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시그널
브리스 포르톨라노 지음, 최정수 옮김 / 복복서가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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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도시 생활을 던지고 자연과 호흡하며 자급자족하는 사람, 혼자 생활하는 여자, 후회도 아쉬움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삶이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여러 사람들의 삶을 사진기에 담고 에세이로 담아낸 책이라는 설레는 마음으로 펼친 사진에세이집이다. 프랑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가 5년 동안 진행한 장기 프로젝트인 사진에세이집은 두께감만큼이나 사이즈도 꽤 커서 양쪽 페이지를 가득히 채운 사진들을 바라볼 때는 더욱 압도적이다. 대자연을 광폭으로 담아낸 사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 사람들의 삶을 하나씩 조우하게 된다.

도시의 소음을 멀리하는 단호함과 자기 결정을 선택한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사진과 함께 전해진다. 의심조차 가지지 않고 무분별하게 사용한 현대 물건들의 가치는 어느 정도 현대인의 삶을 만족시키는지 자문하게 한다. 새로운 기종을 빠르게 적응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러한 빠른 속도에 언제나 느긋하게 사는 것을 더 선호하는 편이라 속도전에 호의적이지 않게 된다. 정착민보다는 유목민의 삶을 더 선호하다 보니 언제나 떠나는 것에 망설임이 없다보니 이 책에서 전하는 광활한 자연 속에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그들이 만족하는 이유들에 깊숙이 호흡하는 시간은 매우 유용한 경험으로 남는다. 그들이 버린 것들과 그들이 선택한 것들을 주워 담으면서 그들의 삶이 이끄는 것이 진짜 무엇인지 내밀한 영역까지도 살피고 느끼게 된다.

맑은 공기가 가득한 곳을 여행 다니고 돌아오면 도시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 쉽게 알아차리게 된다. 도시는 꺼지지 않는 불빛과 분주하게 오가는 인파들로 늦은 밤에도 감지되지만 도시만 벗어나면 다른 라이프 스타일로 살아가는 다른 지역의 사람들을 경험하다 보면 놀라움과 당혹스러움이 쉽게 잊히지 않는다. 바쁘게 살고 경쟁하면서 손익계산을 하는 도시인들은 진정 얼마나 행복한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나의 해방일지> 드라마에서 퇴근하는 삼남매들의 지친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그러한 삶을 멈추고 방향을 다른 곳으로 향한 이들의 선택과 용기, 결단력을 이 책에서 만나게 된다. 온전하지 않았던 삶을 직시할 수 있는 힘도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의 선택은 특별해 보인다.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닌 사람들이 있다. 혼자였다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자원봉사하다가 만난 두 사람이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을 낳아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도 전해진다. 추운 날씨에도 냉장고에 음식을 넣어서 보관하는 모순을 발견하면서 여성이 자발적으로 혼자 생활하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극한 날씨에 적응하고 수도와 전기가 없는 지역에서도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급자족하며 자연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소로를 무수히 떠올리게 된다. 서문에서도 소로에 대한 글로 시작하면서 소로가 당시에 출간한 책이 미국에서는 몇몇 비평가들이 이교적이고 반동적이라는 혹평을 하였음을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호의적이었다는 사실도 전해진다. 책은 직접 경험할 수 없고 직접 보지 못하는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게 해준다.

시그널을 거부하고 노 시그널을 선택하여도 문제가 될 것이 없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게 해준다. 현대인들이 얼마나 많은 물건들을 가지고 사는지 거듭 확인하면서 불필요한 물건들이 무엇인지도 살펴보게 한다. "단순하게 살라!"고 말한 소로의 강경한 목소리는 많은 것을 일깨워 준다. 이 책도 다르지가 않다. 자본주의가 부추기는 소비 중독에 노출되지 않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절실해지는 시대이다. 무엇을 당장 손에서 놓고, 무엇을 차단하고 무엇을 거부하여야 할지도 개인에게 남겨지는 문제로 남는다. 소로와 세잔의 예술을 동일한 선상에 놓고 비교하였다는 문장에 이끌려 세잔의 예술까지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책에 소개된 사람들의 자연스러움이 주는 넉넉함과 행복함과 통찰력을 가름하게 한다. 3시간 넘게 공을 들여서 메이크업을 하고 헤어를 한 유명인보다 이 책에 등장한 사람들의 자연스러움이 더 아름답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진짜 아름다운 것을 깨달은 이들의 식견과 경험들이 사진 여러 장을 통해서, 침묵을 동반한 예술 사진들을 통해서 몇 겹의 진실이 전해지기 시작한다. 말과 글보다도 그들의 표정, 그들의 삶, 그들이 소유한 물건, 그들이 생활하는 공간의 가치를 전달한 사진작가의 작품집이다.

단호한 그들의 말에서 확신이 전달된다. 깊게 뿌리박힌 자신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경험인가. 마침내 알게 된 자신의 존재를 알게 된다는 것은 인생의 기나긴 질문이 답을 찾은 것을 의미한다. 많은 재산을 가지는 것과 많은 학식을 가졌다는 것이 인생의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진짜 성공은 자신의 존재를 알고 이해하게 되는 순간을 만끽해야 진짜 인생의 의미를 찾는 것임을 확인하게 된다. 이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진중한 보물이 된다. 손에서 빠져나가는 것들이 무엇이며 손아귀에 꽉 쥐어진 것이 무엇인지도 분별할 수 있는 힘을 알려주는 놀라운 경지를 일깨워 주는 사진에세이집이다.

나는 이 장소에 깊이 뿌리박혀 있답니다. 처음으로 마침내 나 자신을 알게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시간을 초월한 근본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본질을 표현하고자 애쓴 ... 소로는 20세기에 들어와서야 몇몇 사람들에게 통찰력 있는 철학자로 간주되기 시작 9

"단순하게 살아라!" 소로

눈을 크게 뜨고 현실을 가로막는 것으로부터 해방되라고 권고한다. 쓸데없는 일거리... 우리 자신에게서 멀어지게 한다. 부자연스러운 의무, 필요 이상의 물건, 소일거리... 본질을 외면하게 한다. 단순한 생활 선택. 자꾸만 달아나는 본질 찾기. 물질적-심리적 안정. 관습적 기준. 삶의 방식 바꾸기. 진정한 전진. 삶의 질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패러다임. 각자의 양심에 따라 자기만의 길을 선택. 깊은 정체성. 조화되는 삶. 소중한 자유... 마음껏 향유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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