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번째 천산갑
천쓰홍 지음, 김태성 옮김 / 민음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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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들의 땅> 베스트셀러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어린 시절 아역 배우였던 그녀와 그가 있다. 매트리스 광고를 촬영하고 영화도 촬영했던 그들이 있다. 세월이 흘러 그녀는 정치인의 아내로 4명의 아이의 엄마이며 아내이다. 하지만 그녀는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유일하게 잠을 잘 수 있는 것은 그의 곁에서만 가능하다. 이유도 모른 채 그녀는 그를 만나고 싶지만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 채 그동안 살아온다. 그들이 어렸을 때 촬영한 영화가 복원되어 상영한다는 행사가 전해지면서 초대를 받게 되면서 그가 파리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를 찾아간 그녀가 확인한 그의 삶은 그녀가 상상한 것들과 극명하게 대비를 이룬다는 사실도 경험하게 된다. 코끼리 같은 그녀의 여행 가방과 그의 작은 집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너 없이, 나는 잠을 잘 수가 없었어.

우리 같이 천산갑을 보러 가지 않을래?

아역배우 시절 산 아래에 살았던 그녀와 산 위에 살았던 그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의 아버지와 그의 어머니, 천산갑을 키우기까지 그의 아버지가 추구한 사업들과 그의 수많은 여자들과 그의 어머니가 찾아낸 아버지의 여자들까지도 이야기로 전해진다. 어머니가 그를 남겨놓고 영원히 떠나버린 그날을 그는 또렷하게 기억한다. 그의 아버지가 죽기 직전에 아들에게 말하는 대화 내용에서도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자신의 과오는 흔적을 지우고 아들을 향하는 날카로운 말들에 깊게 팬 아들의 상태를 짐작하게 된다. 어머니가 떠난 이유를 아들에게만 전가시키는 아버지의 언행을 그려낸다. 아들이 보편적인 삶을 살지 못했던 이유들을 그의 성장환경에서도 유추해 보게 된다.

그녀가 아역배우 시절에 학교의 선생님들과 학교 친구들이 건네는 말에서는 거침없는 폭력들이 넘쳐나기 시작한다. 의미를 알지도 못하는 그녀에게 가해지는 수많은 언어폭력들은 난폭함을 넘어서기까지 한다. 그녀의 성장환경도 놓치지 않게 된다. 그녀의 어머니가 그녀에게 드러내는 둔 요구와 보통의 삶을 살아가지 못했던 날들의 무수한 시간들은 그녀의 불면증의 원인이 되기까지 한다. 무력하게 가해지는 어머니의 수많은 요구들을 수긍하면서 살았던 그녀의 이야기는 대학시절 의대생 남자친구에게서 가해진 성폭력과 사진 유출 협박까지도 감당한 이유도 드러나기 시작한다. 여러 번의 불법적 낙태 시술을 감행하고 위험한 상황들을 경험한 그녀의 20대 이야기도 전해지면서 그녀의 곁에서 보호해 주고 돌보았던 그의 존재도 담담하게 전해진다.

그의 눈물은 무수히 멈추지 않는다. 바다가 되는 그의 눈물은 그에게서 말을 가져가게 된다. 말을 하지 않는 그, 힘겹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들을 발견하게 된다. 말과 언어의 힘, 눈물의 힘까지도 그를 통해서 확인하게 한다. 그가 선택한 삶의 이유들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빛보다는 어둠, 화려함보다는 소박함, 물질주의보다는 단출함을 보게 된다. 그녀에게서는 명품 소비와 넘쳐나는 물건들이 주를 이루지만 그녀는 불면증으로 일상적인 삶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그는 작은 집에 하나씩 소박하게 가진 물건들, 걷는 활동이 가진 의미까지도 살펴보게 된다. 그녀는 움직이지 않고 택시를 부르는 삶이 익숙하지만 그는 걷는 활동과 자전거만을 이용한다. 그의 곁에서 잠이 잘 오는 이유, 나무와 흙냄새, 숲 냄새가 나는 그를 서서히 이해하게 된다. 그녀에게 없는 것이 무엇인지도 점차적으로 확실하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녀는 현대사회의 현대인들을 보는 분위기이다. 그는 현대사회에서 찾아보기 힘든 삶을 구축하면서 사는 인물이다. 말과 신호가 넘쳐나는 사회에서 그에게서는 어떤 말도 들리지가 않는다. 그 이유는 후반부에서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는 듣는 사람이었고 그녀는 말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삶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그녀가 그에게서 보호받고 보살핌을 받았음을 알게 된다.

