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놀라운 발견 - 시간의 미스터리에 빠진 사람들을 위한 시간사용설명서
슈테판 클라인 지음, 유영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인류에게 '시간'만큼 많은 호기심을 선사했고, 수없이 천착했던 주제가 있을까. 《시와 진실》에서 괴테는 다음과 같이 고백했다. "잘만 사용하면 언제나 시간이 충분했기에 나는 때때로 2배 3배의 일도 해냈다. 시간은 무한히 길며 채우고자 한다면 정말 아주 많이 들어갈 수 있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시인 에르베 바진은 다음처럼 쓰고 있다. "강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물이 흐른다. 세월이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나간다." 시간은 언제나 그러했듯이 인간으로부터 가장 농밀히 사유되고, 연구되며, 조명되어 온 인류사 최고의 뜨거운 감자임에는 틀림없다.

  시간에 대한 천착은 비단 과학뿐만 아니라 철학, 문화, 예술, 종교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와 각도에서 이뤄지고 있다. 고대 철학자들에서부터 뉴턴을 넘어 아이슈타인을 거쳐 스티븐 호킹에 이르기까지 시간을 향한 천재들의 스킨십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그리도 시간이라는 범우주적 물질(물리학적 차원에서 '물질'이라 칭하자)에 대해 쉼없는 관심을 발산하는 걸까. 왜 인간은 시간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할 수밖에 없는가. 도대체 시간이란 무엇인가.

  시간에 대한 인간의 특별한 관심은 정복하지 못한 것에 대한 인간의 현재적 '수준'으로 이해될 수 있다. 물리학자들은 인간이 살아가는 현존의 우주를 '3차원의 우주'라고 언급한다. 1차원은 선으로, 2차원은 면으로, 3차원은 공간으로 이뤄진 세계다. X축·Y축·Z축으로 이루어진 3차원의 세계에 2차원 이상의 시간 흐름이 조화될 수 있는 우주가 바로 4차원이다. 하지만 인간의 과학은 아직 시간의 1차원을 초월하지 못하고 있다. 일관되고 도도하게 흐르는 시간의 1차원 안에 구속된 인간의 모습은 왜 그토록 시간이라는 물질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지를 그대로 드러낸다. 

  유럽 최고의 학술칼럼니스트 슈테판 클라인은 시간의 비밀을 찾아 나섰다. 그의 이전 저서인 『우연의 법칙』이 숙명론적 세계관을 송두리째 뒤바꿀, 우연을 향한 새로운 시선을 보여줬다면, 또한 『행복의 공식』이 인생을 변화시키는 긍정의 심리학을 심어주었다면, 『시간의 놀라운 발견』은 인류사 최고의 과학적 딜레마이자, 예술적 명제이자, 의문 기호의 집대성인 '시간'을 향해 떠나는 흥미진진한 지적 탐험서다. 이 한 권의 인문서는 과학자와 심리학자들의 솔깃하면서도 기막힌 이야기를 저자 특유의 박진감 넘치는 문체로 흥미있게 서술한다.

  저자 슈테판 클라인과의 만남은 두 번째다. 이 책을 읽기 전 그의 명저 『행복의 공식』을 통해 그가 과외 수준의 학구적 설명을 즐겨하는 학자임을 경험한 바 있다. 이 책 또한 뇌의학과 심리학, 철학과 물리학을 망라하며 전문적인 내용이 많이 소개된다. 하지만 매우 어려운 전문 과학 용어로만 일관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적어도 『행복의 공식』보다는 훨씬 수월한 용어와 문체로―최대한 평이하게 쓰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시간을 탐구했던 과학자들의 실험 사례를 소개하는 것에서부터 인간과 시간 사이의 특수한 관계 등 시간에 대한 흥미롭고 신비스러운 이야기가 즐비하다. 더욱이 시간에 대한 과학적 사실만을 전달하는 수준이 아니라 시간을 합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방법까지 일러줌으로써 읽는 이의 앎의 폭을 배가시킨다.

  책 속의 내용 중에서 몇 가지 재미있는 부분을 발췌하자면,
  지금까지 알려진 측정 가능한 가장 빠른 시간 단위는 레이저 광선이다. 원자의 특성을 재기 위하여 학자들이 만든 레이저 광선은 빛의 임펄스 중 가장 짧은 것은 몇 아토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아토초는 100만 분의 1초의 100만 분의 1초의 100만 분의 1초, 다시 표현하면 0.000000000000000001초다. 이것이 얼마나 짧은 시간인지를 알고 싶다면 어처구니없는 비교를 해야 하는데 1아토초와 1초의 관계는 1초와 우주의 나이와의 관계와 같다고 할 정도니 혀를 내두를 만 한 시간의 범위가 아닐 수 없다.

