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쏜살 문고
아니 에르노 지음, 윤석헌 옮김 / 민음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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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 작품들을 계속해서 읽게 된다. 이 책은 책 디자인도 작고 두께감도 두껍지가 않다. <사건>이라는 책 제목과 책표지 디자인은 읽으면서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작품에서도 등장하는 작가의 작품인 <빈 옷장>과 그 외의 작품들을 떠올려보지 않을 수가 없다. 대학시절 임신중절을 한 경험을 다른 작품에서 읽었기에 이 작품은 그 사건을 다루고 있음을 짐작하면서 시간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었다.

여성의 몸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한다. <시녀 이야기>을 바탕으로 한 <핸드메이즈 테일>시리즈를 보면서도 많이 질문하는 세계이기도 하다. 임신중절을 법으로 규제하는 세상을 살아간 여성들이 있고 지금도 있다. 여성의 몸을 법으로 억압한 역사 속에는 죽음까지도 각오하면서 비밀스럽게 혼자의 힘으로 낙태를 강행한 여성들이 존재한다. <소망 없는 불행> 페터 한트케의 작품에서도 어머니의 이야기를 떠올리기도 한 이 책은 역사 속의 여성들을 무수히 연결하게 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나는 은밀하게 범죄자가 되어 있었다. 36

뜨개바늘. 내가 하려는 일을 이미 수많은 여성들이 해 왔다는 사실 38

늘 그래 왔듯 임신 중절이 나쁘기 때문에 금지되었는지, 아니면 금지되었기에 나쁜지를 규정하는 일도 불가능했다. 우리는 법에 비추어 판단했고, 법을 판단하지는 않았다. 32

우리가 법을 어길 수밖에 없었던 모든 것이 대해서 72

여성이 몸으로 선택해야 하는 것은 갈림길이 된다.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큰 거울이 된다. 작가의 작품들은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들로 채워져서 독자들과 호흡하는 작품들이라 쉽게 잊히지 않는 작품들이 된다. 이 작품은 더욱 놀라움으로 읽은 작품이었다. 길을 잃고 수습하고자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하는 젊은 여대생이 눈앞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불법이었던 임신중절을 비밀스럽게 진행하고자 노력한 순간들과 도움을 주는 돈과 주소의 의미, 의사들의 대응 태도, 무지한 상황에서 아이의 탯줄을 자르는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치면서 지나게 된다.

나는 짐승이었다... 우리는 조용히 운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말로 표현 못 할 장면이다. 희생의 장면. 65

일본. 중절된 태아를 미즈코, 물의 아이라고 부른다. 65

스스로를 짐승이었다고 회고한다. 그리고 그 현장에 있던 두 여대생은 조용히 울고 있으며 중절된 태아를 물의 아이라고 부르는 이유에 또 한 번 무너지게 된다. 너무 슬픈 장면이며 슬픈 사건이 아닐 수가 없다. 여성이 감당하는 육체와 생명과 죽음의 순간들이 되기 때문이다. 함께 사랑한 상대는 그녀 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롯이 홀로 여성이 감당할 고통이며 슬픔이며 죄책감으로 오랜 시간 기억 속에서 자리 잡을 몸의 역사가 된다. 이와 같은 경험으로 오랜 시간 그리워하고 미안해하며 힘겨운 날들을 숨죽여 보내는 여성들이 존재하기에 이 작품은 큰 의미가 되는 기록이 된다.

성당. 고해. 신부. 범죄자 일 뿐이었다. 성당을 나오며 나는 종교의 시대가 끝났음을 알았다. 76


임신 중절이라는 개인적 사건에 작가는 예리한 질문을 독자들과 함께 호흡하고자 한다. 법이 온전히 합당한 것이었는지 판단하지 않았던 시대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해를 한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범죄자라는 종교의 관점에 그녀는 종교의 시대는 끝났음을 인지하게 된다. 종교가 가져야 할 모습과 반하는 모습을 그녀는 자신의 고해라는 사건을 가져다 놓고 모두가 되짚어보게 한다. 예수의 기도와 예수의 가르침을 함께 상기하게 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범죄자가 아니라 법을 어길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그녀의 작품을 통해서 만나게 된다. 이것은 모든 여성을 향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누구도 예외가 아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여성의 목소리는 높게 외치는 아우성인 세상에 살고 있다. 여성의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노력하는 또 다른 그들의 노력도 우리는 목도하는 세상 속에 살고 있다. 그녀가 노벨문학상 수상하면서 인터뷰한 내용을 다시금 상기하면서 읽은 그녀의 작품이다. 왜 이 작품을 쓰고 있는지, 그녀에게 글쓰기가 가지는 의미와 그녀의 삶의 진정한 목표를 이 작품에서 듣게 될 것이다.