부모라는 어른들은 온전한 어른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의 아버지도 그의 어머니도 그녀의 아버지도 그녀의 어머니도 다르지가 않다. 의대생인 그녀의 남자친구가 보이는 여러 모습들은 도망치고 듣지 않는 이기주의적인 모습만을 보인다. 그녀가 자신을 연쇄살인자라고 말했던 이유가 서서히 드러난다. 그녀가 자책하면서 살았던 이유, 남아선호사상이 아직도 흐르는 사회적 분위기도 작가는 매만진다. 태어나지도 못하고 낙태되었을 아기들을 향한 죄책감은 온전히 그녀만이 느끼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난다. 상대 남자들은 어떤 죄책감도 찾을 수가 없다. 의대생에게서도, 그녀의 정치인 남편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그녀 딸의 죽음은 상당한 의미를 남긴다. 첫째 딸과 둘째 달의 뛰어난 외모와 다른 외모를 가진 셋째 딸의 죽음에 남편이 보여준 모습은 충격적이다. 시어머니도 자신의 외동아들을 아끼는 모순적인 모성애가 고발되기도 한다. 가족이라는 형태를 보이지만 부모인지, 가족인지 매 순간 의문점을 가지게 하는 이상한 나라가 전개된다. 정치인 남편의 외도와 루머를 대처하는 아내의 모습과 남편이 아내를 감시하는 다양한 방식들을 무시한 그녀만의 방식들도 전해진다. 남편의 부지런함과 아내의 게으름이 이 부부에게 어떻게 적용이 되었는지도 위트있게 작가는 매만진다.

동성애와 사회적 분위기가 전해진다. 천산갑이 만들어 놓은 수많은 구멍과 슬픔들이 조명된다. 그녀에 몸에 아로새겨진 수많은 천산갑의 구멍 흔적들이 그녀가 감당한 슬픔의 흔적임을 알게 된다. 불면증으로 잠을 잘 수 없었던 그녀가 어느 순간 개운하게 잠을 자고 일어나게 된다. 물론 그도 다르지가 않다. 그녀와 그가 잘 자고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소설 후반부에서 드러난다. 그녀가 경험하지 못한 것을 아들은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랐던 이유와 아들이 남긴 빵 부스러기 흔적들이 어떤 의미였는지도 그녀는 서서히 알아채기 시작한다. 함께 도망치고 함께 잠들자는 작가의 깊은 의도를 깊게 호흡할 수 있는 소설이다. 잠의 의미와 눈물의 의미, 말의 의미, 경청의 의미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소설을 통해서 보여준다.

1부와 2부, 3부 하나씩 끝날 때마다 감탄을 하게 된다. 기대감으로 다음 이야기를 만나고 또다시 놀라움을 선사한다. 마지막 3부도 다르지가 않았다. 그렇게 하나의 긴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가 않고 묵직한 작가의 음성과 집필된 의도, 꼬집는 날카로움까지도 가득하게 주워 담게 된다. 우리가 대체 어디로 가는 것인지 질문을 반복할수록 그 질문은 우리에게로 되돌아왔다. 지금 우리는 어디를 가고 있는지, 어디로 발걸음을 내딛는지 잘 살펴보게 한다. 오늘의 선택과 집중, 오늘의 기쁨과 행복을 잘 들여다보게 한 소설이다. 사라진 아들을 찾아나서면서 찾아내는 단서들과 빵부스러기 흔적들이 있다. 남아선호사상과 남녀평등시대를 지긋하게 그녀의 삶을 통해서 보여준다. 연쇄살인자가 된 사람의 고백,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무수히 많은 시대의 가해자들도 선명하게 찾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우리 대체 어디로 가는 건데? 67

화를 내려면 진심이 필요했다. 237


이처럼 미친듯이 걸은 건 정말로 아주 오랜만이었다. 51

좀 더 기다리고, 또 다른 사람을 기다리는 것.

