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영웅이 된 오로르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3
더글라스 케네디.조안 스파르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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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르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를 만난다. 자폐증을 가지고 있는 오로르는 둘째 딸이다. 아버지는 소설가이며 어머니는 은행원이다. 그리고 에밀리 언니가 있다. 부모는 이혼으로 아버지는 파리에 혼자 살고 있다. 이주에 한 번씩 오로르는 아빠와 만난다. 프랑스 소녀인 오로르를 1권과 2권에서 만나 독자들에게는 친숙한 소녀이겠지만 오로르 세번째 이야기인 이 소설을 통해서 처음으로 만나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일러스트 그림이 있어서 읽는데 지루할 틈이 없었다. 베스트셀러 <빅 픽처>의 저자와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 조안 스파르가 함께 만들어낸 역작이라는 찬사에 궁금해서 펼친 소설이다.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다음 이야기도 계속된다는 작가의 힌트에 다음 시리즈도 기대를 가지게 된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 다른 세상이 존재하다는 것과 그들을 이해하고 다름을 인정하며 존중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된다. 큰 세상이 열리는 시작이 된다. 다름이 아닌 틀림으로 시선을 고정시킨다면 그 간극은 엄청난 결과로 이어진다. 그것을 알기에 이 소설에 등장하는 자폐증을 가진 오로르라는 소녀는 매우 의미있는 인물이 된다.

 

이 소녀는 특별한 재능이 있다. 타인의 눈을 보면 그들의 마음과 생각을 읽게 되는 능력이 있다. 그 능력은 엄청난 결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그래서 비밀스럽게 간직하면서 성장하고 있는 오로르이다. 그 비밀은 경찰과 자신을 지도해 주었던 가정교사인 조지안느 선생님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부모도 전혀 모른다. 물론 언니도 모르는 극비이다. 그 비밀이 지켜진 이유도 소설에 등장한다. 자신의 그 능력으로 불편해질 가까운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고픈 배려가 가득히 전해진다.

 

글을 읽을 줄 몰랐던 오로르에게 글을 읽을 수 있도록, 말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특별한 자폐증을 가진 오로르에게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사용하도록 가르친 교사 조지안느 선생님의 가르침과 조언이 인상적으로 전달된다.조지안느 선생님과 이별하는 장면에서 그녀의 사랑과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한 영혼을 재촉하지 않고 믿음으로 희망을 준 진정한 스승임을 만날 수 있어서 기억에 남는 인물이 된다.


선생님은 내가 마음만 먹으면 못 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자폐증은 장애가 아니라고, 세상을 다르게 보는 것 뿐이라고 29

 

무릎을 굽히고 앉아서 나를 껴안으며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를 더 꽉 껴안았다...

항상 내가 옆에 있다는 거 잊지마. 너는 나의 별이야.

그리고 언젠가 꼭 입으로 말할 수 있을 거야. 35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세상을 보는 남자가 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세상을 사는 남자이기도 하다. 그는 오로르의 아빠이다. 아빠 품에 안기면 행복감을 느끼며 안도감을 느끼게 해준다고 오로르는 전한다. 에밀리도 아주 특별해. 그걸 아직 못 깨달았을 뿐이라고 말하면서 첫째 딸의 사춘기를 이해해 주는 아버지이다. 아내가 자신의 친정아버지의 모습과 자신의 남편이 보여주는 모습이 다르다면서 사춘기 딸을 향하는 걱정스러운 모습에도 남편은 한결같은 온유한 모습으로 첫째 딸을 이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소설에서는 아버지와 오로르의 돈독한 유대관계가 마음에 들었다. 이혼 후 아버지의 삶을 이해하는 딸의 모습과 다시 재결합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을 이해하는 모습들까지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된다.

 

엄마는 이혼을 결정한 장본인이다. 그리고 이혼을 후회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자신의 선택을 돌아보는 엄마이다. '실수를 안 하는 사람도 있어?'라고 말하는 오로르의 의젓함으로 엄마를 이해하는 모습도 성숙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된다.

