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이야기
유리 글.그림 / 이야기꽃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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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과 살처분에 대한 정보는 신문을 통해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책을 통해서 알게된 진실들은 처참한 현장의 돼지 울음소리로 상황을 전해주는 사실들과 살처분된 장소의 핏물의 땅오염을 경고하는 신문기사였다. 우리가 모르는 현장의 돼지 울음소리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 그림책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었다.


돼지를 애완동물로 키우는 소설속의 장면이 떠올랐다. 실제로 돼지를 집에서 키우는 사람의 소식도 접하기도 했다. 돼지는 인간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돼지 농장의 사육 환경은 그림책의 어두운 채도와 색감이 대변해주고 있다. 감옥같은 사육설비시설과 좁은 공간은 인간의 이기심을 표출한다. 최대의 이익산출을 위한 사육시설이다. 살을 찌우는 목적만을 향한다. 무게가 곧 돈이다. 돼지의 살은 그들의 이익이며 돈으로 환산되는 시스템이다.





이런 환경에서 무항생제 고기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좋은 고기일까? 안심할 수 있는 먹거리일까? 반문해보게 된다. 인간도 사육되듯이 일하고 경쟁하라고, 비교하라고 부추기는 상황에서 결국 몸이 이상신호를 보내면서 자각하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불안을 호소하는 환자와 병원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반추해보게 한다.


돼지고기를 무의식속에서 섭취했던 날들. 이러한 환경에서 성장하고 살아있다는 것은 불행한 삶이 아닌가. 과연 이 돼지들에게 즐겁고 기쁜 순간이 있었을까? 그 고기를 섭취한다는 것은 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비건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만난 그림책이다. 법은 규정하지만 지켜지지 않고 돼지들의 울음과 살처분되는 현장의 시스템에 또 한번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숨기고 덮는 현장의 진실. 이 현장에서 노동하는 일꾼들도 정신적으로 호소하지 않을까?


몽둥이와 전기 막대라는 도구는 인간에게도 고스란히 사용되는 도구임을 상기하게 된다. 돼지들은 불행하게 태어났고 불행하게 살다가 인간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생명이었다. 비건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저마다의 이유중의 하나인 현장의 시스템을 그림책으로 밀착해서 알게된 시간이었다.


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적어간 작가의 가슴과 영혼에 두 손을 잡아보게 된다. 알아야 하는 진실을 책으로 전해줘서 너무나도 고마웠던 그림책이다. 덕분에 고발하는 신문과 책의 아우성을 통합해서 이해할 수 있었다. 툭툭 끊어진 사실들이 종합되는 진실들이었다.






어미 돼지...

분만 틀이 몸을 가두고 있어서,

새끼들을 핥아 주거나

안아 줄 수는 없습니다.

...

새끼 돼지들은 태어나자마자

이빨과 꼬리를 잘리고...

새끼를 잘 낳을 만한 암컷은

번식 돼지 우리로 옮겨지고

나머지는 여섯 달쯤 살을 찌운 뒤

도축장으로 갑니다.

...

이런 환경에서 돼지들은

질병에 걸리기 쉽습니다.

항생제가 섞인 사료를 먹이고...

구제역이라는 질병...무서운 전염병...


가축전염예방법...살처분...

산 채로 구덩이에 파묻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거의 지켜지지 않습니다.


< 책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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