그저 사건이 내게 닥쳤기에, 나는 그것을 이야기할 따름이다. 그리고 내 삶의 진정한 목표가 있다면 아마도 이것뿐이리라. 나의 육체와 감각 그리고 사고가 글쓰기가 되는 것 79

그녀의 작품들에는 언제나 그녀의 사회적 계급이 언급된다. 노동자 계급과 세대의 차이에서 그녀가 홀로 감당한 그 사건에는 분노와 슬픔, 고통과 고독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과 그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그녀의 글쓰기의 지표가 된 분명한 작품세계를 이 작품에서도 이유를 찾게 해준다. 임신 중절이 진행되는 세부적인 상황들을 이 작품에서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환자가 다급하게 질문하며 의사에게 간청하는 순간에 그녀가 들었던 고함소리도 기억에 남는 대화이기도 하다. "나는 빌어먹을 배관공이 아니야!" 젊은 외과 의사. 소리를 질렀다. 질문하며 간청하는 환자에게. 세계와 나의 계급을 나누고,... 의사들은 노동자들과 중절한 여자들에게서 분리시키고, 지배자들과 지배받는 이들을 분리한다. 68~69

노동자와 소상공인 기정에서 고등 교육을 받은 첫 번째 수혜자 22

그때 내 안에서... 사회적 실패라는 낙인 22

많은 소설들이 임신 중절을 언급하긴 했지만, 그 일이 정확하게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 방식에 대해서까지는 세부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27

<초현실주의 문학에서 여성의 역할>논문. 형태가 없는 관점 74

임신 중절을 하고 위험한 상황에 있었던 사건과 이후 그녀가 자유롭지 못했던 정신적 상황까지도 쥘 베른의 소설 <달나라 탐험>의 개의 시체와 아기 인형은 심적으로 힘겨워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문장이기도 하다. 임신 중절이라는 수술이 얼마나 큰 고통을 감당하는지도 작품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이외에도 신체의 신비는 언제나 놀랍게 한다. 임신 중절을 하였는데도 젖이 도는 이야기도 놓치지 않고 기억에 남는 내용이 된다.

작고 하얀색의 아기 인형이 떠다녔다. 쥘 베른의 소설 <달나라 탐험> 속 우주 비행사들을 계속해서 쫓아다니며 하늘에 떠다니는 개의 시체 같았다. 74

자연은 부재 속에서도 기계적으로 계속 일을 했다. 젖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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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 카네기 성공대화론 데일 카네기 초판 완역본 시리즈
데일 카네기 지음, 임상훈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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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마가 극찬한 카네기 불후의 명작

워런 버핏을 말하기의 두려움에서 구해준 대화의 기술

평생 자산이 될 절대불변 커뮤니케이션 바이블을 만나다.

.......

국내 최초 1937년 초판 완역본

워런 버핏 추천도서

전 세계 9백만 명이 선택한 명강의

.......

 

당당하게 서서 청중을 똑바로 응시하라. 단호한 몸짓을 취하라. 139

데일 카네기 도서들의 명성은 유명하다 보니 언제나 머뭇거리지 않고 읽게 된다. 완역본이라는 문구와 워런 버핏의 추천도서라는 사실도 눈길을 끌었던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내용들마다 목소리 훈련법과 내용요약정리까지 깔끔하게 정돈된 책이기도 하다. 인상적인 명언들도 빼놓지 않고 읽었던 내용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전체적인 내용들을 읽으면서 연거푸 좋았던 연설과 기억에 남지 않았던 연설가들을 떠올려볼 수 있었다. 내용들이 가지는 명확한 지침들을 상기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공감할 수 있었던 시간들로 채워진 책이었다.