 

참깨 세상과 힘든 세상으로 구분되어서 오로르가 오고가는 세상이 존재한다. 자폐증을 가진 이 소녀에게 존재하는 이 두 세상에서 경험하는 많은 것들은 이 소녀를 더욱 성숙하게 성장시키는 경험들이 된다. 우리는 일어나지 않은 일을 두려워하곤 한다는 고양이 철학자의 말을 통해서 오로르가 새롭게 알아가는 철학적인 깨우침을 전하는 소설이다. 두려움을 어떻게 스스로 조절하면서 선택하여야 하는지 이 소설의 사건의 결정적인 열쇠가 된다.

 

철학자란, 인생을 생각하는 사람이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책은 전해준다. 오로르에게 일어나는 갑작스러운 사건은 소중한 사람을 구해야 하는 사건으로 전개된다. 뉴욕에서 강연을 하고자 비행기를 타고 두 번째 교사인 다이안 선생님과 떠난 여행길에 일어나는 우연한 사건들 속에서 오로르는 스스로 선택을 생각하여야 하는 순간에 놓이게 된다. 그때 선택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어떤 위험을 감당해야 했었는지 작품에서 만나게 된다.

 

바비라는 소년을 우연히 뉴욕에서 만나게 된다. 짧은 시간 나눈 대화들은 중요한 단서가 된다. 집을 나온 부유한 집의 아이. 왜 집이 위협적인 곳이 되었는지 만나게 된다. 영화 <벌새>가 떠오르기도 한순간이다. 아이가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 된 이유도 작품에서 만나게 된다. 바비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말한 지름길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대화가 된다. 바비 아버지가 선택한 지름길이란, 문제를 피하고 다른 사람은 지고 자기만 이기는 길을 가는 것이라고 반문하는 부자들의 지름길을 지긋하게 눌러보게 하는 작품이 된다.

 

책을 읽는 사람은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책은 전한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이끄는 독서의 힘을 이 소설에서도 작가는 쉽게 전달해 주고 있다. 자폐증을 바라보는 시선과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 성소수자를 생각하는 사회까지도 작가는 작품을 통해서 매만지고 있다. 어려움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전하는 소설이다.

 

두려움이 얼마나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도 생각해 보게 하는 이야기이다. 오로르가 선택한 것의 반대의 전개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던 이야기이다. 오로르가 선택한 것들은 자신을 믿었기에 오는 많은 결과가 된다. 병원에서 만난 가족들의 모습과 언니의 변화된 모습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 흑인 아저씨에게 의지한 바비라는 소년의 성장배경에 유모가 존재하였다는 것도 놓치지 않게 한다. 긴박하게 전개되는 사건에 기발함을 발휘하고 명석함을 보여준 오로르의 세 번째 이야기는 멈추지 못할 정도로 책장을 넘기게 한다. 일러스트의 매력까지도 만나보아야 하는 소설이다.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너를 줄 세우려는 사람이 아주 많이 나타날 거야.

줄에 맞추라는 사람들한테 절대로 굴복하지 마. 10

 

불행한 사람들은 화풀이 할 곳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기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기 마련이야. 89

 

선생님은 내가 마음만 먹으면 못 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자폐증은 장애가 아니라고,

세상을 다르게 보는 것 뿐이라고 29

 

언제 사람들한테 애정을 구할지,

언제 혼자 생각에 잠길지,

이 두 가지를 다 내가 결정해. (고양이)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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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가의 독서법 - 분열과 고립의 시대의 책읽기
미치코 가쿠타니 지음, 김영선 옮김 / 돌베개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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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분야 퓰리처상을 수상한 문학비평가인 미치코 가쿠타니의 아흔아홉 권의 서평집이다. 풍족한 수확을 거두는 마음으로 이 한 권을 펼치게 된다. 작가는 서평가이기도 하다. <워싱턴포스트><타임>을 거쳐 <뉴욕타임스>에서 서평을 담당하였으며 '영미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서평가'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인물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수전 손택, 노먼 메일러 등 유명 작가에게 독설과 혹평으로 날카로운 서평을 올리는 인물이라고 책은 소개한다.

