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날(7월1일)

  오늘은 온천을 가는 날이다. 일본의 3대 온천 지역 중 하나라는 아리마 온천으로 향했다. 그런데 일본인들 우리 나라 사람들이 자기 마을 온천 오는 걸 싫어한다더니 이 곳은 좀 심했다. 여행내내 몸이 좋지 않았던 한 아주머니께서 바닥에 누워있는 것을 보고(같은 한국인이 보기에도 좋은 모습은 아니었지만) 인상 쓰며 힐긋거리는 일본 사람들 땜에 다른 아주머니 한 분이 기분이 상해 온천욕을 마치고 나와 가이드 보고 불만을 토로했을 정도였으니.


이곳 온천 물에는 철이 많이 섞혀 있어 물이 붉다. 마시면 위장병을 고친다는데(비위 약간 사람들은 먹기 힘들 것 같은 맛) 나는 어깨가 아파서 일행들이 나가고도 혼자 남아 끝까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구고 있었더니 밖에 나오니 얼굴이 물 묻은 고구마 같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피부는 오히려 거칠거칠하다. 노천 온천에 가서 족욕도 했다. 관광객이 많은 날은 줄을 서야 한다는데 비가 부슬부슬 내려서 그런지 족욕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30도 정도의 온천물에  앉아서 하다가 제일 위쪽 40도 이상의 온천수가 나오는 곳에 자리가 비어 20분 정도 발을 담궜다. 일행 중 한 사람은 일찍 나와 마을을 둘러 보았다는데 참 예쁘더란다. 이 마을 역시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도 아라시야마 같은 고풍스러운 멋이 있어 둘러 보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지만 족욕 하느라 시간이 없다.  (비가와서 사진을 못 찍었다)

 

  오사카로 이동해서 간 곳이 토요토미 히대요시가 지은 일본의 3대 명성 중의 하나라는 오사카 성. 아즈치 모모야마 시대 오사카는 정치 중심지인 교토로 들어가는 육해 교통의 요충지였다고 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이 곳을 통일 사업의 거점으로 삼기 위해 이 성을 쌓았다고 한다. 성 주변은 강물을 끌여들여 팠다는 해자가 있고 높게 쌓아올린 성벽 가운데 지금은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천수각이 있다. 오사카 성이 난공불락의 성이었다더니 맞는 말 같다. 천수각 안에는 층 마다 다른 여러 유물들을 전시해 놓았다.무사들이 쓰던 칼들을 지금도 번쩍번쩍한다., 섬찟하다. 당시 전쟁을 상상해서 만든 비디오를 보니 참혹하다.


                                           오사카 성 성벽과 해자

오사카 성을 나와 간사이 공항과 가까운 곳에 있는 아울렛 매장 링쿠타운에 들렀다가 대형 할인 마트에 들러 치약이랑 파스 같은 것들을 사고 저녁에 먹을 김초밥도 샀다. 잠은 간사이 공항 안에 있는 닛코 호텔에서 잤다.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할 무렵 ,닛코 호텔에서 바라본 드라마틱한 구름

넷째날(7월2일)


                                  간사이 공항 주변 풍경

  아침에 일어나 커텐을 젖히니 간사이 공항 주변 바다가 훤히 보인다. 어제, 폭우 때문에 비행기가 못뜬 곳도 있었다는데 하늘이 흐리긴 해도 비가 올 것 같지는 않다. 오는 날이라 2층 뷔페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 껏 먹고 10시 30분에 짐을 챙겨 호텔과 연결되어 있는 간사이 공항으로 갔다

  보고 싶은 곳을 천천히 마음껏 보고 다니던 여행을 하다가 패키지 여행을 하려니 시간에 쫓겨 보고 싶은 곳을 못 보고 와야할 때는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그래도 가이드가 재량껏 시간을 조절해 주어 나름대로 재미있게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부산에서 가장 가까운 외국 일본, 현대적이면서도 고풍스런 멋을 간직하고 있는 나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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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8-03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사카 성, 가보고 싶은 곳이에요^^ 다른 것들도 잘 보고 갑니다..
 