목회자의 설교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신앙을 가질 때 반짝거리면서 지치지 않고 걸어갈 수 있었던 것은 설교의 든든한 빛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다른 목회자의 설교를 들었을 때 비교되는 것은 설교의 차이점들이 이 책을 통해서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끝을 내는지에 대해서도 책은 전해준다. 그리고 연단에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해서도 책은 알려주고 있다. 좋은 설교와 좋은 연설이 무엇인지도 이 책을 통해서 확실히 비교할 수 있게 된다.

연설문을 준비하기까지 무엇이 필요한지, 어떠한 과정들이 연습되어야 하는지도 전한다. 청중이 누구인지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인내하고 용기를 내야 하는 이유, 연습이 가지는 의미, 노력과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책은 여러 번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내용 중의 하나가 된다. 유명한 연설가, 유명한 설교자는 분명한 차이점을 보인다. 그들의 목소리, 그들의 어조, 그들의 어휘, 그들의 몸짓, 그들의 전달력을 떠올려보아야 한다. 왜 대중에게 인정을 받았는지 확연한 차이를 짚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노력과 그들의 습관, 그들의 무수한 시간들은 많은 노력의 결실임을 상기하게 한다.

말하는 능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대이다. 그 과정을 준비하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책. < 데일 카네기 성공대화론>

용감하고 대담하게 두려움과 맞서 싸우고, 정복하라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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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위한 증언 낮은산 키큰나무 24
김중미 지음 / 낮은산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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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부리말 아이들> 작가의 신간 장편소설이다. 제목과 책표지의 그림이 심오하게 다가선 책이었다. 세월호 사건을 상기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오늘은 너무 많은 죽음이 내 가까이에 있다. (12쪽) 그리고 엄마의 자살 시도가 이야기된다. 미투와 동성애, 기독교 집안의 단단한 사회적 벽도 작품에서 만나게 된다. 환경과 자연, 동물에 대한 다양한 정보도 놓치지 않고 기억에 남기는 작품이기도 하다. 저어새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된 정보는 오랜 시간 함께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동물도 아름다운 사랑을 그려내는데 우리들의 사랑은 어떠한 사랑들을 그려내는 세상일까? 이 작품에서는 놀랍고 무섭고 경악하면서 소스라치는 성폭력과 성추행, 성폭행에 대해 진중하게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들이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서 이야기된다.

나는 꿈이 하나 생각났다. 엄마처럼 살지 않는 거다. 232

언니가 얼마나 치열하게 살고자 했는지, 그런데도 왜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알리고 싶다. 271

당신이 왜 우리를 그렇게 함부로 대했는지... 오랫동안 괴로웠어요. 283

종교활동 중에 성폭행이 어떻게 해결되고 덮어지는지, 모자가정이 되는 사례도 다루어진다. 다른 여성은 출산하고 입양을 보내는 상황에 자신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는 사례도 전해지기도 한다. 또 다른 여성은 친아버지에게 성추행과 성폭행이 이루어지면서 어린 나이에 타의에 의해서 멀리 홀로 유학을 떠나기도 한다. 이 여성들은 그날의 사건들로 자유로워졌을까? 감기처럼 쉽게 잊고 살아갈 수 있었는지 되묻게 한다. 이들은 그날 이후로 혼돈의 시간들로 점철되면서 자책하기도 하면서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여성으로 삶을 살아가는 안타까운 나날들을 이어가게 된다.

동성애를 바라보는 기독교의 시선도 작품에서 다룬다. 아버지가 딸을 성폭행한 사건을 바라보는 친할머니의 모습과 아버지의 태도는 매우 이질적으로 투영된다. 대외적인 활동가의 모습과 가정에서의 모습은 상반될 뿐이다. 가부장적이고 억압하며 가정폭력도 무차별적으로 가하는 모습을 우리는 만나게 된다. 쇼윈도 부부가 있듯이 쇼윈도 가족도 존재한다고 작품은 말한다.

결이 아버지. 기업인. 학생운동. 장학 재단. 기부.

