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일어나 솔밭길을 산책하고 돌아와 아침밥을 먹고 8시 20분 배를 타러 갔다. 그런데 안개가 자욱하다. 어젯밤 산책로 공사 하러 오신 분들이 여름엔 파도 치는 것 보다 더 무서운게 안개라더니 그 말이 딱 맞다. 슬슬 걱정이 된다. 아니나 다를까 파도는 없는데 안개 때문에 관매도 오는 배가 못온단다. 그 다음배는 1시 30분 배. 이때라도 안개가 걷히면 다행인데 안 걷히면...
그러다 걱정은 접고 민박집에 가서 짐을 맡겨 놓고 어제 우리가 못 갔던 관호마을 뒷편에 있는 하늘다리와 관매 마을 오른쪽에 있는 산책로를 가보기로 했다. 그래서 짐을 맡기려고 민박집 쪽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관매 마을쪽에서 선창쪽으로 외출복을 입고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는 아주머니가 보였다.어촌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나는 감으로 아주머니를 따라가면 뭍으로 나가는 배를 탈 수 도 있을 것 같았다.그래서 여쭤보니 지금 조도 가는 작은 여객선을 타러 간단다. 잠시 망설이다 우리도 그분을 따라 조도로 나가기로 했다. 아무래도 조도는 큰 섬이고 여객선도 자주 드나들고 있으니 안개가 끼더라도 뭍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은 관매도에 있는 것 보다 훨씬 나을 것 같았다. 그분을 따라 선착장으로 뛰어 갔다
관매도에서 조도까지 20분남짓. 가면서 관매도에서 만난 아주머니께 이것저것 여쭤보니 뭍으로 바로 나갈려면 선착장에 도착해서 바로 버스를 타고 팽목항 가는 배선착장으로 가면 되는데 조도 온 김에 조도를 둘러보고 가는 것도 괜찮지 않겠냐고 조도 등대와 전망대를 보고 가라고 하셨다. 우린 망설임 없이 조도를 둘러보고 11시 30분 배를 타고 뭍으로 나가기로 했다.
조도를 둘러보고 가려면 택시를 타야 했다.조도는 상조도와 하조도로 이루어진 섬 안에 고등학교까지 있는 큰 섬이었다. 조도에 도착하기 전에 여객선에 적힌 택시 회사에 전화를 했더니 50대 아주머니께서 오셨다. 그런데 안개가 많이 끼어 전망대서 다도해보기가 힘들거라며 생각해 보고 결정하라고 하셨다. 우린 다도해를 못보더라도 얼떨결에 온 조도라도 둘러보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 4만원을 주고 상조도에 있는 전망대까지 가 보기로 했다. 전망대에 오르니 관매도 쪽은 아직도 안개가 햐얗게 덮혀 있다. 맑은 날은 제주도까지도 보인다는데. 다행히 한 쪽은 들쭉날쭉한 해안선도 보이고 올망졸망한 섬들도 보인다.
상조도에 있는 전망대를 올랐다가 돌아오는 길에 하조대에 있는 등대도 들렀다 가고 싶었지만 길이 좋지 않아 못들어간다는 택시 기사 아주머니 말에 포기하고 11시 30분 배를 타고 팽목항으로 나오기로 했다. 전망대서 택시를 타고 하조도로 건너오면서 아무래도 다른 지역에서 들어와서 살고 계신듯한 택시 기사 아주머니께 이 섬에 들어와서 살게된 사연을 여쭤 봤더니 소설같이 기막힌 사연을 이야기 해 주셨다. 조선시대 전기수가 마을마다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들려주셨을 때도 마을 사람들이 이랬을까? 모두들 넋을 잃고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정신을 차리니 선착장이었다. 여행은 의외의 인연을 만나 살아온 내력을 듣는 즐거움이 있어 좋다.
조도에서는 배를 타니 팽목항까지 50분 밖에 안걸린다. 1시 30분 배를 탔더라면 진도 답사는 포기하거나 순천만 낙조를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했을 텐데 다행히 점심무렵에 도착하는 바람에 서너시간 여유가 있다. 우리가 계획했던 일정 중 몇 군데는 돌아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