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 공지영 에세이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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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볍다'는 형용사는 많은 파생을 만들어낸다. 부정적으로 사용될 때가 있는가 하면 긍정적으로 사용되기도 하는 묘한 단어다. 사전적으로 무게와 중량이 기준보다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비중과 가치, 책임 등을 비롯하여 인간의 내외적 평가를 표현할 때 사용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인간의 삶 곳곳에 존재하는 다양하고 소소한 '깃털'들의 안성맞춤 형용사가 되기도 한다.

  가벼운 것은 문학적 소재로도 많이 사용된다. 많은 작가들이 온갖 가벼운 것들을 조명하고 탐구하여 그 속에서 무거움을 추출하곤 했다. 평범한 일상, 작은 이야기, 소소한 사건 등 수많은 가벼움의 편린들이 텍스트로 만들어진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이 그랬고, 정이현의 산문이 그랬으며, 오소희의 여행수기가 그랬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소설가 공지영의 최신 텍스트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는 가벼움을 전면에 배치한 에세이다. 자신의 아이들에게 전하는 편지를 산문의 형식으로 엮은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의 인기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한 권의 산문집을 더 보태고 있다. 책 속에는 작가 공지영의 일상에 존재했던 가벼운 깃털들이 진솔하고 유머러스한 모습으로 하나하나씩 숨어있다.

  가볍고 가벼우며 가볍고 또 가볍다. 가벼움에 대해 얘기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가 철저히 반영된 듯 신간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는 온갖 가벼운 것들로 채워져 있다. 소재뿐만 아니라 문체 또한 의도한 듯 가볍다. 마치 한 사람의 일기장을 보는 것처럼 소소하고 일상적인 것들이 나열되었다. 지인들의 술버릇, 오뎅에 대한 예찬, 귀신을 목격한 경험, 현 정권에 대한 조소, 딸아이의 실연 등 작가의 과거 추억과 일상생활을 채워왔던 소소한 삶의 편린들이 산문의 소재가 되었다. 코믹하고 애교넘치는 문장은 독자로 하여금 가벼운 것들을 편안히 읽게 하는 윤활유가 되기도 한다.

  에필로그에서는 자문자답의 형식으로 공지영 자신의 '자기 인터뷰'를 담았다. 자신이 질문하고 자신이 답변하는 짧은 분량 안에서 작가 공지영은 보다 솔직한 내면의 목소리를 내뿜고 있다. 그녀는 일갈한다. 집착과 상처를 버리는 곳에 평화로운 자유가 고인다는 것을. 이 시대의 작가로서 나만큼 행복한 사람도 없는 것 같다, 라고 고백하며 내면의 자유와 평화를 갈구하는 공지영의 고백에 진정성을 느낀다.

  집착과 상처를 버리는 곳에 조금씩 고이는 이 평화스러운 연둣빛 자유가 너무 좋다. 편견과 소문과 비방과 비난 속에서도 나는 한줄기 신선한 바람을 늘 쐬고 있으며 내게 덕지덕지 묻은 결점들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고통 속에서도 내게 또 다가올 그 자유가 그립고 설레인다.   <p. 255>

  나는 한 작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소설과 산문을 동시에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설이 서사의 창조자로서의 작가를 음미하는 텍스트라면, 산문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작가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탐구해볼 수 있는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소설은 작가의 상상력이 빚어내는 가상공간이다. 반면 산문은 작가의 경험과 사색을 정제하여 만들어지는 현실 세계다. 공지영 문학은 대중으로부터 소설뿐만 아니라 산문 또한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작가의 '현실성'에 대한 독자들의 접사화(化)된 관심의 반영일 것이다.

  작가 생활 이십 년 만에 처음으로 사소한 이야기를 써보고자 했다는 공작가 자신의 고백처럼 문장 곳곳에 힘주어 가볍게 쓰려고 한 흔적이 역력하다. 공지영의 이러한 의도는 종내 가볍고 사소한 것들에 대한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질문을 만들어낸다. 과연 가벼운 것은 동시에 소중한 것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 '가벼움'과 '소중함' 사이의 함수 관계를 천착하며 나와 내 주변을 채우고 있는 사소하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경외심에 몰입된다.

  우리는 가볍고, 흔하고, 소소하고, 하찮은 것들을 말 그대로 '가볍게' 여기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여유,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의 화창함, 껌 한 통 살 수 있는 오백 원의 가치, 상쾌한 농담이 부르는 작은 유머 한 방 등 지극히 흔하고 소소한 것들이 우리의 삶을 채우고 있다. 거대함과 기적을 갈망하는 인간 본성의 허영과 신비주의는 '작은' 것과 '나쁜' 것을 혼동하는 무지를 만들어냈다. 아주 사소한 것들이 우리를 살게 만들고 행복을 살찌운다는 참된 진리를 모른 채 말이다.

  해 아래 새것이 없나니 모든 것이 소중하고 모든 것이 특별하다. 행복은 거대한 것에 있지 않다. 진정한 행복은 내 안팍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를 발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공지영의 잠언이다.

  웃음을 소중히 여기고 유머를 추구하며 느긋하게 오늘을 즐기는 것은 정의를 추구하고 불의와 맞서며 핍박받는 사람들을 위해 울어주는 것과 전혀 상치되지 않는다.   <p. 7, 프롤로그>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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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아 2009-03-07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윗님.. 이주의 마이리뷰.. 축하드립니다^^

뒷북소녀 2009-03-07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윗님, 축하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