아빠는... 당연히 존경하고, 자기 말에 복종해야 한다고 생각해... 아빠의 위신을 위해서... 57

쇼윈도 부부. 쇼윈도 가족. 진짜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싶어... 덕분에 알게 됐어... 항상 고마워. 57

하나의 사건과 하나의 인물이 피해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여러 성폭행 사건과 여러 피해자들이 등장하고 있었다. 피해 당시 어린 여성들이었고 그 여성들은 남성들의 삐뚤어진 욕망과 거짓된 언행에 피해를 보는 여성들이었다. 꽤 많은 사건들과 피해 여성들이 주위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과 대학 입학 선물로 해주라고 하는 고모의 대화 내용에서도 짐작하게 하는 문화도 놓치지 않게 된다. 권력과 힘이 있는 사람들에게 겁먹고 피했던 어머니의 지난날들과 포기하지 않고 진실과 싸우는 현실의 모습은 큰 변화이기도 하다. 그곳에는 연대가 존재했다. 혼자가 아니었다.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안아주고 이해해 주고 있었다.

절대로 누군가의 말에 의해 움직이는 인형이 되지 말라고 했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만 생각하라고. 210

꼭 미래를 꿈꾸고, 성공을 꿈꿔야만 하는 걸까? 가족이 화목하고 마음이 통하는 친구를 갖고 싶은 꿈은 한심한 걸까?... 내가 원하는 건... 나는 ... 가면을 쓴다... 나를 가장 슬프게 하는 것은... 아무도 진짜 나를 모르는 것. 210

진정한 성공과 꿈을 무엇인지 작품은 질문한다. 아이들은 부모를 보면서 자란다. 이 작품의 아이들은 독백처럼 말한다. 엄마처럼 아빠처럼 살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이 아이들을 만나보아야 한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부모란 무엇일까? 든든한 버팀목이고 안전망이 되어야 하는데 두 어른은 괴물이 되어 자신의 힘을 더 소중하게 다룬 왜곡된 어른이었지 않은가. 살고자 힘썼던 하늘이가 왜 자살을 했는지 안타까움으로 만났던 작품이었다. 더 이상 사라지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지는 작품이었다. 살아야 하는 이유와 안아주고 힘주는 우리들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일깨우는 작품이었다.

남녀 차별. 할머니

하늘이가 내는 구조 신호를 계속 무시한 사람... 엄마가 어쩌면 그렇게 모질 수 있죠? 206

숨기고 덮고 화목한 가정처럼 연기하는 괴물 같은 가족은 없는지, 이기적인 어른들은 없는지 질문하는 작품이다. 한 아이의 죽음에 냉대하고 이름조차 거론하지 않는 이 가족을 바라보면서 경악하였던 작품이었다. 왜 남겨진 동생들에게 유언을 남겼는지 만나보아야 하는 작품이었다. 이 유언에 변화하는 엄마의 모습에도 안타까웠다. 너무 늦은 행동이 아니기를, 모두가 안일하게 대처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작품이었다.

연대자로 살고 싶어 했어. 187

사람들은 알까? 숨을 쉬는 것도 고통이라는 것을. 195

자신에게 폭력을 가하고, 그것을 방치한 존재가 아버지고 어머니 201

이제 더는 죽지 않으면 좋겠어요. 그게 누구든. 205

울고 싶으면 울어. 넌 왜 항상 참기만 해. 141

깜빡깜빡 피해자들은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그 신호를 감지해야 하는 것은 주변인들이다. 진취적으로 삶을 이어가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죽음이라는 순간으로 발을 내딛기도 하기 때문이다. 살아야 하는 이유들을 열거해 보게 한다. 이겨내야 하는 이유들도 떠올려보게 한 작품이다. 피해자들이 더 이상 자책하는 늪에 빠지지 않기를 희망해 본다. 법으로 무장하겠다는 희망찬 계획을 펼치는 한 친구의 움직임도 의미 깊은 발자취가 된다. 보호받아야 하는 피해 여성들이 더 이상 죽지 않는 사회가 되도록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일깨우는 작품이었다.