저자의 도서는 처음이 아니다.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로 이미 저자의 힘있는 책을 만났기에 이 책은 기대감이 높았다. 더불어 추천하는 서평가분들의 인지도도 있었기에 읽게 된 도서이다. 서평집을 부쩍 읽게 된다. 서평가들의 서평집들은 책을 읽기 전과 후에 읽으면 더욱 단단해지는 것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아흔아홉 권의 도서 서평들을 만나보게 된다.



이 책에 실린 서평들은 책을 향한 날카로운 서평은 아니다. 저자의 애정이 느껴지는 아흔아홉 권임을 느끼게 한다. 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면서 계급이 느끼는 피로감도 더욱 가중되는 시대이다. 혼자만이 느끼는 피로감이 아님을 전하며 책을 통해서 보게 되는 다양한 시대, 다양한 공간들, 정치와 역사, 여성문제까지도 마주하게 된다. 책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사례들과 역사, 인물들의 사건들은 그 공간에만 안주하지 않는다. 저자의 희망적인 목소리가 독자들에게 강한 빛으로 전해지는 책읽기의 힘을 전하는 서평집이 되어준다.

서평가의 아흔아홉 권은 부조리한 사회에서 느끼는 높고 견고한 벽을 이룬 체계를 어떠한 마음으로, 관점으로 분별해야 하는지도 길지 않은 문장들로 한 권씩 전하여 준다. 한 권의 도서와 연관성을 가지는 여러 도서들도 소개되면서 독서를 더욱 확장시켜주기까지 한다. 독서한 도서들 목록부터 찾아서 서평을 일게 된다. 그리고 소제목이 이끄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도서들의 서평글도 읽으면서 책에 대한 많은 것들을 알아가게 한다.

서평가의 서평글은 다르다. 그 매력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책도 그 연장선에서 만나게 된다. 기대 이상으로 많은 획득을 거두는 시간이 될 것이다. 책읽기는 우리를 이민자로 만들지만 "더욱 중요하게. 어디서든 우리의 고향을 찾기 해준다."라고 말하는 번역가의 말처럼 이 도서에 소개되는 99권의 책들을 통해서 분명히 모두가 고향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믿게 된다.



<시녀 이야기>소설을 통해서 "목격자로서의 문학"과 전제정치, 거짓뉴스와 트럼프와 거짓말이라는 소방호스를 알게 된다. 더불어 『1984』와 『멋진 신세계』에 대해서도 언급이 된다. 리디아 아주머니가 하는 말이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다. " 평범하다는 건 익숙해진 것이지. 이런 일이 지금은 평범해 보이지 않겠지만 좀 지나면 그렇게 보이게 될걸. 평범한 일이 될 거라고." (52쪽) 경각심을 가지게 하는 의미심장한 말이 된다. 소설로도 읽고 시리즈로도 시청하였기에 다시금 이 문장을 무심하게 스칠 수 없게 한다. 자기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여성을 침묵시키려는 이 정권의 노력에 저항하고 있다. (54쪽)

저자가 서평을 남긴 이유와 서평가의 진중한 마음을 서평글을 통해서 마주하게 된다. 하나씩 읽다보면 책으로만 만나면 알지 못하는 것들을 이 서평가의 글을 통해서 부가적으로 첨부되는 사실들에 많은 도움을 받게 된다. 깊게 사고하며 넓게 보폭을 걸었던 서평가인만큼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도서이다.