   둘째날(2006년 6월 30일)

오전에 아라시야마를 가려던 일정을 바꿔서 교토에 있는 금수사를 먼저 갔다. 우리가 금수사에 가려고 예정한 시간이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간이라 그 시간에 갈 경우 수학여행 온 학생들과 관광객들에 떠밀려 다녀야 된단다. 금수사는 1397년 건립한 절로 금각사란 이름은 3층자리 누각의 2,3층에 금칠을 해서 붙여졌단다. 이 절에 들어갈 때 끊은 입장권이 독특하다. 부적 같다.


                                                           연못에 금수사의 모습이 비친다

 금수사는 사찰이 아니라 개인 별장이라는데 첫 느낌은 반듯하고 정갈하다. 그런데 자꾸 쳐다보니 인정머리 없는 잘생긴 범생이 같다. 그래서 처음 볼 때는 시선을 확 끌어당기는데 자꾸 보니 깊은 맛이 없다. 소쇄원 같은 우리 나라 전통 정원은 자연과 어우러져 볼 수록 정이가는데.

  금수사를 갔다가 아라시야마로 이동 토로토 열차를 타러 카메오카역으로 갔다.

 
        아라시야마까지 가는 토롯토 열차                            카메오카 역 철로변
   자연관광이다. 아라시야마로 가는 철로 역 주변 풍경이 동강을 따라 내려 오는 길 같다. 가을에 단풍이 들때 오면 볼 만하겠다.가이드에게 “가을에 오면 더 아름답겠다”고 했더니 안그래도 가을에는 에약이 이미 다 찼단다. 기차에서 내려 울창한 대나무 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아라시야마 시가지로 내려오는데 시가지로 이어진 길이 참 예쁘다.내려오는 길에 자그마한 신사(노노미야 신사)에 들렀다.


 (왼쪽)입구에서 본 노노미야신사  (오른쪽)  진학,개운,양연 등의 표지판이 보이고 소원을 적은 판들이 빽빽하게 걸려있다
  
들어가는 입구가 특이하다. 짚으로 둥근 원을 만들어 매달아 놓고 그 속을 통과하도록 되어있다 좋은 학교에 진학을 하려면 이곳에 와서 빌면 소원이 잘 이루어지는 곳이란다. 소원판이 빼곡히 걸려있다.그리고 금각사에도 있던  좋은 인연을 맺어맺어준다는 줄이 여기도 있다. 가이드가 일행 중 한 사람에게 좋은 아가씨 만나 장가 가려면 이 줄을 잡고 정성을 다해 마음 속으로 빌어라고 했다. 부모님을 모시고 왔던 그 효자 총각은 부모님 성화에 떠밀려 그 줄 두개를 잡았다

 
           (소원을 빌고 치는 북)                        (양쪽 줄을 잡고 빌면 좋은 연을 맺어준다는 줄)

 신사를 들렀다가 아라시야마로 내려 오는 길에는 볼거리가 많다. 연못이랑 정원 산책길이 아름답다는 텐류지(아쉽게도 우리는 여기 못봤다. 일정에 포함된 곳이 아니었고 시간 또한 부족해서 입구만 보고 왔다) ,대나무 공예품이나 부채 같은 공예품을 파는 가게, 모찌,절임 음식을 파는 가게가 저마다 고풍스런 멋을 풍긴다. 하다못해 가게 앞에 늘어뜨린 발도 가게마다 다르고 예쁘다. 참 매력적인 곳이다

 
                                음식점 들어가는 입구에 예쁜발을 쳐 놓았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카메오카 대합실 들어가는 입구에서 본 것과 같은 색색의 천이나 종이를 대나무 가지에 묶어 입구에 세워놓은 가게가 많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가게 앞에 다 있다.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액을 막기 위해서란다. 신사마다 주렁주렁 달린 소원판들과 부적들, 새끼줄을 두른 작은 건물,가게 앞에 세워 논 색색의 천이나 종이를 매단 대나무들을 보니 일본인들이 좀 소심한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신에게 의지 하지 않으면 불안한 한가? 이 곳도 시간이 모자란다. 자전거를 잘 탄다면 자전거를 빌려 타고 천천히 동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음식점에 들러 먹고 싶은 음식도 먹고 하루를 묵어 가면 딱 좋을 것 같은 곳이다