당신의 불온한 시선보다 차라리 차별적인 그 시선이 나았습니다. 170

죽어서 자유롭기 위해 떠나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내 죽음으로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이 내게 한 짓, 그 행동을 가능케 한 세상을 고발합니다. 174

그들의 기득권과 한국 사회의 가부장 문화와 전통이 ... 공범입니다. 176

당신은 내 살갗에, 내 핏줄에, 내 질에 악마의 흔적을 새기고 나를 온전히 사랑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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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서술자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 민음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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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의 첫 에세이집이다. 작가가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처음으로 출간한 저서이기도 하다. 작가가 그동안 발표한 에세이와 칼럼, 강연록 중에서 12편을 작가가 직접 선별하여 묶었다는 이 책은 작가를 아는 분이라면 설레는 마음으로 펼칠 책이 된다. 국내에 소개된 작가의 책들은 <방랑자들>,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낮의 집, 밤의 집>, <잃어버린 영혼_그림책> 을 떠올려보게 한다. 작가의 작품들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서 지금도 가끔씩 펼쳐서 읽어보는 작품들이기도 하다.

12편의 에세이와 칼럼, 강연록을 모두 빠짐없이 읽었다. 특히 작가가 되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작가의 문학 강연과 글쓰기와 읽기에 대한 강연은 매우 의미 깊은 시간들로 채워질 내용들이 전해지는 책이었다. 작가의 진솔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작가라는 삶이 어떠한 의미인지, 어떠한 현실적 문제들이 있는지도 책에서 만날 수 있었다. 자본주의에 분류된 도서의 분류에 대한 작가의 의견이 분명한 어조로 전해지는 책이기도 하다. 그녀의 목소리는 또렷한 어조로 전해진다. 그녀의 의견에 귀 기울여 볼 수 있었던 시간들로 채워진 시간들이었다.


그녀의 어린 시절의 부모님과 가정환경도 전해진다. 독서를 하였던 환경적 분위기와 그녀가 즐겨 읽었던 도서들의 목록과 내용들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다. 그 작품들이 펼치는 세계가 가진 의미들을 이 책을 읽은 덕분에 정리해 볼 수 있었던 시간들이 되었다. 이외에도 자신의 작품을 집필한 과정과 인물들의 성격과 집필자의 관점까지도 책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그녀가 명명하는 새로운 어휘라는 세계와 그녀만이 구축하고 있는 새로운 관점도 작품들을 떠올려보면서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새롭게 창조되는 문학의 세상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녀가 집필하는 이유와 그녀가 지향하는 분명한 세계들을 이 책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었다.

작가가 태어난 나라와 역사적 환경과 종교, 주변 국가들이 보여준 인간의 본성까지도 그녀의 작품에서도 등장하듯이 이 에세이집에서도 그에 대한 이야기는 전해진다. 그 배경이 되었던 무수한 것들을 다시금 떠올려보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책에서 함께 어우러져서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 된다.


그동안은 작가의 작품만을 다수 떠올려 보았다. 이제는 이 책 덕분에 작가의 작품과 더불어 이 책의 내용까지도 함께 상기하면서 삶의 그림들과 무수한 질문들을 정리하는 소중한 시간들로 그려나가려고 한다. 작가의 질문들과 의문들을 쉼 없이 쏟아내는 태도에 여러 번 주시하게 했다. 그 의문과 질문들은 그녀의 삶과 호기심과 작품에 고스란히 다양한 방식과 형태로 투영되지 않았는가. 작가의 의지와 단단한 목소리들은 많은 것들을 독자들과 함께 호흡하고자 한다는 것을 충분히 전달받은 시간들이 된다. 그녀가 또렷하게 말하는 것들을 다시금 메모해 보게 한다. 그리고 삶 속에서도 살아움직일 수 있도록 함께 하려고 한다. '다정함'과 '목소리를 얻지 못한 존재'에 대해서도, 단순한 이분법에 대해, 중심 또는 주류에 머무르려는 성향은 창의성의 측면에서는 치명적이라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서 떠올려보게 한다.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과 역사, 집필자의 관점, 인간의 본성은 작품에서도 우리는 만나볼 수 있었다. 그 작품들의 작품성과 이 책의 내용들은 더욱 작품을 이해하는 발판이 되어준다. 그 외에도 다른 작가의 작품들을 열거하면서 작가의 주제를 더욱 이해하는 폭을 넓혀주었던 내용들이었다. 칼럼과 강연록, 에세이들이 주는 큰 영향력을 경험하면서 작가의 작품들을 다시금 주시해 보게 하는 책이었다.