『1984』, 『황금 방울새』, 『빈센트 반 고흐의 편지』, 『배움의 발견』,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페스트』 이외에도 『괴물들이 사는 나라』와 저자가 처음 읽었다는 『닥터 수스』까지도 만나볼 수 있었다. 저자가 읽어온 수많은 책들이 그려진다. 그리고 책읽기 통해서 확고해지는 지평들을 이 서평집을 통해서도 마주하게 된다. 특히 반 고흐에 대한 서평글의 문장이 떠오른다. 고흐가 자신의 외로움, 우울증, 의미를 찾으려는 부단한 탐색을 기록으로 남긴 편지글들은 미국의 땅에서 이민자로 살아간 저자의 삶과도 짐작을 해보지 않을수가 없다. 혐오와 성차별, 가부장적인 사회가 가진 문제들도 연결해서 책읽기를 해보게 된다. 저자가 선별한 도서들과 서평글의 내용처럼 우리 사회가 가진 분열과 고립과 소음의 시대 문제들을 더욱 밀착해서 고찰해 보는 고귀한 시간이 되어준다. 폭넓고 깊은 사고의 장에서 만나는 도서이다.







진실은 진실이 아니다. (트럼프의 변호사. 루골프 줄리아니) 『1984』 소설

『멋진 신세계』 소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모두에게 개인 자유 위협.

잡다한 정보와 오락거리로 극도로 무너지고 주의산만해지는 기술 중심의 미래 예견

"절망하는 습관은 절망 그 자체보다 더 나쁘다."

시민들이 무감각과 체념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페스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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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한국어 오늘의 젊은 작가 42
문지혁 지음 / 민음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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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급 한국어』에 이어서 '시리즈 인 시리즈'로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에서 첫출발을 한 『중급 한국어』 소설이다. 작가의 소설은 처음이다. 이 한 권의 소설을 읽으면서 새롭다는 느낌으로 내내 만난 소설이다. 대학에서 글쓰기 수업을 강의하는 시간강사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촘촘하게 펼쳐보게 한다.



글쓰기가 좋아서 작가가 되고자 했던 젊은 날들과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아버지가 어떤 직업을 가져볼 것인지 질문하는 장면과 친척이 "이제 좀 사람답게 살아볼 생각은 없나?"라고 말하는 대화에서 전해진 세상의 잣대의 기준들을 회고하는 장면이 있다.



"우리는 모두 시궁창에 있지만, 몇몇은 별을 바라보고 있다."라는 오스카 와일드의 문장을 예시로 자신을 돌아보는 주인공이다. '그동안 난 별 위에 앉아 시궁창을 바라보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라고 자신의 지난날들의 삶의 구멍을 직시하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더불어 마음을 다해 이야기하는 것이 자신이 해야하는 일이라고 확고한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꿈을 향하는 발걸음들이 있다. 그 발걸음에서 운이 좋지 않아서, 재능이 없어서 등 무수한 이유들을 나열하기도 한다. 그 꿈의 진행상태를 스스로 돌아보는 글들을 이 소설에서 만나게 된다.



'자서전'의 의미부터 제대로 짚어주면서 소설은 시작한다. 우리의 글쓰기가 가지는 의미와 무수히 반복되는 일상의 가치를 어떻게 기록하며 무엇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지 글쓰기 수업이 시작된다.



대학에서 글쓰기 강의를 듣는 유익한 시간들도 주어진다. 더불어 화자의 일상에 자리한 어머니의 부재와 죽음이 가져다 놓은 고찰들에서 천국과 행복이라는 깨우침을 글쓰기로 전하기도 한다. 명료한 그 순간에 함께 멈추게 한다. '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 행복과 고통. 구원과 타락, 영원과 찰나... 나는 엄마를 생각했다. 엄마도 저 에메랄드빛 물결의 일부가 되었을까?'



작가의 이야기는 웃음도 자주 선사해 주었다. 몇 번을 웃으면서 읽기도 한 소설이다. 반면 깊게 파고들어가는 멈춤의 순간들의 고찰이 전달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래서 감동을 여러 번 받았던 『중급 한국어』이다.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신비로운 성찰을 이 소설에서 만나고 있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믿기 어려울 정도로

평화로운 순간이 찾아왔다.

모든 염려가 사라지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은 것만 같은 순간,

천국이 있다면 이런 곳일까?