 
                액을 막아준다는 대나무와 아라시야마 시내를 타고 돌아볼 수 있는 인력거
점심을 먹고 다시 교토로 와서 청수사에 갔다. 교토는 시내로 들어와서 보니 우리 나라 경주와 닯은 도시다. 도시 군데 군데 유적지도 보이고 옛날, 마을 마다 있던 당산 나무들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것이 더러 보인다. 청수사는 780년 승려 엔친이 세운 절이란다. 이절은 절벽 위에 있는데 139개의 기둥이 부타야라고 불리는 본당에서 튀어나와 있는 마루를 바치고 있다. 이 마루에 서서 아래를 보면 교토 시내가 보인다. 본당 건물에서 돌아나가는 곳에 있는 건너편 건물에서 본당 건물을 보면 본당에서 느끼는 것 보다 더 웅장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본당 앞 부타야                                           맞은편 신사에서 본 청수사

본당 뒤에는 좋은 연을 이어주는 신사가 있다. 수많은 연인들이 와서 부적을 사서 매달거나 緣이 적힌 대나무 바가지에 물을 떠서 손을 씨고 100엔을 주고 빨강과 흰색의 종이을 서로 묶은 부적을 사서 두 사람의 이름을 적어 매단다. 좋은 인연을 만들어 달라고 빌면서 치는 북도 있고, 신사마다 있던 좋은 인연을 맺어주는 줄도 있다. 내려오면서 보니 먹으면 장수한다는 약수물이 나오는 곳도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그 물을 마시고 간다. 신사마다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왼쪽) 이곳에서 자신의 소원이 적힌 바가지에 물을 떠서 손을 씻고 소원을 빔 (오른쪽)좋은 인연을 맺어준다는 신사
청수사를 오르고 내리는 길목은 기념품 가게들이 많다. 그런데 이곳도 아라시야마처럼 기념품 가게들이 참 고풍스럽고 예쁘다. 청수사나 금각사 같은 이름난 유적들을 보는 것 보다 주변의 올망졸망한 가게들을 구경하는 재미와 일본 음식 이것저것을 맛보며 다니는 재미가  (시장 구경하는 게 취미인 까닭에)더 쏠쏠하다. 가게마다 자기들이 파는 음식들을 맛보고 가라며 오가는 사람들에게 권한다.  맛만 보고 안 사도 생글생글 웃는다.별의 별 절임 음식들을 다 맞보고 내려 오다 작은 호박을 절인 것은 맛이 괜찮아서 사려고 했는데 우리 식구들이 그다지 좋아할 것 같지 않아 포기하고 모찌(한 봉지에 250엔하는데 여섯 개 정도 들었다) 4봉지를 샀다

 
          동대사 앞 선물 가게에 진열된 목각인형                                    동대사 앞 부채파는 가게
오늘은 오사카 시내 번화가인 토톰보리, 신사이 바시 ,난바 지역을 구경할 수 있는 난바 오리엔탈 호텔에 잤다. 저녁은 자유식이라 각자 먹고 싶은 것을 사서 먹기로 했다. 나와 같은 처지(?)였던 가이드와 저녁을 함께 먹기로 했다. 토톰보리 시내 구경을 하고 7시에 만나 1차는  오코노미 야끼, 2차는 맛있기로 소문났다는 라면(라멘) 집에 가서 라면을 먹었다. 난바에 있는 호텔로 돌아오는 길, 교복을 입은채 눈 주위에 시커먼 아이샤도우를 바르고 사키컷에 짧은 치마를 입고 엄청나게 큰 링 귀고리를 하고 다니는 여학생들, 인형 같이 작은 얼굴에 개미 같이 가늘 허리와 조막만한 허리를 흔들며 지나가는 아가씨들...사람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곰돌이가 사람들이 지나가면 안아주고 악수도 하고, 지나가던 국인들이 재미있다는 듯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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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날(6월 29일)  

