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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 ㅣ 반올림 3
수지 모건스턴 지음, 이정임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11월
평점 :
-중학생이 되면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까? -
초등 6학년 아이들에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너희도 빨리 중학생이 되고 싶니?”
“아뇨? 그런데 누가 빨리 중학생이 되고 싶다고 했어요?
이 책을 읽은 후 내가 가르치는 초등 6학년 아이들에게 ‘너희도’하고 물었더니 아주 의아스러운 눈길로 내게 되물었던 말이다. 중학생이 된다는 것은 밤 늦게까지 학원에서 공부하고 토요일도 학원을 가야한다는 뜻인데 왜 중학생이 되고 싶겠냐고. 막연한 호기심조차 없다.
이책은 중학교 입학을 알리는 통지서를 마르고 닳도록 읽고 중학생이 되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마르고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드디어 중학생이 된다’는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중학생이 되면 초등학생 때와는 다른 굉장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기대에 부푼 마르고.
중학생이 되는 것에 회의적인 우리 나라 아이들과는 달리 이렇게 기대하고 있는 마르고는 보니 호기심이 생긴다. '프랑스 중학교는 뭔가 특별한 게 있나 보다. 프랑스의 중학교는 우리 나라 중학교와 어떻게 다를까? '
아마 이 책을 접하게 되는 초등 6학년이나 예비 중학생들도 이런 기대를 하며 이 책을 읽을 것 같다.
그런데 우리 나라의 중학교와 별반 다를 게 없다. 교사들의 위압적인 태도 앞에 아이들은 주눅이 들고, 획일적인 준비물을 강요하는 교사들로 인해 멀쩡한 파일을 두고 학교에서 요구한 색깔의 파일을 구입해야하는 일들. 수업을 재미있게 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아이들을 탓하는 교사들. 그래서 수업시간에 딴짓하며 제각각 노는 아이들. 우리 나라 중학교 교실에서 낯설지 않게 볼 수 있는 풍경들이다.마르고는 점점 의욕을 상실해 간다
초등학교와는 다른 뭔가를 기대하며 의욕과 투지를 불사르던 마르고가 시간이 지날수록 의욕을 상실해 갈 때 아이들 입에서 “그러면 그렇지. 프랑스라고 뭐 다를게 있을려고”라는 말이 나올 것 같다. 그렇지만 이 책은 지루하지 않다. 마르고의 좌충우돌하는 생활들을 수지 모건스턴이라는 작가는 아이들 머릿속으로 들어간듯이 재미있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학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 마르고는 중학생활에 대한 환상은 깨졌지만 부딪히는 문제를 나름대로 해결해 가면서 중학생활에 적응해 나간다. 간간이 재미있는 일들도 만들만큼 여유도 생긴다. 지루한 수업시간에 쪽지 돌리기, 친구들과 단체로 바닷가로 놀려가기, 그런데다가 연정을 품고 다가오는 남학생도 생긴다. 중학생활이 절망적이지만은 않다.
내 나라, 남의 나라 할 것 없이 아이들은 어른들 눈에는 별스러울 것 없는 일들로 상처를 받기도 하고, 절망도 하면서도 조금씩 성장해 간다. 중학생이 된다는 것은 특별할 건 없지만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며 정신적인 성장을 시작하는 단계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조금은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예비 중학생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마르고가 점점 의욕을 상실해 가는 모습을 ‘수전노의 금고에 은전이 쌓여가듯 학습장 속에 마르고의 걱정이 산처럼 쌓여 간다’ 와 같이 표현한 수지 모건스턴의 재치있는 글솜씨를 자연스런 번역으로 잘 풀어낸 점도 아이들에게 이 책은 권하고 싶은 까닭중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