화자의 존재가치에 있었던 구멍들을 들여다보게 한다. 가족에게 있었던 구멍들도 하나둘씩 펼쳐 보이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이 사회에 현존하는 구멍들을 이야기들을 통해서, 때로는 글쓰기 수업 강의 내용들의 여러 작품들을 통해서 보여주는 작품이다. 우리 존재에, 우리 가정에, 우리 공동체에 난 구멍을 더듬어보는 시간 (217쪽) 죽음 기억하기, 앞으로도 기억할 죽음을 관조하게 한다.



성찬식과 최후의 만찬이 가지는 의미와 '검은 빵'이라고 말하는 '다크 로프(dark loaf)'라는 검은 덩어리에 대한 강의 내용은 강열하게 자리잡는다. 뜯어 먹기 힘든 빵이지만 맛은 풍부하다는 이 빵이 가진 의미는 인생으로 비유된다. 무수히 열거되는 고통으로 점철되는 인생이라는 삶의 변곡점들이 가지는 의미를 전하는 강의내용이 이 소설에서 만나게 된다.

기쁨도 슬픔도 행운도

불운도 쾌락도 고통도 모두 '있는 그대로'

'좋다 싫다'가 아니라 '풍부하다'고...

희망도 절망도 없이. 그냥 사는 것입니다.

일어난 일을 두 팔 벌려 받아들이는 것.

이 검은 덩어리를 내 안에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에게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데 220

지금까지 나에게 찾아왔던 수많은 검은 빵들을 함께 열거해 보게 한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작업이 가지는 놀라운 변화를 이미 경험했기에 이 문장들에 오랫동안 머무르게 한다. 두 팔 벌려 받아들이는 것이 가지는 의미는 상당한 영향력을 과시한다. 삶에는 무수한 고통들이 존재한다. 가족이 주는 고통, 학교가 주는 고통, 공부와 대인관계, 취업이 주는 가중감, 글쓰기까지도 화자의 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함께 공감대를 나누게 된다. 화자만큼이나 우리들의 삶에도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고통과 슬픔들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무엇을 떠올리며 살아가야 하는지, 계속 힘을 내야하는 이유를 만나는 소설이 된다.



<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안톤 체호프, <맥베스>, <리어왕>, 올리버 색스 <고맙습니다>, 커트 보니것 <제5도살장>, <변신>카프카, < 난 곰인채로 있고 싶은데...>요르크 슈타이너, 오스카 와일드 희곡 <윈더미어 부인의 부재>, <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오즈의 마법사>, <바리데기 이야기>,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 <디즈니 만화들>, <애러비>제임스 조이스 단편, <더블린 사람들>아 등장하는 소설이다. 이 한 권의 관조하는 삶이 무엇인지, 자서전의 새로운 정의까지 생각하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작가의 이야기를 깊게 만날 수 있는 작품이 된다. 가볍지 않은 중급 한국어 수업이 되어준 소설이다. 작가의 다른 작품까지도 궁금해지게 한다.



내 검은 빵은 페이지 바깥에,

책을 덮고 난 다음에 비로소 존재하고

또 찾아올 거예요. 223

되풀이하는 것만이 살아 있다.

되풀이만이 사랑할 만하다.

되풀이만이 삶이다.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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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옷을 입은 여인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창실 옮김 / 1984Books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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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크리스티앙 보뱅의 신간도서라 펼친 도서이다. 출판사의 책들을 좋아해서 무조건 만남을 가진 시간들이다. 기대보다도 더한 것들을 펼쳐놓는다. 몇 번을 멈추었는지도 모를 정도이다. 작가의 문체에 여러 번을 읊조리며 거닐게 한다. 19세기 미국 시인이었던 에밀리 디킨슨을 만나는 책이다. 그녀의 죽음에서 이야기는 시작되고 마지막도 그녀의 죽음으로 마무리가 된다. 『밤을 채우는 감각들』 세계시인선 필사책을 통해서 이 시인을 조금이나마 아는 정도였기에 이 한 권을 통해서 그녀의 삶을 앨범의 사진을 넘기듯이 만나게 된다. 시간적 흐름이 아닌 사건들의 흔적들을 펼치면서 작가만의 유려한 문체와 시적인 통찰로 그녀를 마주하게 한다. 그녀의 집, 그녀의 정원, 그녀의 생강빵이 담긴 바구니, 그녀의 종이와 펜, 글을 쓰는 그녀를 만나게 한다.



