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 아침부터 워드 칠 것을 잔뜩 쌓아놓고 자료를 정리하고 있는 데 어머니께서 마트에 물건 사러 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까운 황령산에 올랐다가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기로 했다.

  가는 길에 부산 시장 관사에 들러 둘러보고 황령산으로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에 보니 차를 입구에 세워놓고 등산복 차림  걸어 올라가는 사람들이 많다.  가족들과 몇 번 와 본 적은 있지만 주로 중간 쯤 올라와 야경을 구경하며 차를 마시다 내려가는 정도여서 황령산을 낮에 본 기억이 거의 없다. 그래서 속으로 '이 산이  등산복까지지 입고 오를 만큼 높은 산인가' 이러면서 길을 따라 올라갔다. 그런데 황령산 봉수대 밑까지 가는데도 한참을 올라갔다. 어디로 이어지는지 알 수 없지만 앞으로 길이 계속 닦여져 있었다.

  봉수대 밑에 차를 세워두고 방송국 송전탑 뒤를 지나 봉수대를 올랐다.

    "와! 가까운 곳에 이런 곳이 있었네'

    봉수대에 올라보니 광안리 바다가 한 눈에 보인다. 사방을 빙 둘러 보니 영도도 보이고 ,초읍 어린이 대공원도 보이고  저멀리 회동 수원지까지 보인다.부산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앙코르 유적지 프토바켕의 야트마한 야산이 생각이 난다. 헐떡거리며 올라간 언덕 위에서 사방을 둘러보니 끝없이 이어지던 밀림 사이로 저 멀리 복산이 보이던. 캄보디아에서 처음 산을 보고 얼마나 신기해 했던지. 그런데 부산은 산과 산 사이 사이에 집들이, 건물들이 또아리를 틀고 앉았다. 그래서 툭 튄 동쪽 빼고는 온통 산이다.  참 다른 풍경이다.프놈바켕은 프놈바켕대로 황령산은 황령산 대로 매력적이다. 

  황령산 봉수대는 고려시대부터 사용했던 통신시설로 갑오경장 이후 봉수대가 기능을 상실하기 전까지 부산포를 지키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한다.  평상시에는 한 번, 적이 나타나면 2번, 근접하면 3번, 범경하면 4번, 접전하면 5번의 봉화를 순차적으로 올렸단다. 그런데 지금은 아이들은 놀이터로 등산 오신 분들은 다리 걸치고 다리 운동하는 곳으로 사용되고 있다.

  공휴일이라 많은 사람들이 황령산으로 등산을 왔다. 사방을 둘러보니 길이 여러 갈래겠다. 진구에서 오르는 길, 남구에서 오르는 길, 수영구에서 오르는 길. 황령산은 거친고개라는 뜻이라는 데 온 김에 이 거친 고개 너머 동네로 나들이를 가려다가 봄에 한 번 더 오기로 하고 내려 왔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걸어서 산을 올라오고 있다. 그러고 보니 남구 지역 사람들의 가벼운 등산지로 이 만한 산은 없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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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럭저럭 하루하루를 타성에 젖어 살던 어느 해 여름, 그런 내 자신이 견딜 수 없어 통도사에서 여름 휴가를 보낸 적이 있다. 3박 4일 山寺 체험 프로그램이었다. 해인사에서 5박 6일 산사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적이 있는 남두의 추천으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들뜬 기대를 안고 왔던 곳, 그런데...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108배를 올리고, 어스름 달빛을 받으며 산책을 가고, 법문을 듣고, 참선을 하고,..

 

   사찰에 가면 성인(부처님)에 대한 예의로 법당 밖에서 부처님께 두손 모아 합장 정도만 하던 나에게 아침, 저녁으로 부처님께 올리는 108배는 참을 수 없을 만큼 힘들었다. 거기다가 저녁에 늦게 자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내 생활 습관과 180도 다른 저녁 9시에 취침해서 아침 4시에 일어나는 일과는 더 견디기 힘들었다. 하루가 지나고 견디지 못한 몇 사람은 짐을 쌌다. 나도 갈등이 생겼다. 그런데 오기가 생겼다. 까짓거 참아보지 뭐.