기후 비상 사태나 정치적 위기는 ...

경제적, 사회적, 종교적 세계관에 따른

매우 구체적인 행동과 결단이 빚어낸 산물임을...

탐욕, 자연을 존중할 줄 모르는 오만,

이기주의, 상상력 결핍,끝없는 분쟁,

책임 의식의 부재가 세상을 분열시켰고,

함부로 남용했고, 파괴될 수 있는 상태로

전락시켜 버렸습니다. 365쪽



다정함은 우리를 서로 연결해 주는 유대의 끈을 인식하고,

상대와의 유사성 및 동질성을 깨닫게 해 줍니다.

이 세상이 살아 움직이고 있고,

서로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더불어 협력하고,

상호 의존하고 있음을 인식하게 합니다. 364쪽



성서...

"태초에 하느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

이야기꾼이 누구인지 궁금해한 적이 있습니까? 2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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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이야기
유리 글.그림 / 이야기꽃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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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과 살처분에 대한 정보는 신문을 통해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책을 통해서 알게된 진실들은 처참한 현장의 돼지 울음소리로 상황을 전해주는 사실들과 살처분된 장소의 핏물의 땅오염을 경고하는 신문기사였다. 우리가 모르는 현장의 돼지 울음소리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 그림책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었다.


돼지를 애완동물로 키우는 소설속의 장면이 떠올랐다. 실제로 돼지를 집에서 키우는 사람의 소식도 접하기도 했다. 돼지는 인간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돼지 농장의 사육 환경은 그림책의 어두운 채도와 색감이 대변해주고 있다. 감옥같은 사육설비시설과 좁은 공간은 인간의 이기심을 표출한다. 최대의 이익산출을 위한 사육시설이다. 살을 찌우는 목적만을 향한다. 무게가 곧 돈이다. 돼지의 살은 그들의 이익이며 돈으로 환산되는 시스템이다.





이런 환경에서 무항생제 고기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좋은 고기일까? 안심할 수 있는 먹거리일까? 반문해보게 된다. 인간도 사육되듯이 일하고 경쟁하라고, 비교하라고 부추기는 상황에서 결국 몸이 이상신호를 보내면서 자각하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불안을 호소하는 환자와 병원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반추해보게 한다.


돼지고기를 무의식속에서 섭취했던 날들. 이러한 환경에서 성장하고 살아있다는 것은 불행한 삶이 아닌가. 과연 이 돼지들에게 즐겁고 기쁜 순간이 있었을까? 그 고기를 섭취한다는 것은 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비건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만난 그림책이다. 법은 규정하지만 지켜지지 않고 돼지들의 울음과 살처분되는 현장의 시스템에 또 한번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숨기고 덮는 현장의 진실. 이 현장에서 노동하는 일꾼들도 정신적으로 호소하지 않을까?


몽둥이와 전기 막대라는 도구는 인간에게도 고스란히 사용되는 도구임을 상기하게 된다. 돼지들은 불행하게 태어났고 불행하게 살다가 인간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생명이었다. 비건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저마다의 이유중의 하나인 현장의 시스템을 그림책으로 밀착해서 알게된 시간이었다.


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적어간 작가의 가슴과 영혼에 두 손을 잡아보게 된다. 알아야 하는 진실을 책으로 전해줘서 너무나도 고마웠던 그림책이다. 덕분에 고발하는 신문과 책의 아우성을 통합해서 이해할 수 있었다. 툭툭 끊어진 사실들이 종합되는 진실들이었다.






어미 돼지...

분만 틀이 몸을 가두고 있어서,

새끼들을 핥아 주거나

안아 줄 수는 없습니다.

...

새끼 돼지들은 태어나자마자

이빨과 꼬리를 잘리고...

새끼를 잘 낳을 만한 암컷은

번식 돼지 우리로 옮겨지고

나머지는 여섯 달쯤 살을 찌운 뒤

도축장으로 갑니다.

...

이런 환경에서 돼지들은

질병에 걸리기 쉽습니다.

항생제가 섞인 사료를 먹이고...

구제역이라는 질병...무서운 전염병...


가축전염예방법...살처분...

산 채로 구덩이에 파묻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거의 지켜지지 않습니다.


< 책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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