기다림은 수동이 아니라 능동의 상태였다. 12




명품 벡만 살 줄 아는 한물만 여배우.가짜 얼굴이야... 수술을 몇 번이나 한 거야? 공허하다는 평가를 그녀는 인정했다. - P44

수많은 명품을 샀다. 남편은 그걸 보고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걸 다 쓸 생각이야?" 쓴다고? 쓴다는 게 뭔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이나 콩쿠르 수상작 문학 전집을 넣고 다니면 이것을 쓰는 것인가? 그녀는 이 명품들을 전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가져가서 약간 과장된 부러움을 끌어낼 작정이었다. - P43

얼굴이 팽팽하면 청춘인가? 그것이 세월을 이기는 법인가? 아무리 작아도 세월의 흔적은 감출 수 없었다. 어떤 성형 기술로도 눈빛 속의 아픔을 지우진 못했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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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같은 밥을 먹는 사람들 - 식사를 선택할 수 없는 삶,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권기석 외 지음 / 북콤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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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달의좋은보도상 수상

기자들이 취재한 것을 기사글을 통해서 읽는 것과 책으로 담아낼 수 있는 것은 폭과 질량은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이 책은 함께 취재하였던 4명의 국민일보 기자들이 기사글에는 담지 못한 것들이 추가되는 내용들이 전해진다. 잘 사는 나라 대한민국이지만 부의 불평등은 점차적으로 간극을 이루고 있는 시대이다.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은 더욱 가난해지는 현상을 거듭 확인하는 시대이다. 한국에 배고픈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 그러한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면서 읽은 책이다.

여행을 다니면서 지역 시장을 꼭 둘러보는 코스를 정하고 있다. 지역민들이 살아가는 진짜 모습을 보고 싶고, 어떤 말과 어떤 음식들이 그들의 영혼을 따뜻하게 하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어느 시장은 먹을 수 없는 과일을 바구니에 담아서 진열하고 그것을 둘러보는 사람들을 본 적도 있다. 판매가 불가능한 과일을 사고파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햄버거 전문점에 퇴근한 젊은 청년들로 가득한 매장을 보면서 놀라워했는데 한 끼 해결하기에 편해서 찾는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만이 이유가 아님을 확인하게 된다. 라면사리와 봉지 라면의 가격을 줄줄 외우고 있는 인터뷰 한 사람의 사연도 함께 떠올린다. 풍요가 넘쳐서 물건들에 파묻힐 것 같다고 느끼는 시대에 다른 무리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치열하게 음식을 나누어 먹고 다음 한 끼를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부의 격차에 대해 이야기되는 책들을 무수히 읽지만 이렇게 사실적이고 놀라운 것을 접해보기는 처음이다.

식사를 한 인증 사진들이 빼곡히 페이지를 채운다. 인터뷰한 인물의 여러 날의 식사들이다. 풍성하지는 않지만 치우친 식사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왜 이들은 생존 게임을 이렇게 해결하고 있을까? 누군가는 풍요에 미쳐서 무료함을 호소하면서 길을 잃지만 가난은 그럼에도 살아야 하기에 식사를 어떻게 해결해야 영양분을 섭취하는지 고민한 흔적들도 찾게 된다. 땅콩버터를 지방과 단백질로 대용된 영양소로 매일 한 스푼씩 먹는 이유와 40대와 50대가 고시촌에서 사는 1인 가구의 식사에 대해서도 전해진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차이가 너무나도 큰 시대이다. 이러한 문제는 지금의 문제도 아니다. 자본주의가 장악한 이 시대에 혐오와 차별로 단단히 쌓아 올린 벽은 더욱 두텁고 높다는 사실이 전해진다. 돌봄의 손길이 정부의 지원이 아닌 개인들의 움직임에서 이루어지는 것도 확인하게 된다. 엇박자처럼 정부의 정책과 지원책들은 현실성을 잃고 부유하고 있다는 것을 취재 내용을 통해서도 전해진다. 정부의 지원보다 가난한 사람들이 더 많은 한국이다.

소득 구분으로 나누어진 계층들에게 지원되는 정책들은 실효성이 얼마나 있는지 살펴보게 된다. 가난하지 않기 위해 젊은 날부터 무엇을 노력하고 절제하여야 하는지도 체계적으로 알려주지 않는다. 무지가 가난을 대물림하고 부자는 증여세와 상속세를 고민하는 시대이다. 지역을 여행 다니면서 느끼는 것은 언제나 한결같다. 서울과 수도권과 지역은 너무나도 큰 대비를 보인다는 사실이다. 낙후되고 태어난 시대에 머무르고 있지만 그들은 그러한 사실조차도 모르는 것 같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구석구석 보살피고 살기 좋도록 만들어야 정치가 멋지다고 찬사를 보내게 될 것이지만 현실은 서울과 수도권의 멋진 신세계는 변함없이 폭발적으로 빛나는 시대이다.