19세기 미국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의 직업과 가치관, 생활방식들까지도 책에서 전해진다. 청교도적인 삶이 주는 극심한 규율과 통제들을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 아버지의 철도를 향한 애정, 종교적 관념들이 그녀의 눈에 고스란히 담기기 시작한다. 어린 소녀이지만 그녀는 남다른 모습을 보인다. 그녀가 경험한 이모집에서 생활의 추억과 피아노도 놓치지 않게 한다. 에밀리가 학교생활 중에 보이는 당찬 소신도 주목받게 한다. 그녀의 확고한 신념의 원천은 어디에서 시작되어서 흘러가고 있었는지 이 책을 통해서 하나둘씩 만나게 된다.

소학교의 어둠 속에서 에밀리는 책들이 지니는 부활의 힘을 발견한다. 55

죽음과 어둠을 직시한다. 두려움과 불안이라는 감정도 관통하고 있다. 자신의 집과 정원이라는 공간에서만 생활하였던 그녀의 수많은 날들은 부족함이 없었다. 오히려 풍족함으로 넘친다. 일반인들의 사고범위와는 확연히 다름을 보인다. 허용된 공간도 일부일 뿐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 공간에서도 충분히 사유하고 삶을 이해하고 어둠을 직시한다. 사회가 규정한 교육보다도 그녀가 스스로 정원을 돌보면서 깨우치는 놀라운 발견들은 그녀의 시를 통해서, 글을 통해서 충분히 전해진다. <기러기>메리 올리버 시선집과 <월든>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떠오르기도 한다. 자연 속에서 삶을 꾸준히 살피고 있는 에밀리를 보게 된다. 정원에서 꽃과 나비를 무심하게 바라보지 않았던 그녀이다. 그녀 창문으로 보이는 죽음의 행렬들도 놓치지 않았던 인물이다.



'그녀의 집'이라고 명명하는 그곳을 떠올리게 한다. '아버지의 집'이라고 말하는 그곳도 의미를 부여한다. 두 집이 가지는 차이점은 확연하게 드러난다. 그녀가 보았던 것들이 그녀의 사고를 확장시켜주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녀의 시집이 무척 궁금해진다. 이 책에 담긴 그녀의 문장들은 그 갈증을 충분히 채우지 못할 정도이다. 크리스티앙 보뱅 시인이 펼쳐준 그녀의 이야기는 충분히 찬사를 받게 된다. 저자만이 전하는 고유한 문체에 다시 빠져들었던 시간이다.

감탄을 멈출 수가 없었다. 잰걸음으로 천천히 하나의 이야기들을 오랫동안 부여잡게 한다. 문장들이 가져다 놓은 에밀리라는 그녀를 더욱 밀착해서 알아가게 한다. 그녀의 시간들로 채워진다. 그녀가 보는 광경들, 그녀의 시선들이 온전히 느껴지기 시작한다. 냉소적으로 대비되는 세상의 삶과 가치들이 절대적인 것인지 질문하게 한다. 무()가 가지는 의미를 에밀리라는 그녀가 전하는 음성으로 만나볼 수 있다.

에밀리의 삶은 눈에 띌 만큼 우리의 시야를 벗어난다. 모든 구경거리는 스스로 권태를 몰아낸다고 믿지만 실은 그 권태 속에서 죽어 간다. 싫증이 나지 않는 유일한 광경은 어떤 마음의 풍경이다. 너무도 순결해... 세상 무엇도 침투할 수 없는 마음. 150

청교도적 엄격주의의 덫에 걸려 그 스스로 장님이 되고 만 것이다. 74


자식들이 최근에 지은 잘못을 탐욕스럽게 열거한 뒤

그날의 시편을 읽는다...

