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죽음 철학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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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죽음을 의연하게 바라본다. 의연한 모습은 오래 기억속에 자리잡게 한다. 죽음이 마치 없는 듯 살아가는 사람들을 자주 보면서 살아가는 요즘, 죽음이 주는 준비, 마음가짐, 오늘의 의미를 더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 사는 뭐라고』 이어서 읽은 책이라 그녀의 이야기는 더 긴밀하게 다가서고 있다. 살아온 날들과 죽음을 맞이하는 날들을 떠올려보게 한다. <아침의 피아노>책의 내용들도 함께 떠오르게 한다. 죽음을 관조하는 저자만의 시선들을 따라가본다.


저자의 책들을 쌓아놓고 읽게 한다. 그녀가 성장한 날들,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던 대륙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치열했던 생존의 시간들도 함께 잠시 떠올려보게 한다. 예기치 않게 찾아온 동생의 죽음과 오빠의 죽음은 더욱 크게 그려진 그녀의 이야기가 된다. 보모였던 그녀가 읽어낼 수 없었던 동생의 죽음의 그늘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아프게 찾아오는 그리움으로 남겨진 상흔으로 남는다. 친밀한 오빠의 부재도 그녀에게는 형용할 수 없을 만큼의 멍이 되었지만 그 누구도 그녀를 위로해주지는 않았음을 그녀의 글을 통해서 알게 된다. ​

'위로'가 얼마나 큰 것인지 보게한다. 타인의 슬픔을 스치지 않기를, 지나치지 않는 우리가 되어야 한다. 빠르게 흘러가는 삶이지만 우리가 외면하고 묵시한 상처가 없었는지 돌아보게 한다. 지금도 가족을 잃은 국가적 재난에 위로받지 못하는 이웃이 존재하며 현재진행형으로 그들이 버티며 살아가고 있음을 떠올리게 한다. 누가 외면하는지, 그 의도가 무엇인지도 알기에 위로의 힘, 치유의 놀라움을 이 순간에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위로하는 한 사람이 되어 연대하는 공동체의 온기를 나누도록 작가의 경험이 말을 건네는 순간이 된다.


지금껏 우리가 위로한 것들도 떠올려보게 된다. 어린 소녀에게도 형제의 죽음이 가지는 충격이 얼마나 상실감이 큰지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서 알게 된다. 그녀에게는 형제들의 죽음을 준비되지 않았을 때 찾아왔음을 전하고 있다. 그리고 아빠의 죽음도 그녀는 오랜 시간 지켜보게 되면서 그녀 자신의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까지도 마주보게 한다.​

솔직한 그녀의 이야기들을 만나고 있다. 예고하지 않은 만남과 그들의 이야기도 진솔하게 전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구원에 대해 느끼지 못했던 사람에게 구원이 가진 의미를 무신자가 알려주는 대목이었다. 이미 마음에 찾아온 평온함구원이라는 것을 책을 통해서 만나게 된다. 인생의 마지막이 있음을 알기에 우리는 그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지게 한다. 방사선과 항암제 치료를 거부한 어느 여인의 이야기와 미국의 제약회사의 항암제 판매까지도 함께 생각하게 하는 내용도 만나게 된다.


본처와 첩이 있는 환자의 간병을 둘러싼 이야기와 유체를 서로 안 거두겠다는 두 여인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 내용이 된다. 호스피스 병동의 풍경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시간이 된다. 그 병동의 간호사들의 감정 노동도 전해준다. 눈물이 나도 울면 안 되는 교육, 눈물이 나면 울어도 된다고 말해준 수간호사의 허용은 근무하는 간호사에겐 또 하나의 좋은 근무지가 되어주도록 인도해주고 있음도 책을 통해서 만난다.​

그녀의 어머니에 대한 내용이 좀 더 상세하게 전해준다. 뇌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뜻하지 않게 이 책을 통해서도 많이 채워지게 된다. 죽음의 순간을 정의하는 모호한 기준들은 『숨결이 바람 될 때』 책의 의사인 저자도 논하는 내용이었기에 이 책에서 저자와 의사가 나누는 대화글에서도 만난다. 사망이라는 진단과 함께 모니터를 제거하는 이유를 생각해보게 하는 내용이 되어준 책이다. ​


뇌는 신비롭다. 작가의 어머니가 보여준 두 가지 인격은 더더욱 신비로운 것이 아닌가 싶다. "고마워", " 미안해"라는 대화는 치매가 오기전에는 예상할 수 없었던 어머니이다. 그러한 어머니가 치매로 인해 딸에게 고마워, 미안해라는 말과 함께 온유함을 보여주면서 딸과의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기가 센 작가이지만 요리와 살림의 고수였던 그녀였음을 알게 된다. 죽음을 준비한 과정들도 전해진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죽은 사람이다.(11쪽) 글로 책은시작하면서 그녀가 죽음을 대하는 태도를 이 한 줄의 문장이 대변해 주고 있음을 상기하게 한다. 죽음은 가까이에 자리하고 있다. 부모와 대화할 때도 죽음을 준비하시는 모습들을 계속 듣게된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 죽음을 준비하며 살아가게 한다. 생의 시간에서 죽음을 괸조할 수 있음을 주시하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그 길에 만난 죽음 철학 도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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