7,8월 짬이 날 것 같이 않아 중학생들 기말 고사 기간에 휴강을 하고 미리 휴가 여행을 다녀 왔다

 

9시, 김해 공항에서 가이드와 만나 일행들과 함께 11시에 출발하는 간사이 공항행 비행기를 탔다. 간단한 식사를 하고 커피 한잔을 마시고 나니 도착이란다. 일본 간사이 공항까지는 1시간 10분정도가 소요된다. 공항 검색대 앞에 서니 작년 악몽이 생각난다.

  작년 필리핀 다녀 올 때 일본 나리타 공항을 경유하는 비행기를 탄 적이 있었다. 공항 검색이 얼마나 철저하고 까다로웠지 지금도 그 때 생각하면 식은 땀이 다 난다. 무슨 연유였는지 나는 재검색까지 받았으니까. 재검색을 하면서 질문을 계속 던지는데 어슬픈 영어로 묻는 말에 대답을 하려니 혹시 잘못 대답해서 여행도 제대로 못가는 건 아닌가해서 바짝 얼었던 기억. 그런데 이번에는 그렇게 까따로운 것 같지는 않다

동대사와 사슴 공원을 가기위해 나라로 이동했다. 가는 길에 보니 자연환경이 우리 나라와 많이 다르다. 우리 나라는 어딜 가나 소나무를 볼 수 있지만 일본의 산야에는 대나무나 자작나무, 삼나무가 많다. 자연환경이 다르니 가옥 구조가 다르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일본은 우리 나라보다 습도가 훨씬 높단다. 지구촌 연평균 강수량이 1000밀리라면 일본은 1600밀리정도 된단다. 그래서 일본 산야에 많이 서식하는 나무들의 특징이 물기를 잘 빨아들이는 거란다.

동대사 입구에 도착했다. 동대사는 일본 화엄종 대본산으로 745년에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로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란다. 대웅전 안에는 높이가 무려 16미터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청동불상(좌상)을 모셔놓았다는데. 


                 동대사 입구
                                            동대사

가이드가 입구까지만 안내해 주고 1시간 20분 정도 자유 시간을 주며  돌아보라고 했다. 동대사를 걸어들어가는 입구에는 수학여행 온 일본 학생들과 다른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로 제법 북적거리는데 그 사이로 사슴들이 한가하게 놀고 있다. 본당 건물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기 전 입구 좌우에는 독특한 모습의 사천왕상이 있다. 일명 ‘아’,‘함’ 사천왕상, 우리가 이 세상으로 올 때는 입을 벌리고 (울면서)태어났지만 죽을 때는 입을 앙 다물고 죽는다는 것을 의미한단다. 입구를 지나 대웅전으로 향해 가는데 물을 마시는 곳이 있다. 나는 이곳이 우리 나라 사찰마당에 흔히 있는 약수물인 줄 알았다. 그래서 한 바가지를 떠서  마시고 물통에도 물을 가득 받았다. 그런데 동대사 관람을 마치고 나와서 가이드 이야기를 들어보니 향을 피우기 전에 손 씼는 물이란다.

 

(마시는 물로 착각한  손 씻는 곳-대나무 통을 가로 잘라 만든 작은 바가지에 물을 퍼서 씻는다 )

 

(향을 피우고 있는 일본 청년-향을 피우고나서  연기가 온 몸을 스치도록 해주면 좋단다)
     

 대웅전 입구 오른 쪽에 특이한 불상이 하나 보인다. ‘노사나불’ .나무를 깎아 만들었는데 머리에 빨간 수건을 쓰고 턱에도 빨간 수건을 둘렀다. 뜻하지 않는 흉사로 죽은 아이들 좋은 곳에 가라고 비는 곳이란다. 이곳처럼 하나의 불상을 크게 만들어 모신 곳도 있지만 청수사 같은 곳은 이러한 불상을 작게 만들어 수십기를 모셔 놓았다.

