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백년의 아이들
오에 겐자부로 지음, 이송희 옮김 / 문학수첩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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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숲 속 마을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이 있었다.동자라고 불리는 특별한 아이가, 자기가 사는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로 가고 싶어지면 천 년 된 구실잣밤나무 밑둥에 있는 빈구멍속으로 들어간다. 그러고는 만나고 싶은 사람, 보고 싶은 것을 마음을 다해 빌면서 잠이 든다. 그렇게 진심으로, 마음을 다해 빌면 보고 싶은 사람, 만나고 싶은 것이 있는 곳으로 그곳이 어디건 갈 수 있게 된다는 것..그 전설에 따라 2백년의 세월을 건너 여행을 떠나는 세 아이의 이야기.

책을 덮고, 밝아지는 창에서서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저 멀리의 하늘을 바라봤습니다. 그리고는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꺼내 들고 그 새벽의 풍경을 찍었습니다. 언제고 다시 이 창을 통해 이 풍경을 보지 못할 것만 같은 마음으로...

이상하게도 말입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그 때로 돌아가 당신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끝이 나지 않을 것처럼 반복하며 당신을 향해 내가 잃어버린 사랑에 대해 말하던 그 때. 회색빛 대학 건물을 등에 지고, 등나무 그늘에 앉아 무던히던 지리하던,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아팠던 그 마음으로 말하던 나를 바라봐주고 또 봐주던 당신이...

그 수많은 시간이 나를 여기로 이끌었고, 나의 나머지 미래도 이끌겠지요.

나는 매 순간 나의 그 모든 과거가 잊혀지기를 그럴 수 있는 시간이 흘러가 주기만을 바라고 또 바래왔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랬기 때문에 지금에 내가 있다는...

그래서 말입니다.

당신도 나도, 지금의 이 순간을 살아올 수 있었음에...

아무일도 없이 그저 시간을 보내, 많은 것이 바뀌었음에 감사하려 합니다.

하지만...진짜 내가 그 타임머신을 탈 수 있다면 그래서 어디고 내가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다면 나는 절대 미래의 일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법칙이 있지만...

한 번 쯤...당신의 말을 들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랬습니다.

당신이 무엇을 가장 아파하는지? 무엇때문에 웃을 수 있었는지...

그랬다면 지금쯤 조금 더 서로에게 중요한 사람들이 되어 있지는 않을까 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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