내용을 읽으며 모든 것에 호의적일 수 없었다.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나이이지만 일하지 않는 이유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80대 중반 할머니가 무료 급식 신청을 할 수 없는 정책도 이해가 어려웠다.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복지 차원에서 지원되어야 하는데 마감되었다고 일 년을 기다리는 막연한 대답도 모순임을 확인시킨다. 잘 돌아가고 있는 세상일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구석구석 구멍을 발견하게 되고 많은 나랏돈은 어디로 누구에게도 가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큰 빌딩을 짓고 있는 나라의 관청을 보면서 거침없는 비난을 하였던 날이다. 거대해지는 나라의 건물보다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을 위해 쓰이는 나랏돈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지게 된다. 이 책을 통해서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소외된 사람들의 식사일기를 보게 되었다. 부의 격차가 얼마나 놀라울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다.

가난한 사람이 집에서 어떤 음식을 먹는지,

그렇게 먹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인지,

세상이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빈자의 밥,

집밥 스토리가 콘텐츠의 중심 5

잘 드러나지 않은 사회 변화와 부조리를 포착. 깊숙이 취재

가난한 사람은 계속 가난하고 상대적으로 더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 11

고시촌에 갇힌 중년 보고서. 오마이뉴스.

서울 관악구 대학동 옛 고시촌에 사는

40대와 50대 중장년 남성들의 빈곤 실태 취재

저녁으로 땅콩잼 한 숟가락을 먹었다.

단백질과 지방 섭취하기에 땅콩잼이 가장 싸고 좋다. 15



시중에 풀린 돈이 가진 사람의 주머니로 더 많이 들어가고 있다 - P11

격차와 혐오가 낳은 불행을 조금이라도 덜어내는 방법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정직하게 쓰는 것. 멀리서 지켜보지 않고 약자의 현실에 한발 더 들어가 보는 거. 가난한 사람들의 식사 빈곤 문제. 선택권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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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시그널
브리스 포르톨라노 지음, 최정수 옮김 / 복복서가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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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도시 생활을 던지고 자연과 호흡하며 자급자족하는 사람, 혼자 생활하는 여자, 후회도 아쉬움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삶이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여러 사람들의 삶을 사진기에 담고 에세이로 담아낸 책이라는 설레는 마음으로 펼친 사진에세이집이다. 프랑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가 5년 동안 진행한 장기 프로젝트인 사진에세이집은 두께감만큼이나 사이즈도 꽤 커서 양쪽 페이지를 가득히 채운 사진들을 바라볼 때는 더욱 압도적이다. 대자연을 광폭으로 담아낸 사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 사람들의 삶을 하나씩 조우하게 된다.

도시의 소음을 멀리하는 단호함과 자기 결정을 선택한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사진과 함께 전해진다. 의심조차 가지지 않고 무분별하게 사용한 현대 물건들의 가치는 어느 정도 현대인의 삶을 만족시키는지 자문하게 한다. 새로운 기종을 빠르게 적응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러한 빠른 속도에 언제나 느긋하게 사는 것을 더 선호하는 편이라 속도전에 호의적이지 않게 된다. 정착민보다는 유목민의 삶을 더 선호하다 보니 언제나 떠나는 것에 망설임이 없다보니 이 책에서 전하는 광활한 자연 속에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그들이 만족하는 이유들에 깊숙이 호흡하는 시간은 매우 유용한 경험으로 남는다. 그들이 버린 것들과 그들이 선택한 것들을 주워 담으면서 그들의 삶이 이끄는 것이 진짜 무엇인지 내밀한 영역까지도 살피고 느끼게 된다.

맑은 공기가 가득한 곳을 여행 다니고 돌아오면 도시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 쉽게 알아차리게 된다. 도시는 꺼지지 않는 불빛과 분주하게 오가는 인파들로 늦은 밤에도 감지되지만 도시만 벗어나면 다른 라이프 스타일로 살아가는 다른 지역의 사람들을 경험하다 보면 놀라움과 당혹스러움이 쉽게 잊히지 않는다. 바쁘게 살고 경쟁하면서 손익계산을 하는 도시인들은 진정 얼마나 행복한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나의 해방일지> 드라마에서 퇴근하는 삼남매들의 지친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그러한 삶을 멈추고 방향을 다른 곳으로 향한 이들의 선택과 용기, 결단력을 이 책에서 만나게 된다. 온전하지 않았던 삶을 직시할 수 있는 힘도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의 선택은 특별해 보인다.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닌 사람들이 있다. 혼자였다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자원봉사하다가 만난 두 사람이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을 낳아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도 전해진다. 추운 날씨에도 냉장고에 음식을 넣어서 보관하는 모순을 발견하면서 여성이 자발적으로 혼자 생활하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극한 날씨에 적응하고 수도와 전기가 없는 지역에서도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급자족하며 자연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소로를 무수히 떠올리게 된다. 서문에서도 소로에 대한 글로 시작하면서 소로가 당시에 출간한 책이 미국에서는 몇몇 비평가들이 이교적이고 반동적이라는 혹평을 하였음을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호의적이었다는 사실도 전해진다. 책은 직접 경험할 수 없고 직접 보지 못하는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게 해준다.