 
             동대사  노사나불을 모신 곳                                    청수사 노사나불을 모신 곳
                            

대웅전 안으로 들어서자 듣던대로 어마어마한 청동불상이 마주 보인다. 양쪽에 엄청난 크기의 보살을 양 옆에 거느리고.


                              동대사 대불                                  청수사 안 기둥 속을 통과하고 있는 남학생
  태국 왓포에서 가로 46미터,높이 15미터의 와불(금동, 글자를 모르는 하층민들의 동화책 같은 역할을 했을 것 같은, 불상에 새긴 조각이 아주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을 보고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는데 이 좌불(청동,불상보다 부처님 광배에 새긴 조각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상상했던 규모 이상이다. 불상을 한 바퀴 돌아나오는데 내 팔 한아름은 족히 되는 기둥 밑둥에 네모 구멍이 뚫어져 있다. 그런데 그 사이로 수학 여행온 남학생이 기를 쓰며 빠져 나오고 있다. 그곳을 통과하면 액땜을 한단다. 뚱뚱한 아이는 꽉 끼어 못 빠져 나오겠다. 대웅전 안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는 교통 안전,합격,등이 적힌 부적을 많이 판다. 그리고 대웅전을 나가 왼쪽으로 가면 사슴신을 모셔 놓은 신사가 있다더니 사슴 모양의 기념품을 많이 팔고 있다.

대웅전을 나오면서 시계를 보니 20분 정도의 여유 시간이 있다. 그래서 서둘러 사슴신을 모셔 놓은 신사에 올랐다. 오르는 길에 보니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지를 폐허로 만들고 있던 ,굵은 뿌리가 훤히 드러나는 아열대 지방에서나 불 수 있는 나무들이 많다. 신사를 상징하는 ‘하늘 천’자 대문을 지나 신사로 향하는 길 옆, 그리고 입구, 작은 건물 등에는 우리 나라 토속 신앙에서 볼 수 있는(정한수를 떠 놓고 치성을 드릴 때나 성황당 앞에 새끼줄을 걸어놓고 색색의 실을 매달아 놓는...)것들이 보인다 건물 둘레나 앞에 새끼 줄을 꼬아 두르고 그 사이에 실이랑 종이를 군데군데 끼워 놓았다. 액운이 깃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인 것 같기도 하고 조상신에게 소원을 빌기 위한 하나의 주술적인 장치 같기도 했다.조상신을 모셔놓은 곳 옆에 얼핏 윗옷 저고리 같이 생긴 나무판(일본에서는 에마라고 한단다)이 주렁주렁 달러 있길래 이게 무언가 했다. 그런데 자신이 이루고 싶은 소원이 적힌 패를 사서(100~200엔 정도에 사서) 걸어놓은 거였다.


  (왼쪽)  사슴신을 모신 신사  (오른쪽) 조상신을 모셔놓고 소원판을 걸어놓은 곳 왼쪽엔 대나무 가지도 세워져 있다
 사슴 신을 모신 신사 옆에 보니 이월당 삼월당 같은 한자가 쓰인 건물이 보인다. 동대사에 딸린 암자(우리 나라처럼 큰 사찰에 딸리 작은 암자)인 줄 알았더니 일본에 유학중이라는 학생 에게 물어보니 독립 사찰이란다. 언덕배기에 있는 이월당에서는 나라 시내가 내려다 보인다. 이월당 건물 내에 돌아볼 방들이 여럿 보이건만 시간이 촉박해서 대충 기웃거리다 나왔다. 동대사와 주변 사찰들을 다 돌아보려면 하루를 족히 걸릴 것 같은데 짧은 시간에 돌아보려니 아쉬운 점이 많다.