그녀는 모든 걸 보았고 기록해 두었다. 29


단죄하는 눈. 상대를 탐색. 판단.

그건 상대를 전혀 보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구약'의 눈이다. 19

아버지 집에서는 세 아이가 있었다. 두통에 시달리는 어머니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부모가 없었다고 말한다. 그 이유도 책을 통해서 만나게 된다. 그들의 부재가 무엇을 의미하였는지 저자는 전한다. 에밀리는 자신의 오빠를 돌보며, 여동생은 에밀리를 돌본다. 삼남매에게 존재하지 않았던 부모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면서 살아갔던 것일까?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았던 이들이 부모로 사회적으로 자리한다. 아버지가 끊임없이 쫓아간 것들, 어머니가 끊임없이 놓치고 있었던 것들을 에밀리라는 그녀를 통해서 작가는 질문한다.



친구가 찾아와도 목소리만으로 대화를 나누었던 에밀리이다. 통념이 사라지게 한 그녀이다. 그녀의 사고가 던지는 것들이 무수히 많았던 내용들이다. 그녀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무수히 펼쳐진다. 시간적 흐름을 따르지 않는다. 에밀리와 인연이 있었던 다수의 인물들도 책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그들의 뇌리를 크게 흔들어 놓았던 에밀리라는 그녀. 그녀가 얼마나 침잠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왔을지 짐작하게 한다. 매일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그녀의 의지. 죽음과 신을 향한 기나긴 여정은 고된 순간들임을 떠올리게 한다.

그녀의 가족 중에는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오직 에밀리뿐이라고 여동생은 말한다. 그녀가 하는 일은 생각하는 것이었다. 여동생의 눈에도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의미 있는 것인지 전한다. <고도를 기다리며> 하인이 보였던 모습도 떠오른다. 생각을 멈추었던 하인은 이 작품의 다른 가족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생각을 끊임없이 하였을 에밀리의 생애를 만날 수 있었다. 특유한 문체로 매료시키는 크리스티앙 보뱅의 책이라 더욱 의미 있었다. 더 깊게 관조하게 하는 시간들로 채워진다. 저자의 시선과 에밀리의 광폭적인 수직적인 삶을 만나게 될 것이다. 수평적인 삶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책에서 전한다. 그것과 다른 수직적인 삶을 살았던 그녀 에밀리를 만날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보는 자가 되는 길을 택한 건 아니다. 이 재능은 은총이기에 앞서 십자가다. '갈보리의 여제' 호칭 106


질투의 뱀들이 기어 다닌다.

낮엔... 꽈리를 틀고,

밤엔... 몽상의 풀들 사이에서 일렁인다.

30년이 지난 뒤에도 그것들은 여전히 그곳에 있다.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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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죽음 철학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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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죽음을 의연하게 바라본다. 의연한 모습은 오래 기억속에 자리잡게 한다. 죽음이 마치 없는 듯 살아가는 사람들을 자주 보면서 살아가는 요즘, 죽음이 주는 준비, 마음가짐, 오늘의 의미를 더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 사는 뭐라고』 이어서 읽은 책이라 그녀의 이야기는 더 긴밀하게 다가서고 있다. 살아온 날들과 죽음을 맞이하는 날들을 떠올려보게 한다. <아침의 피아노>책의 내용들도 함께 떠오르게 한다. 죽음을 관조하는 저자만의 시선들을 따라가본다.


저자의 책들을 쌓아놓고 읽게 한다. 그녀가 성장한 날들,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던 대륙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치열했던 생존의 시간들도 함께 잠시 떠올려보게 한다. 예기치 않게 찾아온 동생의 죽음과 오빠의 죽음은 더욱 크게 그려진 그녀의 이야기가 된다. 보모였던 그녀가 읽어낼 수 없었던 동생의 죽음의 그늘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아프게 찾아오는 그리움으로 남겨진 상흔으로 남는다. 친밀한 오빠의 부재도 그녀에게는 형용할 수 없을 만큼의 멍이 되었지만 그 누구도 그녀를 위로해주지는 않았음을 그녀의 글을 통해서 알게 된다. ​

