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 태풍 우쿵이 우리 나라를 지나가던 날 대구 골목길 답사를 갔었다. 계산성당과 성모당이 있는 남산동 카톨릭타운, 살아있는 근대 건축 박물관이라 일컬는 동산, 진골목과 약전골목까지.
답사를 시작했던 계산성당과 카톨릭 성지
이 곳은 고딕 양식으로 지은 서양식 건물이다. 성당 외양도 아름답지만 성당 내부는 모성을 연상케 하는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곳이다.함께 답사간 사람들이 수많은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할 때 이 곳을 찾아와서 앉아만 있어도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남산동 카톨릭 성지타운 오르는 길과 이상화 시인의 ‘나의 침실’로 라는 시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한 성모당.이곳은 프랑스 루르드 지방에 있는 성모 동굴을 본떠 1918년 완공한 인공 동굴 모형 건축물이라고 한다. 주변은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어 산책하기도 좋겠다. 성모당 앞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인데도 기도를 드리고 있는 분들이 있다. 바라만 봐도 맘이 경건해진다
제일교회와 시온 성지 동산
제일 교회가 지금 있는 동산에 옮겨가지 전에 1930년대에 서양 고딕 양식으로 지으진 구 제일교회 건물, 벽돌로 지은 고풍스런 건물에 담쟁이 덩굴과 능소화 덩굴이 뒤덮혀 있다. 주황색 능소화 꽃이 담쟁이 덩굴 사이로 가지를 늘어뜨리고 피어있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눈길을 오래오래 붙든다. 본당 건물과 종탑이 있는 건물은 지은 연도가 다르다는데 얼핏봐서는 모르겠다
90년대 영남신학대가 있던 자리에 옮겨 지은 건물은 멀리서 봐라봐도 웅장하다. 계산성당 앞에서 이 건물을 바라봤을 때 여기가 대구가 아니라 유럽의 유서깊은 어느 도시 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옆 선교사들이 사용했던 주택은 선교사들의 삶의 자취와 아름다운 서양식 건축물과 정원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선교 박물관으로 개관된 선교사 스윗즈 주택은 대구읍성을 허물 때 나온 안산암 벽돌로 만들었다는 데 주택도 아름답지만 정원에 있는 목백일홍(배롱나무)도 아름답다. 8월이라 가지가지마다 흐드러지게 핀 꽃 그늘 아래 십자가 모양으로 놓아둔 맷돌에 앉아 도란도란 애기를 나누면 황홀하겠다 .
개신교의 성지라는 동산을 답사하고 약전골목과 염매 시장, 진골목을 답사했다. 내가 이번 답사를 통해 놀란 것은 이 지역에 있는 식당이나 병원, 하다못해 예식장 조차도 나름대로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염매시장과 약전골목
물건을 싸게 팔아서 염매시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데 한 때는 수많은 대구 사람들이 이 시장을 드나들었다는데 요즘은 찾는 이들이 별로 없단다. 다른 지역들도 재래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 곳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우리가 찾아던 염매 시장의 건어물 상점, 성주 상회는 약령시를 드나들던 거간꾼들이 묵었던 경인여관 자리란다. 그 당시 약령시와 인접한 이 지역에 여관이 아주 많았단다. 지금은 흔적도 없지만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 영남대로가 가까워 전국의 거간꾼들이 이 지역 여관에서 묵으면 약재를 사고 팔았단다. 그리고 이곳에 대구 읍성이 있었다는데 1908년에 완전히 해체되었단다. 이자리에 읍성이 있었다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상상이 안된다. 성주상회 내부에는 경인여관 건물의 뼈대가 그대로 남아있단다. 주인 아주머니가 이 곳에서 장사를 한 지 50년이 넘었다는데 그 역사를 말해주듯 상점에 20년이 넘었다는 마른 가오리가 걸려있다.
약전골목을 오가며 근대 유적지들을 돌아볼 때 한약 달이는 냄새가 쉼없이 났다. 나는 일행한테 우스개 소리를 했다.
“오늘 우리 보약 마시며 답사 다니는 것 같지 않니?"
진골목
진골목은 경상도 말씨로 ‘길다’를 의미하는 ‘질다’에서 기원, 긴골목이라는 뜻이다. 이 곳은 조선시대부터 있었던 골목은 아니고 1910년부터 생긴 골목길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래서 이 곳에는 남아있는 건축물들은 대부분이 근대문화재와 전통 한옥들이다. 대구 최초의 2층 양옥집이라는 정소아과 의원, 대구화교협회 건물등 1920년대의 근대건축물들과 구한말에서 일제시대 한옥양식을 보여주는 골기와 한옥들이 그 당시의 대구모습의 축소판처럼 보여주고 있는 곳이다.
정소아과 의원은 1947년에 개원을 해서 지금까지 진료를 하고 계신다는데 의사 할아버지께서 지금 사용하고 계신 책상이 60년 정도 되었단다. 2층 진료실 올라가는 나무로 된 계단이 오랜세월동안 사람들이 오르내리면서 닳아 반질반질 윤기가 난다. 할아버지 말씀이 젊은 주부들은 자기 병원에 잘 안 온단다. 구식(?)건물인데다가 최신식 설비를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란다. 건물이 오래되었어도 관리를 참 깨끗하게 잘했다. 정원의 나무들도 울창하고. 아기 엄마도 아기도 정원에만 들어서도 마음이 안정될 것 같은 곳인데...
대구 골목길 답사는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이채로웠다. 해설사의 설명을 듣지 않았다면 그냥 낡은 건물이 많은 골목길 정도로 알았을 이 골목길, 알고보니 근대의 역사가 골목골목 살아 숨쉬고 있었다. 그런데 이 골목에 있는 건물들도 점점 헐리고 있단다. 제대로 보존이 되지 않아 훼손된 곳도 많았는데. 띄엄띄엄 남아 있는 유서 깊은 건물들이 사라지기 전에 대구시에서 보존을 서둘렀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