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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의 모험 - 마음을 두드리는 철학 동화
김지연 지음, 김주현 그림 / 삼성당아이(여명미디어)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첫장을 열면 ‘바람에 모래언덕의 모양이 바뀔 뿐, 이 세상은 그저 커다란 모래언덕일 뿐이야.’라는 구절이 나온다. 연금술사에서 비슷한 구절을 본 것 같긴 한데 이 책에 나오는 레의 여정을 이해하기엔 안성맞춤인 구절이다. 그런데 첫장에서 이 구절을 읽은 아이들은 아리송한 표정이다. 철학동화답다. 아이들이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덮을 무렵에는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어렴풋이 이 구절이 의미하는 바는 이해하지만.
온통 카멜색인 사막에 사는 레는 미지 세계에 대한 동경심이 많다. 그래서 ‘우리 만이 사막색을 가지고 있다’고 우쭐대는 다른 카멜레온과 달리 위험을 무렵쓰고 모래폭풍을 따라 여행을 떠난다. 가는 길에 초록 나무 루도 만나고 보라색 요술공도 만나고... 여러 색깔의 사물들을 만나면서 세상은 다양한 색깔들도 가득차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들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성향도 변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자 레는 자신의 정체성에 관해 의문을 품는다.
‘내 색깔은 어디있지?’
여행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된 것이다.
이 책은 4학년 아이들과 수업을 하기 하기 위해 읽었다. 아직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품는 아이들은 없어 레의 여정이 가슴이 와 닿지는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조금 더 자라면 카멜레온 레가 여러색을 만나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듯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나’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할 때 이 책을 떠올릴 것 같다. 고학년과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기를 한다면 이 세상은 나와 같은 색깔만이 아닌 다양한 색깔이 공존한다는 것, 나는 다른 사람들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알고 보다 열린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수업을 해 보니 4학년 아이들에겐 약간 난해한 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