에서 빠져 나와 국도 20, 24호선을 따라 직진하여 5분 정도 오면 읍내를 통과하여 창녕여중교가 나오는데, 그 뒤편으로 산행 들머리인 자하곡 계곡과 만나게 된다. 목마산성쪽 진입로는 창녕여중교 옆에 있는 솔터마을 아파트 뒤편 도로가 꺾이는 지점에서 논두렁을 지나 능선을 올라타면 된다. 관룡사를 들머리로 잡을 경우 옥천계곡 쪽으로 가려면 창녕 I.C에서 빠져 나와 밀양방면 5번국도를 이용하여 15분가면 계성면이 나오고 군도를 이용하여 15분 정도 올라가면 옥천계곡에 다다른다

 

 

여행 팁 

창녕은 아이들을 데리고 1박 2일 정도의 일정을 잡아 견학을 가도 좋을 만한 곳이다. 가까운 우포늪에서 생태학습도 할 수 있고, 푸른 우포늪을 지키는 사람들이라는 단체에서 운영하는 환경 체험학습도 할 수 있다. 아이들 조상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국보, 지방 문화재로 지정된 유뮬들이 여기 저기 산재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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