         이월당-내려다 보면 나라시내가 보인다                                이월당 내부
 

 여행일정에는 수백개의 등이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춘일대사를 간다고 나와있는데 그 곳에는 안 간다. 저녁으로 김치찌개를 먹고 교토에 있는 홀리데이인 교토 호텔에서 짐을 풀었다. 호텔 바로 옆에 하천이 있어 짐을 두고 얼른 산책을 나갔다. 

도심 주변을 흐르는 하천을 복개하지 않은 채 그대로 두어 백로도 보이고 청둥오리가 새끼를 데리고 물 위에 둥둥 떠 다니며 노는 것도 보인다. 그런데 징검다리가 참 특이하다. 거북이가 이리저리 납작하게 업드려 있는 모양이다. 재미있다. 저녁 때라 주변 주택가에 사는 사람들이 산책을 많이 나왔다. 청둥오리가 새끼들을 데리고 놀고 있는 것을 보고 섰는데 일본인 아주머니 한 분이 말을 건다. 일본말로 뭐라뭐라 하는데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징검다리 건너편이 있는 일본 전통 가옥들은 전통 료칸이란다. 마을이 참 예쁘다.


((왼쪽) 홀리데이 인 교토 호텔 앞에 있는 개울에는 거븍 징검다리가 있다(오른쪽)개울 옆에 있는 전통 료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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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기억 속 보물창고 문을 열어보니-


7월달 KTX 매거진을 읽어보니 통영에 대해 소개하는 글이 실려 있었다.

세병관,해저터널, 용화사, 한산도...

낯익은 지명들을 보는 순간 소중한 기억들이 잡리잡고 있는 보물창고 문이 열리고 낡은 필름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통영은 지금은 폐교된 내가 다닌 초등학교(내가 다닐 때는 국민학교였다)에서 수학여행을 갔던 곳이다. 전교생 다 합해야 120명이 될까말까한, 한 학년마다 반은 한 개고 한 반에 2,30명 정도의 학생들이 있던 작은 학교라 5,6학년을 모아 2년에 한번 수학 여행을 갔다. 장날마다 삼천포로 다니던 장선(4일과 9일에 섰던 5일장에 마을 사람들을 싣고 삼천포를 오가던 배)을 타고 우리 마을에서 통영으로 가는데 배를 처음 탄 아이들은 배가 파도를 타고 기우뚱거릴 때마다 멀미를 했다. 그래서 그 때 찍은 단체 사진을 보면 핼쓱한 얼굴로 앉아 있는 아이들이 더러 보인다. 그래도 얼마나 가슴이 설레고 즐거웠던지!

 

 처음 보는 해저터널과 말로만 듣던 이순신 한산대첩 격전지, 남망산 공원에 올라 아래를 보니 한 눈에 들어오던 충무시내, 하루 종일 걸어서 충무 시내 유적지 이곳저곳을 다녔지만 힘들다고 느낀 기억은 없다. 다만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던 작은 시골마을에 살던 아이들이 처음으로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 보며 신기해 했던 기억이 지금도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물론 장날 부모따라 가끔 삼천포 시내를 나가기도 했지만 그건 여행이 아니라 어디까지 볼일을 보러 간거였으니까. 

 

충렬사 앞에서 찍은 단체사진을 보면 나는 손에 작은 보통이 같은 것을 들고 있다. 기념품이지 싶다. 그 당시 기념품 가게에는 가족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용돈이 넉넉지 않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던 아이들도 많았던 ,산호나 조개 같은 것들로 만든 신기한 물건들이 많았다. ‘보퉁이 속에 뭐가 들어있을까?’ 그 당시 우리 집엔 배가 있어서 다른 아이들보다는 사는 형편이 조금 나아 군것질 할까 기념품 살까 갈등하다 기념품 한 개를 사서 행여나 깨어질까 손수건에 싸서 보퉁이처럼 들고 다녔던 건 아닐까 싶다.