'위로'가 얼마나 큰 것인지 보게한다. 타인의 슬픔을 스치지 않기를, 지나치지 않는 우리가 되어야 한다. 빠르게 흘러가는 삶이지만 우리가 외면하고 묵시한 상처가 없었는지 돌아보게 한다. 지금도 가족을 잃은 국가적 재난에 위로받지 못하는 이웃이 존재하며 현재진행형으로 그들이 버티며 살아가고 있음을 떠올리게 한다. 누가 외면하는지, 그 의도가 무엇인지도 알기에 위로의 힘, 치유의 놀라움을 이 순간에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위로하는 한 사람이 되어 연대하는 공동체의 온기를 나누도록 작가의 경험이 말을 건네는 순간이 된다.


지금껏 우리가 위로한 것들도 떠올려보게 된다. 어린 소녀에게도 형제의 죽음이 가지는 충격이 얼마나 상실감이 큰지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서 알게 된다. 그녀에게는 형제들의 죽음을 준비되지 않았을 때 찾아왔음을 전하고 있다. 그리고 아빠의 죽음도 그녀는 오랜 시간 지켜보게 되면서 그녀 자신의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까지도 마주보게 한다.​

솔직한 그녀의 이야기들을 만나고 있다. 예고하지 않은 만남과 그들의 이야기도 진솔하게 전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구원에 대해 느끼지 못했던 사람에게 구원이 가진 의미를 무신자가 알려주는 대목이었다. 이미 마음에 찾아온 평온함구원이라는 것을 책을 통해서 만나게 된다. 인생의 마지막이 있음을 알기에 우리는 그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지게 한다. 방사선과 항암제 치료를 거부한 어느 여인의 이야기와 미국의 제약회사의 항암제 판매까지도 함께 생각하게 하는 내용도 만나게 된다.


본처와 첩이 있는 환자의 간병을 둘러싼 이야기와 유체를 서로 안 거두겠다는 두 여인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 내용이 된다. 호스피스 병동의 풍경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시간이 된다. 그 병동의 간호사들의 감정 노동도 전해준다. 눈물이 나도 울면 안 되는 교육, 눈물이 나면 울어도 된다고 말해준 수간호사의 허용은 근무하는 간호사에겐 또 하나의 좋은 근무지가 되어주도록 인도해주고 있음도 책을 통해서 만난다.​

그녀의 어머니에 대한 내용이 좀 더 상세하게 전해준다. 뇌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뜻하지 않게 이 책을 통해서도 많이 채워지게 된다. 죽음의 순간을 정의하는 모호한 기준들은 『숨결이 바람 될 때』 책의 의사인 저자도 논하는 내용이었기에 이 책에서 저자와 의사가 나누는 대화글에서도 만난다. 사망이라는 진단과 함께 모니터를 제거하는 이유를 생각해보게 하는 내용이 되어준 책이다. ​


뇌는 신비롭다. 작가의 어머니가 보여준 두 가지 인격은 더더욱 신비로운 것이 아닌가 싶다. "고마워", " 미안해"라는 대화는 치매가 오기전에는 예상할 수 없었던 어머니이다. 그러한 어머니가 치매로 인해 딸에게 고마워, 미안해라는 말과 함께 온유함을 보여주면서 딸과의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기가 센 작가이지만 요리와 살림의 고수였던 그녀였음을 알게 된다. 죽음을 준비한 과정들도 전해진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죽은 사람이다.(11쪽) 글로 책은시작하면서 그녀가 죽음을 대하는 태도를 이 한 줄의 문장이 대변해 주고 있음을 상기하게 한다. 죽음은 가까이에 자리하고 있다. 부모와 대화할 때도 죽음을 준비하시는 모습들을 계속 듣게된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 죽음을 준비하며 살아가게 한다. 생의 시간에서 죽음을 괸조할 수 있음을 주시하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그 길에 만난 죽음 철학 도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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