시그널을 거부하고 노 시그널을 선택하여도 문제가 될 것이 없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게 해준다. 현대인들이 얼마나 많은 물건들을 가지고 사는지 거듭 확인하면서 불필요한 물건들이 무엇인지도 살펴보게 한다. "단순하게 살라!"고 말한 소로의 강경한 목소리는 많은 것을 일깨워 준다. 이 책도 다르지가 않다. 자본주의가 부추기는 소비 중독에 노출되지 않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절실해지는 시대이다. 무엇을 당장 손에서 놓고, 무엇을 차단하고 무엇을 거부하여야 할지도 개인에게 남겨지는 문제로 남는다. 소로와 세잔의 예술을 동일한 선상에 놓고 비교하였다는 문장에 이끌려 세잔의 예술까지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책에 소개된 사람들의 자연스러움이 주는 넉넉함과 행복함과 통찰력을 가름하게 한다. 3시간 넘게 공을 들여서 메이크업을 하고 헤어를 한 유명인보다 이 책에 등장한 사람들의 자연스러움이 더 아름답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진짜 아름다운 것을 깨달은 이들의 식견과 경험들이 사진 여러 장을 통해서, 침묵을 동반한 예술 사진들을 통해서 몇 겹의 진실이 전해지기 시작한다. 말과 글보다도 그들의 표정, 그들의 삶, 그들이 소유한 물건, 그들이 생활하는 공간의 가치를 전달한 사진작가의 작품집이다.

단호한 그들의 말에서 확신이 전달된다. 깊게 뿌리박힌 자신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경험인가. 마침내 알게 된 자신의 존재를 알게 된다는 것은 인생의 기나긴 질문이 답을 찾은 것을 의미한다. 많은 재산을 가지는 것과 많은 학식을 가졌다는 것이 인생의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진짜 성공은 자신의 존재를 알고 이해하게 되는 순간을 만끽해야 진짜 인생의 의미를 찾는 것임을 확인하게 된다. 이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진중한 보물이 된다. 손에서 빠져나가는 것들이 무엇이며 손아귀에 꽉 쥐어진 것이 무엇인지도 분별할 수 있는 힘을 알려주는 놀라운 경지를 일깨워 주는 사진에세이집이다.

나는 이 장소에 깊이 뿌리박혀 있답니다. 처음으로 마침내 나 자신을 알게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시간을 초월한 근본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본질을 표현하고자 애쓴 ... 소로는 20세기에 들어와서야 몇몇 사람들에게 통찰력 있는 철학자로 간주되기 시작 9

"단순하게 살아라!" 소로

눈을 크게 뜨고 현실을 가로막는 것으로부터 해방되라고 권고한다. 쓸데없는 일거리... 우리 자신에게서 멀어지게 한다. 부자연스러운 의무, 필요 이상의 물건, 소일거리... 본질을 외면하게 한다. 단순한 생활 선택. 자꾸만 달아나는 본질 찾기. 물질적-심리적 안정. 관습적 기준. 삶의 방식 바꾸기. 진정한 전진. 삶의 질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패러다임. 각자의 양심에 따라 자기만의 길을 선택. 깊은 정체성. 조화되는 삶. 소중한 자유... 마음껏 향유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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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물결 - 근본적 붕괴의 시대와 아웃사이더의 부상
미치코 가쿠타니 지음, 김영선 옮김 / 돌베개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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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에 이어 『서평가의 독서법』까지 저자의 책들을 읽었기에 신간으로 출간된 이 책은 자연스럽게 눈길이 간 책이다. 거대한 물결이라는 제목과 그림부터 차분히 설명되면서 집필된 이 책의 목소리를 가름하도록 이끌어준다. 19세기 중반 일본의 세계화와 문호 개방에 대한 불안을 반영한 그림과 거대한 물결의 상징성을 떠올리게 한다. 이 물결은 우리를 위협하고 압도하면서 익숙하고 안전하다고 느끼던 모든 것을 휩쓸어 가는 자연의 파괴력과 혼란스러운 역사의 힘을 의미한다. 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으로 설명되는 군사용어인 VUCA로 거대한 물결을 이해하게 된다. 변방에서 중심으로, 풀뿌리에서 위로, 스타트업 기업과 시위자와 아웃사이더에서 거대 기술 기업과 권위주의 지도자에게로 이동한 거대한 물결의 흐름들이 하나씩 설명된다.

