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의미 - 삶의 마지막 여정에서 찾은 가슴 벅찬 7가지 깨달음
토마스 힐란드 에릭센 지음, 이영래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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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에서 가장 인기 높은 인류학자이며 노르웨이 국민들의 인생책 한 권이다. 국영방송 NRK의 극찬한 저자는 권위적인 훈계를 못 참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삶의 의미를 관계, 결핍, 꿈, 느린 시간, 순간, 균형, 실 끊기 7가지로 집약해서 설명된다. 삶의 선하고 유용한 의미에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으며 지속 가능하고 중립적이며 자유로운 삶의 의미들을 하나씩 짚어보게 된다.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소비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소비와 자본주의는 끈끈한 연결성을 띈다. 자본주의에 착취당하는 것과 자본주의에 외면당하는 것을 내밀하게 비교하게 한다. 자본주의를 제대로 이해할수록 수많은 연결고리들의 움직임이 소비를 자극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더불어 자본주의에 외면당하는 상황이 무엇인지도 지긋하게 떠올리게 된다. 변방으로 밀려난 집단과 그들의 움직임에는 소비중독이 심각하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우리 집을 공개합니다>는 사진가 피터 멘젤이 여러 나라의 전형적인 30개 가정을 선정하여 모든 소유물을 집 밖에 내놓게 하고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을 모은 책이다. 미국인 집에서 나온 물건들은 책더미, 옷더미, 신발들이 끝없이 늘어져 있는 반면 말리인 가족의 살림들은 몇 가지 주방 도구와 빗자루, 고장난 자전거가 전부라고 책은 전한다. 집을 차지하고 있는 살림들을 둘러보게 한다. 집을 가득히 채운 가구들의 무게, 가전제품의 무게, 옷의 무게, 책의 무게 등을 느끼게 한다. 부유한 나라 노르웨이 사람들이 성공하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도 언급된다. 정리정돈이 지닌 의미와 가볍게 필요한 만큼만 가지는 삶의 의미까지도 매만진다. 과거 종교가 차지했던 틈새를 소비주의가 채우면서 광적인 소비가 주류를 이루는 사태의 심각성을 외면하지 않는 내용도 언급된다.

침묵과 명상을 하는 묵언 수행에 대해서도 설명된다. 이때 핸드폰을 제출하고 새벽 5시에 요기를 하고 점심은 쌀과 렌틸콩을 조금 먹으며 견디는 과정이라 도중에 포기하는 수행자들이 속출한다는 사실도 전해진다. 여기서 명상법의 목표가 주목을 끈다. 시선은 내면을 향하게 하고, 주의는 외면을 향하면서 도외시했던 세부적인 것들을 알아차리는 것이 목표이다. 자신의 숨소리, 새소리를 듣는 시간을 하루에 얼마나 가지는지도 돌아보게 한다. 묵언과 단식은 초점의 방향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방법이라고 전한다.

동면 중이던 연결의 세계가 갑자기 선명하게 부각되는 것을 의미한다.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떠올려보게 된다. 숨을 쉬면서 살아가지만 생의 의미를 잃어버린 상태로 괴물과 같은 존재로 텅 빈 상태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일깨워 준다. <황야>영화에 등장하는 지하의 좀비들, 복종만 하는 군인, 학교 선생의 맹목적인 순종에는 의심이 배제되고 있음을 떠올리게 된다. 명상법을 통해서 풍요와 사치, 소비중독 현상을 제대로 살펴보게 한다. '풍요의 뿔'이라는 좋은 것이 가득 찬 뿔모양과 '코케인'이라는 중세 유럽 민화에 등장하는 풍요와 사치가 가득한 땅을 통해서 지금 자본주의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각성시켜주는 내용들이 전해진다.

암이 재발하면서 '느린 시간'이라는 귀중한 선물을 깨닫게 된 저자는 느린 것들이 세상을 바꾼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지속가능성을 가지려면 자신의 상태를 망치지 않고 무한히 꾸준한 발전을 지속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도 전해진다. 여기서 느림은 규칙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시들어 버리는 삶의 근육을 의미한다. 많은 사람들이 삶의 질이 아닌 '지금 여기', '더 빨리, 더 높이, 더 강하게'라는 버튼을 누르고 있는지도 느림의 철학으로도 설명된다. <멜랑콜리아>영화와 <돈 룩 업>영화를 통해서도 이야기된다. 꿈을 누리려면 오랜 수련과 깊은 몰입이 필요하다는 것도 C.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를 통해서도 설명된다.

갑작스러운 깨달음, 갑작스러운 만족감, 마음챙김, 명상 등을 통해 순간의 철학도 설명된다. 올바른 균형과 궁극적으로 선하고 의미 있는 삶의 연관성까지도 언급되면서 삶의 기쁨을 느끼는 작은 지점들을 마지막으로 느낀 게 언제인지도 질문을 던진다. 불행일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 찰나도 다른 관점에서 깨닫게 되면 축복이며 감사가 흐르는 찰나가 되기도 한다. 어떤 마음으로 어떤 관점으로 삶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인생도 의미가 달라지게 된다. 정착민과 유목민,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외모와 내면, 진실과 거짓, 전체와 일부, 큰 것과 작은 것 등을 통해서 균형의 철학도 삶의 의미와 같은 맥락에서 조우하게 된다.



더불어 죽음을 준비하고 산 자를 위한 장례식까지도 내밀하게 둘러보게 하는 내용도 전해진다. 좋은 죽음이란 잘못을 보상하고,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최선을 다하고,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한 후에 맞이하는 죽음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글에서 할머니의 인생과 죽음을 떠올리기도 한다. 죽음을 예감하면서 하나씩 깔끔하게 정리하고 떠난 좋은 죽음의 본보기가 된다. 노인이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 없어지는 것과 같다고 말한 인류학자이자 시인인 아마두함파테 바의 글에도 깊은 호흡을 길게 들어마시는 내용으로 남는다.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을 작은 조각 같은 인생이지만 좋은 죽음으로 마무리하는 인생, 인생의 의미를 내밀하게 재정비할 수 있도록 들려주는 인류학자의 책이다.

당나귀로 운반할 수 있는 양만 소유하는 것이 삶의 목표라고 말한 쿠르드족 이민자의 글도 짙은 향기를 남기는 글로 남는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고 꼭 필요한 것만 가지고 다니는 삶이 되도록 등불을 밝히는 내용이다. 세상이라는 바다에서 내 페이스대로 헤엄칠 수 있는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진정한 철학자는 부자가 될 수 있을 만큼 똑똑하고 부자가 되지 않을 만큼 현명하다는 문장도 읊조리게 한다. 똑똑함과 현명함이 절실해지는 시대이다. 휘청거리지 않는 균형의 의미가 더욱 부각된 책이다.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소비가 아니다. - P87

자본주의에게 착취당하는 것보다 더 나쁜 상황은 자본주의에게 외면당하는 것이다. - P97

좋은 죽음이란 잘못을 보상하고,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최선을 다하고,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한 후에 맞이하는 죽음이다. - P296

과거 종교가 차지했던 틈새를 소비주의가 채우고 있다. 광적인 소비 - P88

진정한 철학자는 부자가 될 수 있을만큼 똑똑하고 부자가 되지 않을만큼 현명하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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