 

  이틀을 지나 3일쯤 되니, 108배도 , 하루종일 말 한마디 하지 않는 것도 할 만했다. 잠이 부족해 힘들기는 했지만 무엇보다 새벽에 달빛을 받으며 산행하는 일도 즐거운 일과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럭저럭 3일을 보내고 저녁이 되었다.저녁 무렵, 일과 중에 사물(법고,범종,목어,운판)을 쳐서 천지만물을 제도하는 의식을 하는 것을 보러 가는 시간이 되었다. 법고 치는 것을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나는 ‘그냥 예불 시간을 알리는 북을 치나 보다’했다. 그런데 그날은 특별한 의식이 있어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우리 뿐만 아니라 그 시간을 맞춰 많은 사람들-카메라를 든 외국인들도 제법 눈에 띄었다-이 구경왔던 것을 보면 항상 그 시간에 그런 의식을 해 왔던 것 같기도 하다) 네 분의 스님이 번갈아 가며 법고를 쳤다. 제법 오랜 시간을.

 

  “ 둥 둥~ ”그 힘차고 조화로운 울림은 천지 만물들의 심금을 울려 중생을 제도한다는 의미라던가. 그 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그동안 힘들게 견뎌왔던 3일은 간데 없고 온 몸의 피로가 한꺼번에 날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머릿속의 잡다한 잡념들도 말끔이 사라지는 듯한 묘한 느낌을 받았다. 이 느낌은 두고두고 내 의식세계를 지배하며 문득문득 떠오르곤 했는데 이번 여행길에 그 법고와 범종, 목어, 운판을 다시 찬찬히 살펴보니 그 때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법고와 범종)

 


(목어와 운판)

통도사 경내를 둘러보고 나오는 길 다시 사물들을 둘러본다. 저녁 예불 시간에 맞춰 가족들과 함께 다시 한번 그 감동을 느껴보러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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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도사 들어가는 아름다운 숲길을  난들난들 걸어들어가는데 새로운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독특한 소나무며,


 

왼쪽에 띄엄띄엄 서 있는 석등이며,



측백 나무 가지에 매달아 놓은 앙증맞은 새집이며,


바위에 새겨진 수 많은 한자들이며



전에 보지 못한 것들이 하나둘 내 눈에 들어와 생경한 풍경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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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도사 들어가는 길은 참 아름답다. 소나무도, 계곡도.

  이번 여행은 얼떨결에 떠났다. 연휴가 시작되기 전 월요일, 비슬산 유가사 얼음 동굴을 보려 가려고 기차표를 예매해 놓았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갈까 말까?’ 그런데 불현듯 통도사에 가보고 싶다.

 

  지하철 2호선 종점 호포역에 내리니 는개비가 강 바람에 흩날리듯 내리고 있다. 양산 시외버스 터미널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터미널에서 다시 통도사 입구까지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쉬엄쉬엄 갔더니 통도사 입구다. 연휴가 시작되기 전이고 비까지 간간이 뿌려대니 차도는  오고가는 차들이 더러 있는데 걸어들어가는 길은 인적이 드물다. 안개가 뿌옇게 내려앉은 숲 길을 따라 계곡을 기웃거리며 가는데 이상한 모양의 바위가 많다. 재미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싯구처럼 바위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니 하나의 의미있는 무언가가 되었다.


(물개 닮은 바위)



( 개를 닮은 바위)


(크고 작은 북극곰 세 마리 닮은 바위)


(하회탈을 닮은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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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암에서 마주친 풍경하나-

금정산을 올랐다가 내려 오는 길에 금강암을 들렀다. 금정산 오르는 길은 북적거리는데 약간 비켜 앉은 이곳은 고즈넉하다.

  커피 한 잔을 뽑아 들고 마루에 앉았다. 참 좋다. 굴뚝에서 모락모락 올라오는 연기도, 한가로운 사람들 모습도, 주변 풍경도. 사람이 북적거리는 곳을 유난히 싫어하는 정희도 이 곳에 오니 네팔에서 하루 종일 해바라기 하며 살던 일이 생각난단다.

말없이 풍경만 바라봐도 마음 속 풍랑이 가라앉는다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마주친 풍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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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그림 2004-11-23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녁무렵 인가 봐요! 어스름한 풍경 고즈넉하네요~!

다솜 2004-11-23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산 기슭이라 어둠이 빨리 찾아 왔어요. 4시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해거름 때인 것 같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