거대 기술 기업의 독점력 강화와 권위주의 지도자의 권력 집중 노력에 대한 일종의 대항 운동이라고 말한다. 미국 정치권의 특정 인물을 통해서 거론되는 것들을 예의주시하게 한다. 유권자들의 희망과 기대가 어느 정도 성취하였는지는 정치와 경제, 민심으로도 충분히 반영이 되는 만큼 저자의 큰 아우성은 한국에서도 끊임없이 찾아보게 하는 매력을 지닌다. "거래주의와 권위주의로 국민의 뜻을 거스르고 인권과 사회 정의에서 수십 년에 걸쳐 이룩한 진전을 짓밟는 국가가 될 것인가"라는 목소리와 조지 오웰의 『1984』의 빅 브라더와 닐 포스트먼의 『죽도록 즐기기』를 이 책에서도 다시 확인하게 된다. 랠프 앨리슨의 『보이지 않는 인간』, 토니 모리스의 『빌러비드』, 히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도 언급되면서 문제를 직시하도록 현미경을 손에 쥐여주는 내용들이 전해진다. <오징어 게임>과 <부산행>, <더 플랫폼>, <겟아웃> 영화도 언급되는 만큼 책과 영화가 무엇을 언급하고 다루는 작품인지 확인시킨다.

난민, 여성, 수감자, 가난한 사람, 노인,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 아웃사이더에 초점을 맞춘 예술가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차별과 경찰의 잔혹성을 주제로 다루는 노력들을 조명하면서 오바마가 제막식에서 연설한 내용도 굵은 목소리로 기억 속에 자리 잡는다. 정치인들이 양극화를 부채질하는 정체성 구분의 요인이 무엇인지도 설명된다. 인종, 종교, 이념, 교육, 도시와 농촌 차이로 당에 유리하게 정한 선거구, 전당 대회를 조직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파악하게 된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 젊은이들을 모아들이는 과정까지도 쉽게 설명된다. "남성 인권 활동가에게 빨간색 알약을 먹는 것은 대중적인 페미니즘의 멍에에서 벗어나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 억압받는 집단임을 인식함"을 뜻하는 것이라고 전한다. 낯설지 않은 데자뷔로 전달되는 내용들이며 <댓글 부대>영화까지도 떠올리게 한다. "기술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고 중립적이지도 않다."라고 말한 역사가 멜빈 크램츠버그의 말은 가짜 뉴스와 댓글 등을 연관 지으면서 흥미롭게 전해진다.

돈이나 인맥 같은 전통의 권력에 접근할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들, 아웃사이더들은 시위와 시민 불복종, 파업, 불매 운동, 매각 운동 같은 집단의 파괴력을 조직을 저항군이라고 저자는 단호한 어조로 명명한다. "반대와 항의는 압도적으로 젊은이들의 일이다... 젊은이들은 물러나기보다 문제를 살피고 해결을 요구할 가능성이 더 크다." (176쪽)고 전한 역사가 토니 주트의 글도 기억에 남는다. "자유는 어떤 상태가 아니다. 행위이다. 우리가 마침내 앉아 쉴 수 있는 머나먼 고원 위 높은 곳에 자리한 마법의 정원이 아니다. 자유는 우리 모두가 계속해서 취해야 할 행동이다." (178쪽)라고 말한 인권운동가 존 루이스의 내용도 소개된다. 한국 사회가 전진하지 못하고 정체된 이유를 여기에서 찾게 된다. 발로 뛰는 기자, 사회고발을 하는 뉴스는 어디에 있는지 시청자와 구독자들이 기다리는 세상이다. 프랑스의 노란 조끼 운동, 전 세계에 걸친 시위, 홍콩의 민주화 시위, 아랍의 봄 봉기는 지도자가 없다는 특성을 띄면서 한국 사회에서 기대할 변방은 "우리는 99%다"라고 외친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의 구호와 "흑인 목숨이 소중하다"라고 외친 운동처럼 변방에 소속된 99%의 목숨은 소중하다고 외치는 거대한 물결의 움직임과 자유의지, 자유는 계속해서 취해야 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1%를 위해 끊임없이 노동하는 기계의 부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 부자와 기업을 위해 감세하는 정치인들의 움직임에 무관심한 가난한 군중이 되어서는 안 된다. '거대한 물결'이라는 이름으로 묵직한 문제들을 다양하게 조명하면서 아웃사이더의 움직임을 역사 속에서 살펴보게 된다. 히틀러와 스탈린의 거짓말과 독설이 뿌리를 내리게 된 것에 대해 한나 아렌트의 말이 인용된다. 혐오와 선동가의 위험한 서사를 받아들인 그들이 누구인지 한국 사회에서도 찾아보게 된다. "사실과 허구, 진실과 거짓의 차이를 구분할 수 없거나 구분하고 싶어하지 않도록 만드는 능력에서 나온다."라고 아렌트는 주장한다. 구분할 수 있는 분별력이 더욱 요구되는 시대이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 나타난 현상들을 조목조목 구분할수록 경악하게 된다.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들을 목도하지 않도록 어떤 의지가 필요한지 책을 통해서 다각도로 식견을 넓히도록 도움을 주는 내용들이 전해진다.