 

사진 속에는 명희, 현숙이.덕자....그리운 이들 모습도 보인다. 일년에 한 번쯤 고향 친구들을 만나지만 이 친구들 모습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 후 본적이 없다. 식구들이 모두 고향을 등지고 도시로 떠나간 이후 고향 사람들과 연락을 끊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통영의 낯익은 지명들이 기억 저편 아스라한 추억 속을 한 없이 거닐게 한다

올 여름 가족들과 통영을 다녀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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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에서 온 국보들’ 보러 서울 가다-쇳대 박물관 나들이 -

‘평양에서 온 국보들’을 보고 지하철 4호선을 타고 혜화역에 내렸다. 대학로에 있는 쇳대 박물관에서 하고 있는 종로지역 9개 박물관 ‘연합 전시회’를 보기 위해서였다. 가회박물관, 짚풀생활사 박물관,목인 박물관,,세계 장신구 박물관 등에서 몇점씩을 한데 모아 전시하고 1,000원씩 받는 입장료는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낸단다

                                  (쇳대 박물관 모습)

세계 장신박물관에서는 화려한(장신구가 너무 무거워 활동하는데 오히려 곤란을 주었을 것 같은) 아프리카 장신구, 중국의 묘족이 전통 혼례식 때 쓴다는 장신구등을, 삼성출판박물관에서는 한지로 만든 옷 본, 벼루, 붓 같은 것을,목인 박물관에서는 이승을 하직하고 다른 세상으로 가는 사람들을 상여라는 가마에 태우고 묻을 곳으로 갈 때 좋은 곳으로 인도해 달라는 소망을 담아 상여 앞에 매달았다는 여러 가지 목각 인형을,티베트 뮤지엄에서는 티벳 승려들의 전통 의상을,짚풀 생활사 박물관에서는 짚풀로 만든 사람, 통일 멍석등을 ,초전 섬유퀼트박물관에서는 조각보 같은 것을 전시해 놨다.각각의 박물관들의 특색이 드러난다. 각 박물관들의 맛보기 전시품만 보고 가려니 아쉽다. 다음 서울 나들이에는 각각의 박물관에 들러 특색 있는 전시품들을 관람하고 가야겠다


                                 (쇳대 박물관 전시품-아프리카 빗장)


                     (짚풀 생활사 박물관 코너 전시품)
   2층과 삼층에 전시된 작품들을 보고 맨 윗층에 있는 쇳대 박물관 소장품들만 전시된 곳에 갔다. 쇳대(열쇠의 경상도 사투리)라는 말이 정겹다. 그런데 언제 이 많은 자물쇠와 열쇠패, 빗장 같은 것들을 모았을까? 우리 나라에서 만든 다양한 모양한 자물쇠들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수집한 자물쇠들도 전시되어 있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쓰는 빗장과 열쇠는 그들의 예술세계에서 표현되듯 원색적이다. 단순한 일자형 빗장과 네모모양 열쇠만 보아온 나로서는  공작, 나비, 낙타 같은 다양한 동물 모양의 자물쇠, 꽃봉오리를 조각한 독특한 자물쇠등을 보니 탄성이 절로 나온다.


                         (쇳대 박물관 전시품-부부(?)거북 빗장)



                   (다양한 생물들의 모양을 본떠 만든 자물쇠)

 

우리가 어릴 적 흔히 봤던 고방(광이나 곳간)문을 잠그던 빗장과 우리 어머니가 시집 올 때 해 오셨다는 작은 장농을 잠그던 그 묵직한 ㄷ자형 자물쇠를 여기서 보니 새삼스럽다. 우리 집에는 이것들을 부산 이사 올 때 다 버렸는데. 빗장은 대부분이 거북모양이다. 그러나 빗장을 만든 나무의 종류가 달라 (나무들 저마다 지닌 특유의 나무결이 그대로 살아있어서) 거북등의 무늬는 다 다르다.  불과 2,30년 전만 해도 집집마다 고방에 달려있던 빗장과 장이나 농을 잠그던 흔하디 흔했던 자물쇠가  이렇게 귀한 물건들이 되어 박물관에서 보게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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