  또 하나! 여행할 때의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갈 때보다 돌아오는 길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이런 체감은 영화를 볼 때에도 마찬가지다. 같은 영화를 처음 볼 때와 두 번째 볼 때 체감적으로 느끼는 시간의 흐름속도는 확실히 다르다. 이는 우리가 시간으로 느끼는 것이 사실은 정보의 양이며 의식적으로 지각하는 감각적 자극들만이 계산에 포함되기 때문에 그렇다. 다시 말해서 기억 속에서 우리의 시간 감각은 정보의 양에 의거하여 재구성되며 그 경우 시간의 길이는 우리가 새로운 것을 많이 경험할수록, 변화를 많이 경험할수록 길게 느껴진다. 저자는 이에 대해 몇 가지 실례와 사진 샘플을 통해 매우 구체적으로 증명한다.

  한편 후반부에서는 신체의 리듬과 지각과 사고의 메커니즘을 고려한 효과적인 시간 활용법 여섯 가지를 소개하고 있어 자못 도움이 된다.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⑴ 시간활용 1단계: 시간을 스스로 결정하기
스트레스는 자신의 시간에 대한 주도권 상실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생활 가운데 최대한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⑵ 시간활용 2단계: 생체 시계 맞추기
인체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생체 시계에 의해 조절되기 때문에 자신의 타고난 특성을 잘 파악하여 삶의 방식을 생체 시계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⑶ 시간활용 3단계: 여유 만들기
여가는 해야 할 일이 없을 때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할 일이 있는 가운데 적극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주민들이 한가롭게 거닐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그 지역의 정신 건강을 가늠할 수 있다."   - 미국의 철학자 세바스티안 데 그라치아
⑷ 시간활용 4단계: 현재를 인식하기
지각을 연마하는 사람은 현재에 주의를 기울이는 법을 배우게 되며, 이런 훈련으로 그 사람의 시간 경험은 변한다. 두뇌 속에서 지각을 조종하는 시스템은 즐거움과 호기심을 유발하는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깨어 있는 지각은 시간을 연장시킬뿐아니라 기분을 고양시킨다. 즉 현재에 집중할 때 가장 행복하다.
⑸ 시간활용 5단계: 집중 배우기
집중은 배울 수 있으며 시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비결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더 많이 통제하는 것이다.
⑹ 시간활용 6단계: 원하는 것 하기
일의 속도는 얼마나 집중하느냐에 달려 있고 집중력은 동기에 좌우되기 때문에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히 안다면 과제를 더 빨리 더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책의 말미 <더 읽기> 카테고리에서는 뉴턴과 아인슈타인이 시간을 어떻게 천착했는지 자세히 설명한다. 특히 거울을 이용한 손전등 실험과 탑의 위아래에서 중력 차이로 발생하는 빛의 일그러짐 실험을 통하여 아인슈타인 일생의 기념비적 발견이자 인류 과학사 이래 가장 큰 획을 그은 이론이라 할 수 있는 '상대성이론'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또한 '열역학 제2법칙'의 원리도 함께 소개한다. 물리학에 대한 대학 전공 수준의 지식을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시프레의 동굴 심험을 시작으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이르기까지 시간에 대한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시에 시간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까지 알려주는 폭넓고 균형이 잘 잡힌 인문서다. 저자가 설명하는 수많은 문장들은 단 한 가지 본류적 명제로 정리된다. 반드시 시간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을 이렇게 쓰고 저렇게 써야 한다는 상투적 내용의 자기계발서의 가벼움을 원했다면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 시간에 대한 소중함과 신비성을 과학적 체계로 알려주면서 철저한 실험 논거로 이를 부언하고, 더 나아가 왜 시간의 주인이 되어야만 하는지를 논지하는 깊이있는 책이다. 바로 그 '깊이'를 원하는 이들에게 살포시 권하고 싶은 책이다.

  아인슈타인은 이미 100년 전에 절대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시간은 측정하는 사람에 따라, 경험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는 의미이다. 시간은 명확하게 흐른다. 과거에서 미래로 도도하게 흐르는 시간의 우주적 메커니즘은 과히 절대적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우주로부터 한 개인으로 넘어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상대성이 발현되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시간의 힘을 발휘하는 역동성은 천차만별이며, 바로 이 차이로 인해 세상의 수없는 성공과 실패는 가름된다.

 

2008년 8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이달의 책 선정도서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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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08-08-16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축하드려요~^^ 다윗님!

마늘빵 2008-08-18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해요. :)

다윗 2008-08-19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 뒷북님, 아프락사스님,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