14세기 유럽 부자 ㅡ화려한 옷, 호화로운 저택, 사치스러운 취미.

프랑스 귀족 / 가난한 사람들_ 세금을 점점 더 많이 내야 했기 때문에 고군분투 26



거래주의와 권위주의로 국민의 뜻을 거스르고 인권과 사회 정의​에서 수십 년에 걸쳐 이룩한 진전을 짓밟는 국가가 될 것인가. - P14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비교
"경제 혼란, 사회 불안, 높은 물가, 부당이득, 도덕의 타락, 생산 부족, 나태한 산업, 열광적 환락, 무분별한 지출, 사치, 방탕, 사회와 종교의 히스테리, 탐욕, 강한 욕망, 실정, 풍속의 쇠퇴 등... 현재의 불만이 얼마나 비슷한지 놀라울 정도이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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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의미 - 삶의 마지막 여정에서 찾은 가슴 벅찬 7가지 깨달음
토마스 힐란드 에릭센 지음, 이영래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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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에서 가장 인기 높은 인류학자이며 노르웨이 국민들의 인생책 한 권이다. 국영방송 NRK의 극찬한 저자는 권위적인 훈계를 못 참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삶의 의미를 관계, 결핍, 꿈, 느린 시간, 순간, 균형, 실 끊기 7가지로 집약해서 설명된다. 삶의 선하고 유용한 의미에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으며 지속 가능하고 중립적이며 자유로운 삶의 의미들을 하나씩 짚어보게 된다.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소비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소비와 자본주의는 끈끈한 연결성을 띈다. 자본주의에 착취당하는 것과 자본주의에 외면당하는 것을 내밀하게 비교하게 한다. 자본주의를 제대로 이해할수록 수많은 연결고리들의 움직임이 소비를 자극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더불어 자본주의에 외면당하는 상황이 무엇인지도 지긋하게 떠올리게 된다. 변방으로 밀려난 집단과 그들의 움직임에는 소비중독이 심각하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우리 집을 공개합니다>는 사진가 피터 멘젤이 여러 나라의 전형적인 30개 가정을 선정하여 모든 소유물을 집 밖에 내놓게 하고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을 모은 책이다. 미국인 집에서 나온 물건들은 책더미, 옷더미, 신발들이 끝없이 늘어져 있는 반면 말리인 가족의 살림들은 몇 가지 주방 도구와 빗자루, 고장난 자전거가 전부라고 책은 전한다. 집을 차지하고 있는 살림들을 둘러보게 한다. 집을 가득히 채운 가구들의 무게, 가전제품의 무게, 옷의 무게, 책의 무게 등을 느끼게 한다. 부유한 나라 노르웨이 사람들이 성공하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도 언급된다. 정리정돈이 지닌 의미와 가볍게 필요한 만큼만 가지는 삶의 의미까지도 매만진다. 과거 종교가 차지했던 틈새를 소비주의가 채우면서 광적인 소비가 주류를 이루는 사태의 심각성을 외면하지 않는 내용도 언급된다.

침묵과 명상을 하는 묵언 수행에 대해서도 설명된다. 이때 핸드폰을 제출하고 새벽 5시에 요기를 하고 점심은 쌀과 렌틸콩을 조금 먹으며 견디는 과정이라 도중에 포기하는 수행자들이 속출한다는 사실도 전해진다. 여기서 명상법의 목표가 주목을 끈다. 시선은 내면을 향하게 하고, 주의는 외면을 향하면서 도외시했던 세부적인 것들을 알아차리는 것이 목표이다. 자신의 숨소리, 새소리를 듣는 시간을 하루에 얼마나 가지는지도 돌아보게 한다. 묵언과 단식은 초점의 방향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방법이라고 전한다.

동면 중이던 연결의 세계가 갑자기 선명하게 부각되는 것을 의미한다.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떠올려보게 된다. 숨을 쉬면서 살아가지만 생의 의미를 잃어버린 상태로 괴물과 같은 존재로 텅 빈 상태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일깨워 준다. <황야>영화에 등장하는 지하의 좀비들, 복종만 하는 군인, 학교 선생의 맹목적인 순종에는 의심이 배제되고 있음을 떠올리게 된다. 명상법을 통해서 풍요와 사치, 소비중독 현상을 제대로 살펴보게 한다. '풍요의 뿔'이라는 좋은 것이 가득 찬 뿔모양과 '코케인'이라는 중세 유럽 민화에 등장하는 풍요와 사치가 가득한 땅을 통해서 지금 자본주의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각성시켜주는 내용들이 전해진다.

암이 재발하면서 '느린 시간'이라는 귀중한 선물을 깨닫게 된 저자는 느린 것들이 세상을 바꾼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지속가능성을 가지려면 자신의 상태를 망치지 않고 무한히 꾸준한 발전을 지속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도 전해진다. 여기서 느림은 규칙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시들어 버리는 삶의 근육을 의미한다. 많은 사람들이 삶의 질이 아닌 '지금 여기', '더 빨리, 더 높이, 더 강하게'라는 버튼을 누르고 있는지도 느림의 철학으로도 설명된다. <멜랑콜리아>영화와 <돈 룩 업>영화를 통해서도 이야기된다. 꿈을 누리려면 오랜 수련과 깊은 몰입이 필요하다는 것도 C.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를 통해서도 설명된다.

갑작스러운 깨달음, 갑작스러운 만족감, 마음챙김, 명상 등을 통해 순간의 철학도 설명된다. 올바른 균형과 궁극적으로 선하고 의미 있는 삶의 연관성까지도 언급되면서 삶의 기쁨을 느끼는 작은 지점들을 마지막으로 느낀 게 언제인지도 질문을 던진다. 불행일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 찰나도 다른 관점에서 깨닫게 되면 축복이며 감사가 흐르는 찰나가 되기도 한다. 어떤 마음으로 어떤 관점으로 삶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인생도 의미가 달라지게 된다. 정착민과 유목민,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외모와 내면, 진실과 거짓, 전체와 일부, 큰 것과 작은 것 등을 통해서 균형의 철학도 삶의 의미와 같은 맥락에서 조우하게 된다.



더불어 죽음을 준비하고 산 자를 위한 장례식까지도 내밀하게 둘러보게 하는 내용도 전해진다. 좋은 죽음이란 잘못을 보상하고,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최선을 다하고,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한 후에 맞이하는 죽음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글에서 할머니의 인생과 죽음을 떠올리기도 한다. 죽음을 예감하면서 하나씩 깔끔하게 정리하고 떠난 좋은 죽음의 본보기가 된다. 노인이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 없어지는 것과 같다고 말한 인류학자이자 시인인 아마두함파테 바의 글에도 깊은 호흡을 길게 들어마시는 내용으로 남는다.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을 작은 조각 같은 인생이지만 좋은 죽음으로 마무리하는 인생, 인생의 의미를 내밀하게 재정비할 수 있도록 들려주는 인류학자의 책이다.

당나귀로 운반할 수 있는 양만 소유하는 것이 삶의 목표라고 말한 쿠르드족 이민자의 글도 짙은 향기를 남기는 글로 남는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고 꼭 필요한 것만 가지고 다니는 삶이 되도록 등불을 밝히는 내용이다. 세상이라는 바다에서 내 페이스대로 헤엄칠 수 있는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진정한 철학자는 부자가 될 수 있을 만큼 똑똑하고 부자가 되지 않을 만큼 현명하다는 문장도 읊조리게 한다. 똑똑함과 현명함이 절실해지는 시대이다. 휘청거리지 않는 균형의 의미가 더욱 부각된 책이다.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소비가 아니다. - P87

자본주의에게 착취당하는 것보다 더 나쁜 상황은 자본주의에게 외면당하는 것이다. - P97

좋은 죽음이란 잘못을 보상하고,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최선을 다하고,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한 후에 맞이하는 죽음이다. - P296

과거 종교가 차지했던 틈새를 소비주의가 채우고 있다. 광적인 소비 - P88

진정한 철학자는 부자가 될 수 있을만큼 똑똑하고 부자가 되지 않을만큼 현명하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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